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형제기업도 시장도 등 돌려 '백기'>

입력 2013-09-30 15:53  

'사위 경영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최근1개월은 피 말린 시간이었다.

현 회장이 30일 동양[001520],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공시를 한 뒤 임직원과 고객에게 "제한된 시간과 전쟁을 벌이며 구조조정에 매진해준 임직원과 그룹을 신뢰해준 고객과 투자자들께 회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 발언을 한 것에서도 이 같은 피로감과 좌절감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달 중순 자금난에 빠져 형제그룹인 오리온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시장에알려지면서 그룹의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했다.

현 회장과 동양그룹 임원들은 형제그룹 오리온이 지원 불가 입장을 발표한 추석연휴 이후부터 마라톤회의와 밤샘근무를 하면서 위기 해법을 찾아나섰고 현 회장은직접 자금이나 담보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시장과 투자자, 은행 등 여신 금융기관, 금융감독당국 등 반응은 냉랭했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형제그룹마저 외면했는데 왜 은행들이 도와줘야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현 회장이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굳힌 것도 바로 이처럼 냉정한 시장 반응때문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은 계열사 등 자산 매각으로 위기를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27일까지 한 대기업과 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지분 매각과 자산유동화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 동양매직 매각도 우선협상대상자인 KTBPE 컨소시엄 내 투자자들이 술렁거리면서 지연될 상황에 처했다.

결국, 30일 1천100억원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막기 어려워졌고 법정관리신청을 택하게 됐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증권사 고객이 빠져나가고 거의 다 망할 것처럼 하다 보니 매각 협상도 불발되고 도저히 당장 살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현 회장은 이날 "계열사와 자산 매각이 극도로 혼란 상황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질서 속에서 진행된다면 제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법원을 도와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유동성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이나 투자자 찾기가 어려웠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현 회장은 일요일인 29일에도 회사로 출근해 임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 이날은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전형적인 엘리트로 꼽힌다. 사법시험(12회) 출신의 법조인으로 1976년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용구 회장의 맏딸 이혜경씨(현 동양그룹 부회장)과 결혼해오리온의 담철곤 회장과 함께 사위 경영자로 재계에 입문했다. 34살의 나이로 1983년 동양시멘트 사장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indig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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