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집 넘어갔는데도 빚 독촉은 계속된다

입력 2016-10-23 06:05  

주담대 연체자 절반이 빚 남아…가산이자·경매비용 탓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연체해 은행에 집이 넘어가도 절반 정도는 빚을 전부 털어내지 못해 계속 빚 독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의 경우 경매 낙찰가율이 90%에 이르고, 빚은 주택 가격의 최대 70%(2014년 8월 이전에는 80%)까지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주택이 넘어가면 '빚잔치'가 끝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둘 중 한 명은 여전히 빚 독촉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3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실채권 처리 전문회사인 유암코가 2011∼2015년 인수한 부실 주택담보대출은 총 4천891건이다.

이 중 주택을 경매에 부쳐 매각한 이후 무담보로 전환된 채권은 전체의 46%(2천242건)에 달했다.

유암코는 은행에서 부실 주택담보대출 등을 사들인 후 매각해 수익을 올린다.

담보물인 주택을 경매에 부쳐 매각했는데도 빚이 남으면 무담보 채권으로 바꿔 추심을 이어간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값보다 대출금액이 적게 마련이다.

유암코가 무담보 채권으로 전환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68.3%였다. 주택가격이 5억원이라면 은행에서 3억4천만원 정도를 빌렸다는 뜻이다.

은행 입장에서 이런 주택담보대출은 위험성이 낮은 '효자 상품'이다. 부실해지더라도 담보물인 집을 경매로 넘겨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유암코가 경매에 넘긴 주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77.8%였다.

5억원짜리 주택 보유자가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3억4천만원(LTV 68.3% 적용)을 빌렸는데, 제대로 못 갚아 주택이 경매로 남어가면 평균 3억9천만원가량에 경매로 팔렸다는 뜻이다. 이자 등을 고려하면 빚을 가까스로 털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절반 정도는 여전히 갚을 빚이 남아 추가 추심을 당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연체 주담대의 잔액 전체에 대해 7∼8%의 가산금리를 붙이면서 빚이훌쩍 늘어나는 것이 주요한 이유다.

제윤경 의원은 "주담대 연체로 담보권이 실행될 때부터 완료될 때까지 연체이자가 평균 14.6% 붙는다"며 "담보권 조치를 위해 필요한 비용도 모두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 집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빚이 15% 늘어나니 주택 매각 이후에도 빚을 다청산하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제 의원은 "유암코는 사들인 채권의 담보권 실행(경매를 통한 주택 매각)만으로도 평균 7.6%의 이익을 얻고 있다"며 "그런데도 남은 빚은 무담보 채권으로 전환한이후 대부업 자회사를 통해 추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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