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방안의 핵심은 시장 친화적이고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있다.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유암코가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여 살릴 기업은 살리고, 그럴 가치가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을 덜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기회로 작용한다.
다만 유암코가 구조조정할 대상이 일단 중소기업에 국한된 점은 한계로 꼽힌다.
◇ 유암코 중심 구조조정 왜?…채권은행 중심으론 한계 드러나 정부가 유암코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운영키로 한 것은 그동안 채권은행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이 서서히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조정은 기업 규모에 따라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그룹은 재무구조평가로 취약그룹을 선별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개별기업은 신용위험평가로 부실징후기업을 찾아내 구조조정을 한다. A~D등급으로 나눠 B등급은 금융지원,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나 파산에 들어간다.
이런 방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데 기여했으나 최근 시장 여건에서는 점차 효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을 늘리면서 채권은행의 역할이줄어들었고 은행 역시 대기업 대출을 점차 기피하는 추세다.
은행 간 이기주의나 채권단 이견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구의 역할은 관치 논란에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부실채권이나 사모펀드(PEF)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시장은활성화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안을 꺼내 들었다.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민간 주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 지속가능 불확실한 '좀비기업' 급증으로 시급성 부각…유암코로 선회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회사 설립을 위해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것은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속히 커졌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추후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정부를 서두르게 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이자 비용 감소로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인 이른바 '좀비기업'은 최근 5~6년간 급증 추세다.
좀비기업은 존속 가능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빚에 의존해 겨우 연명하는 부실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잣대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댈 수 없다는 뜻이어서 사실상 존속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 비율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분석도 이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가 2009년 2천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15.2%)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중 좀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늘었다.
당초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정부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데에도구조조정의 시급성 문제가 상당 부분 관련돼 있다.
신규 설립에 따른 시간 소요와 인력 채용 등 절차를 생략하는 대신 유암코의 구조조정 인력을 활용하는 확대·개편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는 유암코에 3조2천500억원의 재원을 추가할 경우 재원이 4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조직에 기업구조조정본부만 추가하면 되는 만큼 내달부터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 일단 중소기업이 대상…산업별·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은 나중에 유암코는 기업재무안정 PEF를 만들어 운영한다.
채권은행에서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여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한다. 대출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감면해 주는 채무재조정 외에 신규 자금 지원도 한다. 당연히 경영 참여도 가능하다.
비영업용 자산이나 돈이 안 되는 사업부문, 자회사 등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우량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인력 조정도 이뤄질 수있다.
다만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청산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핵심 쟁점은 향후 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할 때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2개 이상의 회계법인이 평가한 금액 가운데 중간값으로 하겠다는게 정부 방침이지만 가격을 놓고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조조정 성과와 연계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성과주의를 독려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유암코가 채권과 주식을 싸게 사야 하는 동기로작용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유암코는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금융위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유암코가 실질적으로 의견조정이 가능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는 중소기업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성공사례를 쌓고 그다음에 산업, 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은 3~4년 뒤나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pee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유암코가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여 살릴 기업은 살리고, 그럴 가치가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을 덜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기회로 작용한다.
다만 유암코가 구조조정할 대상이 일단 중소기업에 국한된 점은 한계로 꼽힌다.
◇ 유암코 중심 구조조정 왜?…채권은행 중심으론 한계 드러나 정부가 유암코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운영키로 한 것은 그동안 채권은행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이 서서히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조정은 기업 규모에 따라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그룹은 재무구조평가로 취약그룹을 선별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개별기업은 신용위험평가로 부실징후기업을 찾아내 구조조정을 한다. A~D등급으로 나눠 B등급은 금융지원,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나 파산에 들어간다.
이런 방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데 기여했으나 최근 시장 여건에서는 점차 효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을 늘리면서 채권은행의 역할이줄어들었고 은행 역시 대기업 대출을 점차 기피하는 추세다.
은행 간 이기주의나 채권단 이견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구의 역할은 관치 논란에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부실채권이나 사모펀드(PEF)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시장은활성화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안을 꺼내 들었다.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민간 주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 지속가능 불확실한 '좀비기업' 급증으로 시급성 부각…유암코로 선회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회사 설립을 위해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것은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속히 커졌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추후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정부를 서두르게 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이자 비용 감소로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인 이른바 '좀비기업'은 최근 5~6년간 급증 추세다.
좀비기업은 존속 가능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빚에 의존해 겨우 연명하는 부실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잣대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댈 수 없다는 뜻이어서 사실상 존속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 비율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분석도 이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가 2009년 2천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15.2%)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중 좀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늘었다.
당초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정부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데에도구조조정의 시급성 문제가 상당 부분 관련돼 있다.
신규 설립에 따른 시간 소요와 인력 채용 등 절차를 생략하는 대신 유암코의 구조조정 인력을 활용하는 확대·개편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는 유암코에 3조2천500억원의 재원을 추가할 경우 재원이 4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조직에 기업구조조정본부만 추가하면 되는 만큼 내달부터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 일단 중소기업이 대상…산업별·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은 나중에 유암코는 기업재무안정 PEF를 만들어 운영한다.
채권은행에서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여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한다. 대출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감면해 주는 채무재조정 외에 신규 자금 지원도 한다. 당연히 경영 참여도 가능하다.
비영업용 자산이나 돈이 안 되는 사업부문, 자회사 등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우량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인력 조정도 이뤄질 수있다.
다만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청산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핵심 쟁점은 향후 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할 때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2개 이상의 회계법인이 평가한 금액 가운데 중간값으로 하겠다는게 정부 방침이지만 가격을 놓고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조조정 성과와 연계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성과주의를 독려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유암코가 채권과 주식을 싸게 사야 하는 동기로작용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유암코는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금융위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유암코가 실질적으로 의견조정이 가능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는 중소기업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성공사례를 쌓고 그다음에 산업, 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은 3~4년 뒤나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pee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