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반응 "자구노력하겠지만…정부에도 책임">

입력 2013-12-11 13:00  

일부기관 "정부정책 충실히 수행한 탓에 부채늘어"…볼멘소리

과도한 부채와 방만한 경영 등으로 11일 정부의 중점관리대상 목록에 오른 공공기관 대부분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자구노력을 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 매각, 경비 축소등의 자구 계획을 담은 부채감축안을 마련하는 한편 방만 경영 사례로 지적된 사안에 대해서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노조를 중심으로 "부채 증가는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정부가 공공 기관의 부채 급증에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 "부채와 과다 복지 감축해 나갈 것" 부채 138조원으로 공공기관 부채 1위의 멍에를 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조만간 미매각 자산 판매 및 경비 축소 방안 등 자구계획을 담은 부채감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LH의 부채는 대부분 국민임대·보금자리주택·혁신도시 등 국책사업 추진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공사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발생한 부분은 많지 않다"면서도 "공공기관 부채 축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적극 동참할방침"이라고 말했다.

LH는 이재영 사장 취임후 부채 감축을 위해 회사채를 현재 발행잔액 이상 추가발행하지 않기로 한 '사채동결'을 선언한 상태이며, 사업비 조달을 위해 주택건설,택지조성 등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택지지구 조성 등 신규 사업은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주택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급증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수공은 5일 최계운 신임 사장을 비롯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열린경영 대토론회'를 열고 부사장 산하의 재무구조 개선팀을 신설해 2024년까지 현재 123%선인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간부진이 솔선수범해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고 내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 학자금 무상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불합리한 경영 관행도폐지하기로 했으며, 출자회사 투자지분과 비활용 자산 매각, 연간 10% 수준의 원가절감, 매출확대 등 구체적인 자구노력 이행 계획도 내놨다.

수공 관계자는 "최근 부채가 급증한 것은 4대강 사업 추진으로 8조원의 건설비를 직접 조달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마무리가 됐고, 추후 대규모사업도 계획이 없는 만큼 부채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본사 인력 8%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한국전력[015760]은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과다한 부채로 중점관리대상으로 지목된데 대해"착잡하지만 정부 방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조조정 발표안에 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담았지만 필요하다면 조직과 사업을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보고 추가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을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산업재해보험상의 유족보상금 이외에 별도의 보상금 1억5천만원을 지급한부분, 공무상 재해로 퇴직 또는 순직한 직원 유가족에게 10년간 매년 120만원 및 장학금을 지원한 부분 등이 방만경영 사례로 지적됨에 따라 개선점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달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다른 예산 낭비 사례가있는지 회사 차원에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추가 요구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이에 따른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한국석유공사도 정부의 대책을 수용하고 향후 부채 감축과 경영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석유공사는 특히 이번에 지나친 사내 복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자사고·특목고 자녀에 대한 수업료 전액 지원 등에 대해 폐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고 자체적으로 개선점을 찾아본다는 입장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과 함께 최근 임금인상분과 임원성과급 반납 등 취할 수 있는 조처를 이미 취했다"며 "더 짜낼 부분이 없는 것 같은상황이지만, 정부의 추가 관리대책에는 어쨌든 협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만경영 사례가 지적된 무역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도 "직원 자녀 해외유학비 지원 부분은 다른 기관들과 같은 선이지만 조정이 필요하다면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분위기로는 정부의 방침을 거스를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방만경영의 소지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가령업무추진비나 인건비, 복지성 경비를 초긴축으로 편성하고, 정부가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을 지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 "부채 증가는 정부 탓…정부가 일부 책임져야" 상당수 기관은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정부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있으나 노조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LH 노조는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기력이 역력하다.

노조 관계자는 "LH의 부채 138조원 가운데 금융부채는 66조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국민주택기금, 재정, 임대보증금 등 선수금이 대부분"이라며 "임대주택, 미매각 토지 등 자산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 부채와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LH는 임금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는 하위권이고전체 공공기관 가운데도 중위권"이라며 "부채가 많다고 복지예산이나 임금 삭감 등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수행해 도로 건설하느라 부채가 증가한 것"이라면서 "억울하기도 하고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90%가 통행료인데 정부가 통행료를 잘 올려주지 않는다. 매각할 비수익 자산도 없어 고민이 많다"면서 "유지관리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봐야 하는데새 사장이 오시면 그런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도로공사 노조 관계자는 "현오석 부총리도 정부 책임을 일부 인정했듯이 정부정책에 따라 공기업 부채는 커질 수도 적어질 수도 있다. 정부 책임도 있다면 충분한 지원을 병행해야 부채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자노선 도로건설이나 4대강사업 같은 정부 정책 때문에 공공기관부채가 늘어났다고 예를 들면서 "공기업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부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노조 관계자 역시 "우리 부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철도를 건설하느라 생긴 것이지 운영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익은 코레일에서 받는 선로사용료가 전부인데 이자 낼 돈도 안된다. 이자를 갚고 원금을 상환할 수준으로 선로사용료를 받으면 부채가 감소할 것"이라면서"정부가 선로사용료를 조정하지 못하면서 책임을 우리한테 돌리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숨도 못 쉬게 한다"며 한숨을 내쉬며 "지금도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재무개선 방안을 내고 경비를 줄여 보려고발버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채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지만 경기 같은 외부 변수가 있으니 계획대로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