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8조대 투자 계획에 정유업계 '긴장' 모드>

새 정부 첫 무역통상진흥회의를 계기로 국내 3위 정유사인 에쓰오일의 8조원대 투자계획이 공개되면서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하고있다.

구체적인 투자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계획대로 투자가 집행된다면 2020년께에는 국내 선두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아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추진해 온 제2 정유·석유화학 공장 부지가울산 온산공장(제1공장) 인근 한국석유공사 유류저장시설 터로 무게중심이 쏠림에따라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제2공장 설립 계획은 2∼3년 전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서 잠정 결정한 사안이지만 부지 문제로 보류돼왔다.

하지만 1일 무역통상진흥회의에서 180만㎡ 규모의 석유공사 유류저장시설을 지하화하고 이 부지를 에쓰오일에 임대하는 방식의 대안을 내놓음에 따라 에쓰오일도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1단계로 2014년까지 3조원, 2단계로 2016년까지 5조원을 투입한다는개략적인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공개되자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시설 투자비가많이 드는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8조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기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정유업에 뛰어든 이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은내심 불안해하는 눈치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능력은 하루 84만배럴, GS칼텍스는 77만5천배럴이다. 정제능력으로만 보면 66만9천배럴인 에쓰오일이 신규 공장 설립으로 충분히뒤집을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정유부문의 가장 유력한 투자처로 고도화시설을 지목한다.

고도화시설은 원유보다 싼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경유 등의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로 '인공(人工) 유전'으로도 불린다. 정유에서는 가장 부가가치가 큰 사업으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1990년대 초 국내 최초로 고도화시설을 세워 현재 하루 14만8천배럴을 처리하고 있지만 이후 다른 경쟁사들이 잇따라 고도화시설 설립·증설에 나서면서 지금은 GS칼텍스(하루 처리량 26만8천배럴), SK이노베이션(21만2천배럴)에 이어3위권으로 밀려났다.

GS칼텍스가 최근 1조3천억원의 투자비로 5만3천배럴 가량 증설한 것을 고려할때 에쓰오일이 총 투자비의 30%만 고도화시설 증설에 투입해도 쉽게 1위를 탈환할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업체들마다 증설 경쟁이 이는 파라자일렌(PX)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PX는 합성섬유의 원료로 석유화학에서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품목이다.

이 역시 에쓰오일이 국내 처음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가 시장을 선도했고 현재도연 180만t의 국내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내년까지 각각 282만t, 235만t으로의 증설을 추진중이어서 에쓰오일이 증설 경쟁에 뛰어든다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한 것은 이미 수년 전 나온얘기"며 "실제 투자를 집행하고 결과물이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