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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주의 도입, 노사 갈등 격화

입력 2016-03-30 15:23  

공기업, 사용자협의회 탈퇴 '강수'…금융노조 "노조파괴 시도"

7개 금융공기업이 3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한 금융권 노사의 갈등이더욱 깊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 등 7개 공기업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용자협의회 4차 대표자회의에서 탈퇴를 통보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기관을 회원사로 둔 사용자단체로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한다.

◇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정부당국 '전방위 압박'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 화두가 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11월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등이 금융개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이슈로 금융권의 성과주의 확산을 지목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성과주의 도입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1월 25일에는 기재부가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성과주의를 조기 도입하면 경영평가에 별도 가점을 주고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2월 1일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성과주의 확산은 호봉제나 '무늬만 연봉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부분 금융공공기관의 연봉 시스템이 기본연봉을 자동으로 인상하는 구조인데,최하위직급과 기능직을 뺀 모든 직원을 성과연봉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안에 따르면 9개 기관 간부직 1천327명(전체의 7.6%)에 적용되던 성과연봉제가 1만1천821명(전체의 68.1%)으로 확대된다.

기본연봉 인상률을 고성과자-저성과자 간에 평균 3%포인트 차등화하고, 성과연봉의 비중은 20∼30%로 적용한다.

작년에 연봉 1억원을 똑같이 받던 간부가 내년에는 3천만원 이상 차이가 날 수있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어 3월에는 금융공공기관들을 상대로 2016년도 예산 편성 시 경영인센티브 인건비를 성과연봉제 도입 수준에 따라 5단계로 차등해 집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금융공공기관들도 성과주의 도입을위한 컨설팅을 의뢰하고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는 등 바쁜 움직임에 나섰다.

◇ 금융노조 "어떠한 합의도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과 사측이 서두를수록 노조에서도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줄곧 사측이나 정부와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7∼18일 35개 지부 대표자가 참석한 워크숍에서 성과주의를전면 거부하겠다는 선언문에 서약했다.

서약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산하 각 지부 위원장은 일체의 단체교섭권과체결권이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있음을 확인한다"며 "각 지부 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의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일체의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국을 각오하고 배수진을 치고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4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가 서로에게 발송한 산별교섭 요구안에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대치했다.

사측은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의 안건을 내밀었다.

반대로 노측은 임금 4.4% 인상과 성과주의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에 따른 징벌 금지, 신입직원 차별 금지 등 정반대의 요구안을 내놓았다.

결국 30일 열린 사용자협의회의 4차 대표자 회의에서는 7개 금융공기업이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대치는 한층 격화하는 형국이 됐다.

◇ 사용자협의회 탈퇴했어도 여전히 교섭 대상은 금융노조 관심은 앞으로 '개별 협상'을 선언한 사측과 '개별 협상 불가'를 외치는 노측이어떻게 협상을 이어갈 것인가에 쏠린다.

7개 금융공기업은 "금융노조와의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시한을 예측하기 힘들기때문에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법적으로 교섭 권한은 단일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있기 때문에,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한다고 해도 금융노조가 교섭권을 지부에 위임하지 않는 이상 금융노조를 배제하고 개별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7개 금융공기업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나면 기관별 대표가 금융노조와 각각 따로 협상해야 한다.

금융노조가 '단일 대오'로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사용자협의회 탈퇴에 따른 효과는 없는 셈이다.

금융노조에서 "정부 당국의 압력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보여주기식쇼'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압박 수단 중 하나가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달 대법원이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와 관련해 '산별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어느 정도 독립성이 있다면 스스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기업노조로 전환할수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어 앞으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판례는 '어느 정도의 독립성'이라는 요건만 갖춘다면 총회 의결 등으로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기존 산별노조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해석된다.

해석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겠으나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는 사측에서 이판례를 앞세워 개별 노조와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금융노조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측의 선언은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사업장에서시도된 산별노조 파괴행위와 다를 바 없는 노조 말살 시도"라며 "산별교섭의 틀을흠집 내고 산별 노사관계를 파탄 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ncwoo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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