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배당확대에 국부유출 논란

입력 2015-02-16 05:59  

"주주 배당확대 당연" vs "국부유출로 금융 공공성 훼손"

올해 사상 최대의 배당을 하는금융사들이 잇따르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예상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이 당기순이익으로 환입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증가하자, 올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기업의 목적이 주주 이익의 극대화인 만큼 순이익 상승에 따른 배당 확대는 당연하다는 주장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배당은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기업 배당성향 최저 수준…"주주 위해 배당확대 당연"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배당 성향은아시아 지역에서도 굉장히 낮은 편"이라면서 "올해 배당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그림에서 배당 확대라는 정부의 정책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덧붙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주당 650원에서 올해 주당 950원씩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16.2%에서 21.6%로 크게 확대됐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배당성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예상 배당성향은 13.7%로, 영국(46.2%), 대만(43.6%), 브라질(38.5%), 중국(29.6%), 미국(29.4%), 일본(26.2%), 인도(21.9%), 러시아(21.1%)등 주요국과 격차가 크다.

국내 한 금융투자사가 조사한 2013년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은 12.8%로, 41개국가운데 아르헨티나(9.9%)를 제외하면 최하위였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외국보다 배당이 인색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학계에서는 기업이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낮은 배당수익률은 현재의 국내 주식시장 침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배당을 당연히 늘려야 한다"면서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하지만, 배당률이 외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보니지난 4년간 주가가 박스권을 못 벗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그간 국내 기업은 배당률이 굉장히 낮았다"며"기업 입장에서 적절한 투자처가 없거나 건전성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주주에게배당을 통해 당연히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배당을 많이 해서 건전성 지표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주주들의 선택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배당이 늘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저평가된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다 보니 대안으로 배당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배당이 돼야 주식시장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권 글로벌 은행의 배당성향은 27% 수준"이라며 "은행이 배당주로서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외국인 주주 지분율 70%…"국부유출로 금융 공공성 훼손 우려" 외환은행의 이전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4조6천6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론스타 시절 당시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2008년 10.3%에서 2009년 36.9%, 2010년 68.5%까지 치솟았다. 2011년 배당성향도 60.0%에 이르렀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배당으로 빼내간 돈은 무려 2조원을 넘는다.

론스타의 과도한 배당으로 외환은행은 충분한 내부유보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본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대출자산 성장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외환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다른 시중은행의 평균을 밑돌았고, 영업점채널 확대를 통한 장기투자도 다른 은행에 뒤처졌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3천651억원)은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천55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작년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직원 수(7천440명)는 부산은행의 2배가 넘고, 자산 규모(141조)는 부산은행의 3배에 달한다.

또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든 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하다.

국내 여론은 이처럼 투자를 외면하고 과도한 배당을 통해 '먹튀 논란'을 일으킨론스타를 떠올리며 외국인의 대규모 배당금 수령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은 2013년까지 10년간 3조2천500억원을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일기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두 은행이 거둔 순이익(5조7천800억원)의 56.2%에 이르는 금액이다.

최근 KB·신한·하나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최근 70%에 이르렀다. DG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72.6%)이 이미 70% 선을 넘어섰다.

은행들의 배당 확대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챙기려는 투자가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다.

주요 상장사 가운데 이들 금융지주사보다 외국인 지분 비중이 높은 곳은 단일기업이 전략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쌍용차[003620](75.4%)와 에쓰오일(74.4%) 2개사뿐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배당률을 높이게 되면 국민이 애써 만들어 놓은 부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서 "금융, 통신 등의 시장에서 국부유출은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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