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쇼크> ② 공룡 같은 중국의 M&A 식욕

입력 2014-08-13 05:57  

글로벌 브랜드 인수로 단숨에 세계적 기업 반열에 진입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미국 포드사로부터 18억 달러에 인수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84년 냉장고 부품 공장에서 출발한 지리는 오토바이를 만들다가 1990년대 말에야 중국 정부로부터 자동차 제조 승인을 얻은 토종기업이다.

그런 업체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삼켰으니 세계 자동차업계의 충격은 컸다.

당시 업계에서는 '뱀이 코끼리를 삼킨 격'이라며 지리가 볼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간 사건'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지리가 볼보를 인수한 것은 볼보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역량, 선진기술을 적극 활용해 중국 내 고급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을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리는 중국에서 생산한 볼보 자동차를 2016년부터 미국에 수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지리가 볼보의 기술개발이나 생산방식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온전히 자신들의 실력으로 뒤쫓아오는 것보다는 우리 기업에 훨씬 더 위협이 될 것"이라며 "특히 지리의 미국 시장 수출이 가시화되면 우리 기업과경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탄탄한 자금력 등을 앞세워 경영난에 처한 해외 '차(車)업체 쇼핑'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둥펑자동차는 올해 2월 프랑스 푸조ㆍ시트로엥(PSA)의 지분 14%를 사들이며 대주주가 됐다. 둥펑의 참여로 1810년 창업 이후 푸조ㆍ시트로엥을 경영해 온 푸조 가문의 단독 지배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중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그룹은 지난해 미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A123을 인수해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베이징자동차는 2009년 스웨덴 사브(SAAB) 2개 차종의 생산설비와 지적재산권을인수해 기술 개발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업체를 통해 어깨너머로 자동차기술을 익히며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은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IT와 식품업계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 1월 말 세계 최대 PC 제조사인 중국 레노버는 29억1천만 달러에 구글로부터 모토롤러를 사들였다. 레노버는 모토롤러 인수로 LG전자[066570]와 화웨이 등을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3대인터넷 기업도 M&A를 통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보유한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가 올해 3월 CJ게임즈에5천330억원을 투자해 CJ게임즈 지분 28%를 보유하며 3대 주주가 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중국 식품업체들은 해외 식품기업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중국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외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유 기업인 광밍식품은 올해 5월 이스라엘 최대 유제품업체 트누바 푸드의 지분 56%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926년 설립된 트누바는 이스라엘 10대 식품 브랜드가운데 7개를 보유한 기업이다.

중국 최대 육가공업체 솽후이는 작년 5월 미국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푸드를 71억 달러에 사들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M&A(지분투자 포함) 건수는250건, 439억 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1건, 323억 달러보다 건수는 46%, 금액은 36% 증가한 수치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글로벌 M&A 포식자'로 떠오른 것은 상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아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손에 넣음으로써 단숨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이는 인구 13억 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과 4조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중국 정부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M&A를적극 유도하는 것도 촉매제가 됐다.

M&A로 성장한 중국기업들은 이제 한국 기업들에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르고있다.

자동차산업도 현재 한국이 중국보다 기술면에서 4∼5년 정도 앞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언제든 따라잡힐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싸구려 차'라는인식이 강했던 것을 떠올리면 안심할 수 없다"며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 부품과 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 기업들에는 혹독한 도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 기업들의 M&A를 통한 기술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처음부터 기초를 다진 게 아니라 손쉬운 방법을 통해 선진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 내 합자기업의 지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기업들이 합작회사의 실적에 기대 자체 브랜드 발전에 소홀히 하고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반드시 중국 토종기업과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고 지분 상한도 50%로 엄격히 제한해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과의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와는 차별화할 수 있는 고급제품 생산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며 "특히 자동차와 IT 간의 융합처럼, 선진기술을 가진 산업끼리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fusionjc@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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