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막으려면

입력 2015-04-22 06:07  

"철저한 심사 통해 '좀비기업' 골라내야"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단기간 급증하면서 부실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여건에서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출을 늘리는 경향이 강해 '좀비기업'양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돈 벌어 이자 못 갚는 기업 증가 22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영업이익으로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년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보면 이자보상비율이 100%에미달하는 기업 비중은 30.5%로 전년 동기(29.5%)보다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주요 수출기업 159개사의 경영실적을 조사한 񟭎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경영지표 비교분석' 보고서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1천41.6%로 전년(1천387.2%)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기업의 여력이 더 약화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도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의 금융 7대 트렌드' 중 하나로 '기업구조조정 본격화'를 꼽으면서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부분 건전성 분석을 통한 금융 안정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부실기업(부도확률 0.4% 이상) 비중이 2010년7%에서 2014년 27%로 급격히 상승했다며 이런 경고를 뒷받침했다.

거시 통계로 볼 때도 기업의 부도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모뉴엘 등 부실기업 악재가 터지면서 지난해 3분기 1조7천억원이던 은행권당기순이익은 4분기 8천억원으로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작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기업에 대한 은행권 위험노출 채권액은 1조원에 달한다.

◇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 대출…부실화 우려 문제는 이런 경제여건 속에서 은행권이 반강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22조2천억원으로 작년 말(506조9천억원)보다 15조4천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8년 2분기 중소기업 대출이 19조3천억원 증가한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중소기업 대출이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이 창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술금융을 장려하면서 지원실적에 따라 은행별로 순위를 매겨 공개하는 등 '줄세우기'를 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금융 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에도 반영하면서 실적압박을 받은 은행들이단기간에 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혁신성 평가에서 시중은행 8곳 중 6위를 한 국민은행은 작년 12월 말 4천500억원 수준이던 은행 자율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올해 3월 말 기준 2조7천500억원으로 불과 3개월 사이 6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은행 자율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작년 말 6위에서 올해 3월 1위로 올라섰다.

반면에 혁신성 평가에서 시중은행 1위를 한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에 은행 자율기술신용대출 잔액이 30% 증가(1조7360억원→2조2천700억원)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혁신성 평가 항목에 기술금융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기술금융 실적을 은행평가와 연계함에 따른 부작용 문제는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당시 청문회에서 "어려운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해준다는 것은 찬성하지만 당국 눈치 보느라 금융회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하는 대출은 좀비기업 양산 등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이 실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대출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선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자금이 한계기업에흘러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심사를 거쳐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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