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난맥상…관치 미련 못 버린 탓>

입력 2014-12-02 13:46  

정상적 시스템 무시한 '내정설' 파다…"당국이 금융 후진화 주범"

'관피아(관료+마피아)' 시대가 저물었다는 금융권의 관측은 헛된 바람에 그칠 것인가.

은행연합회장, 우리은행장 등 금융권의 요직을 둘러싸고 다시 관치금융 논란이불거지면서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금융의 선진화는커녕후진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금융권 인사 '가관'…절차 진행중인데 벌써 "내정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000030]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이광구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중국법인장 등 3명을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을 위한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행추위는 오는 5일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후 최종 후보를선정해 9일 임시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에 아랑곳없이 이미 "이광구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파다하다는 점이다.

행추위가 열리기 2주일 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이 소문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 이순우 현 행장은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상적인 인선 시스템을 무시하는 이러한 모습은 지난달 28일 마무리된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인선 과정에서도 이미 연출됐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쟁쟁한 CEO(최고경영자) 출신들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갑작스레 등장한 '하영구 내정설'은 이 모든구도를 흔들어놓았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하영구 전 행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니, 결국 28일 이사회에서 하 전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됨으로써 이 소문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더욱 큰 문제는 금융권 인사에 사조직이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은 물론 최근 대우증권[006800]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대우증권 부사장마저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소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금융권의우려는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서금회는 정권 초기 잠시몸을 사리는 듯싶었지만, 정권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세를 불리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회원들이 포진한서금회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이경로 한화생명[088350] 부사장 등 쟁쟁한 멤버들을 거느리고 있다.

서금회는 아니지만 같은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까지 고려하면서강대의 '막강 파워'는 더 커진다.

◇ "지배구조 개선 헛소리"…당국 개입에 비판 목소리 고조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며 사외이사 자격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최근 내놓았다.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당국부터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버릇을 당국이 못 버리고 있는데어떻게 지배구조가 선진화되겠느냐"며 "당국이 민간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손을떼면 지배구조 선진화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신(新) 관치'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최근 상황의 가장 문제점은 민간 금융사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CEO 선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경우 우리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받아왔다. '부실 덩어리'로 불리던 우리은행의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수익성을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큰 손실을 초래한 모뉴엘과 관련된 부실 대출이 우리은행에는 1원도 없다는 점이 달라진 우리은행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 행장은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서 경쟁하기를 포기하고 사임해 외부의 압박설도 제기되고 있다.

관치금융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KB금융지주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물러나지 않는 한 LIG손해보험[002550]인수 승인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소 금융그룹의 다각화를 누누이 강조하던 당국이 막상 KB금융그룹 다각화의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형국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선진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일인데 당장 모두 물러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넘어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과 함께 정치권의 개입도 금융 선진화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정치인 출신+마피아)'가 점령했다는얘기는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오히려 정치권의 금융권 개입은 갈수록 심해지는 형국이다.

우리은행의 신임 감사로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인 정수경 변호사가 선임된 것을 비롯해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권 출신 수십명이 최근 일년새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금융 선진화를 운운하지만실상은 금융 후진화를 주도하는 세력들"이라며 "진정 민간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마음이 없는 한 금융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