<정부 경제정책, 경기부양에서 구조개혁으로 이동하나>

입력 2014-11-09 06:05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심으로 체질 개선·성장 잠재력 강화공공·금융 등 5대 분야 개혁에 중점…내년 경제운용방향에 반영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바뀌고 있다.

지난 7월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였던 정부가 최근 들어부양보다는 구조 개혁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이 잇따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한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 노력과 함께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지난 2일 경제정책 브리핑에서 위기 상황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돌파하겠다고 밝혔고 최 부총리도 3일 간부회에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단기 부양만으로는 구조적인 내수 부진과 엔저 등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구조적 문제 단기 부양으로 해결에 한계 정부가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는 않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2월 계획안을 만들고 3월에 59개 세부 실행 과제를 수립했다.

하지만 4월 세월호 사고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속도를 잃었고 경기가 추락하면서 경제 정책은 경기 부진이라는 급한 불 끄기에 집중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확장적 재정 정책 등 공격적인 부양책을 발표했다.

부양책 발표 직후 주식, 부동산 등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시장은 다시 식었고 단기 부양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지표도 좋지 않다. 9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9% 줄었다.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하락했고 소매판매는 1.6%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의 경기 부진이 경기 순환적 측면보다는 고령화, 저물가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돼 단기 부양책은 혈세를 낭비할 뿐이라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쏟아졌다.

여기에 엔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여건까지 악화하면서 단기 부양책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여당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확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경제 불안이 경기변동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들이 표면화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부양과 구조개혁 병행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에 구조개혁의 세부적인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내년 경제운용방향과 관련해 "기업 투자를 끌어내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면서 체질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 기조를 유지하면서 구조개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마련해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구조개혁의비중이 이전보다 커질 걸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기 부양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부양을 중단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1.1% 증가했지만 2분기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모자란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2분기보다 2.6% 감소했다. 기업 투자는 0.8% 줄었고 기업의 수익성도 좋지 않다.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언급했고최 부총리는 "화롯불도 화기(火氣)가 남아 있을 때 숯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화기)를 유지하기 위해 부양책(숯)을 계속 사용하겠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일정 기간은 부양의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본다"고 예상했다.

◇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정면 돌파…연말부터 성과물 가시화 정부의 구조개혁 뼈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화를 위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예산안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이후 편성된 첫 예산안이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 경제,내수·수출 균형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의 체질로는 경제 도약이 어렵다고 판단해 3개년계획으로 경제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3개년 계획의 세부과제를 점검해 보완하면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서비스 등 5대 분야의 개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부문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해외 자원 개발과 중소기업 지원 및고용·복지 관련 기능·사업 ·기관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에서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정규직의 과도한 기득권 제한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없애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선진국들은 노·사 대타협을 통한 구조 개혁을 했다"고 밝혔다.

금융에서는 담보 위주 대출 등 보신주의 타파와 함께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 등을 시도한다. 정부는 이달 중에 민간 중심의 IT·금융 융합위원회를 만들어 금융산업이 요구하는 IT 분야를 발전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를 개혁하고 지난해 초부터 양극화가 한층 심화한 회사채시장 개혁 및 자본시장과 채권시장 육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에서는 기업 등 현장이 원하는 수요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서비스도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미래의 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조 개혁의 핵심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3개년 계획의 가시화를 위해 공공부문 사업·기능 구조조정, 비정규직대책, 기업들이 지역거점 사업을 할 때 토지 이용 규제 등을 완화해주는 기업도시제도 개선, 대기업의 미사용 기술을 창업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은행 설립, 최저임금위반 때 처벌 강화 방안 등을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도 이른 시일 내에 열어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에 구조개혁 세부 내용과 구체적인 시간표를 담고 3개년 계획의 세부 과제에 대한 달성 목표치도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구조개혁 늦게나마 다행"…선택과 집중 필요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평가하면서 구조개혁과 부양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공무원 연금 등 공공부문과 서비스, 노동 등5개 부문을 구조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바르다고 판단된다"면서 "구조개혁 대상이 된 부분들은 한국 경제에 큰 폭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지만 정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기 정책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구조개혁과 부양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하다가 큰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구조개혁 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도 "늦게나마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건 다행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너무 많은 부문의 개혁을 추진하려다 아무것도 못 할 수 있다"면서"가장 시급한 것을 골라 1, 2개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체절이 개선된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 교수의 지적처럼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구조 개혁의 선택과집중에 실패한다면 한국 경제가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leesang@yna.co.kr, speed@yna.co.kr, ksw08@yna.co.kr, charg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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