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부채> ② 곳곳에 '약한 고리'

입력 2015-05-31 06:01  

이자만 내는 대출이 '핵심 뇌관'…제2금융권·은퇴자·저소득층도 주목해야

1천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중에서 부실화할 위험성이 큰 부채가 상당한 규모이고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큰 관심을 끌었던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금리 혜택에도 원금상환 부담 때문에 안심대출을 신청조차 못한 사람이 많았다.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이 여전히 뿌리 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빚을 낸 사람,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및 자영업자, 빚 상환능력이취약한 저소득층이 금리 상승기에 위기를 촉발할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 "가계부채 위험 상황" vs "당장 위험하진 않다" 정부는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920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 1분기 말 현재 1천99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 대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 5∼6%의 증가세가 지속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거래 활성화와 저금리 기조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증가속도가 다소 빠르지만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빚 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 고소득층이 금융부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상환여건이 건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현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총량과 부채의 구조 면에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문제가 터져 큰 위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는않는다"며 정부와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 이자만 내는 대출…가계부채의 핵심 뇌관 현 가계부채가 당장 위험한 수준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지만 과도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억누르고 최악의 경우 경제 전반의 위기로 퍼져나갈 잠재적위험성을 가졌다는 데에는 정부나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기관이 수많은 가구의 상환능력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은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전문가들이기업보다 부실가계의 구조조정이 더 어렵다고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개별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계부채위험요인을 분석하는 작업이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최근에서야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세밀한 위험요인에 대한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일반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꼽히는 부분은 있다.

바로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이다.

원금상환 시작까지 거치기간을 뒀거나 아예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대출 상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 이자만 갚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됐다.

은행 입장에서도 원금을 늦게 갚을수록 이자수익이 늘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권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진 마당에 이자만 내는 대출은 금리가 오르거나집값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 294조원(중도금·이주비·전세 대출 등 55조원 제외) 가운데 이자만 내는 대출은 60%(178조원)에달한다.

이자만 내는 대출과 함께 변동금리 대출도 잠재적 위험군에 포함된다.

금리하락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이 이익을 보지만,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 대출이자가 늘어 상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2019년부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2020년부터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난 3∼4월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이처럼 이자만 내고 있거나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을 원금도 함께 상환하는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20년 만기 고정금리를 2%대로 제공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가계재무의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냈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에 포함된 가계대출 112조원 가운데 전환을 신청하지 않은 부채 규모는 80조원(약 80만 가구)에 달한다.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나 낮은 파격적인 혜택에도 신청하지 않은 차주 중에는당장 시작될 원금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임일섭 금융연구실장은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부합함에도원금 분할상환 능력이 없어서 신청조차 못한 계층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 제2금융권·은퇴세대·저소득층…가계부채 잠재 위험요소 또다른 가계부채의 취약 고리로는 제2금융권, 은퇴층,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대출이 꼽힌다.

먼저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대출보다 고금리인 데다 차주들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업권별 주택담보대출 잔액(2014년 8월 기준)은 은행이346조1천억원(63.6%),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95조원(17.4%), 공적금융기관 75조원(13.8%), 보험사 28조3천억원(5.2%) 순으로 많았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는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이 포함된다.

이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과 보험사를 합한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총 123조원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신용도가 낮은 차주 비중이 높으며 연체율도 은행에 비해 높다.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LTV는 은행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LTV가 10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상대적인 고위험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배제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와 자영업자 역시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 진출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와 60대 이상 차주의 비중이 2009년 말 각각 26.9%, 15.1%에서 2014년 3월 말 31.0%, 19.7%로 증가한 점, 주택담보대출 용도에서 주택구입 목적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그동안 나타난 은퇴층의 소득증가율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는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은퇴층이 자영업에 진출할 경우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 탓에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클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소득층의 부채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계부채의 핵심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소득이 낮은 1분위와 2분위 차주 비중은 각각 4.3%, 11.4%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연체율 상승이 파생상품과 결합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듯 시스템위기로 전이될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부채를 보유한 1분위 계층의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524%로 평균(208%)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에 비해 빚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를 때 고소득층은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저소득층이 입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며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할 지점은 저소득층의 부채"라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저소득층이라고 무턱대고 지원해주면 자생력이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소득확대와 고용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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