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정치권 '양적완화' 주문에 한은 고민 커져

입력 2016-03-29 16:32  

강봉균, '주택담보대출증권·산은 채권 인수' 구체적 주문비둘기파 새 금통위 구성 맞물려 금리 인하 기대 커져

한동안 가라앉았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주문 등에 따라 확산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고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리는 충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자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크게 축소됐다.

그러나 최근 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 발표와 여당의 총선 공약이 불씨를다시 지폈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저성장 기조를 타파하기 위한 공약으로 한국은행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좀 낮춘 것만으로 돈이 잘 돌고 있느냐"며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 상환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는 등 과감하게 금융정책을 추진하는 '한국판 통화완화책(QE)'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양적 완화 주문과 금통위원 후보 발표 등으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다.

여당이 제기한 양적 완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적 완화는 당장 한국의 현실에서 초래될 부작용이 큰 만큼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 어렵겠지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여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의 공식 발언이라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경기 상황이 부진하긴 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사주는 비전통적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만큼 위기 상황이 아닌데다 아직 기준금리도 1.5% 수준이어서 제로 금리에 도달한 여타 국가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여건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하면 유동성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물가 하락과 원화 절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금융시장 충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한은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어떤 배경에서 양적 완화 주장이 총선 공약에 포함됐는지알지 못하지만 현재 국내 경제가 양적 완화를 실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은 전날 비둘기파(성장중시 입장)적 성향이 우세한새 금융통화위원 후보들이 발표된 것과 맞물려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작용할 수 있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새 금융통화위원 후보 4명에는 친정부적 성향으로 볼수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관료 출신으로 정부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많고 나머지 3명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 출신이다.

특히 조동철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기준금리를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금통위원의 후임으로 금통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판 양적 완화가 뜻밖의 선거공약이어서 당장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집권당의 주요 총선 공약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무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론 한국판 통화완화정책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양적 완화가 과잉유동성, 물가압력 확대, 원화가치 급락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강봉균 위원장의 양적 완화 언급에대해 "한국은행의 고유업무에 대해 (제가) 말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기준금리의 경우 금통위원 후보들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참석하는 5월부터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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