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현장> 제조업 중심 충북 "답은 현장에 있다"

입력 2015-11-19 07:00  

충북혁신센터 특허개방·스마트팩토리 구축 지원에 주력저인망식으로 지역 내 유망 중기·벤처 발굴 나서

우리나라 중심에 위치한 충청북도는 제조업의중심이기도 하다.

KTX 오송역으로부터 13km. LG화학[051910] 오창공장 등을 지나 차량으로 20여분을 달려가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무려 7천431.5㎢에 달하는 충북 지역의 '창조경제'와 '혁신'을 담당하는 곳 치고는 다소 소박한 모습이었다.

충북혁신센터는 기존 충북지식산업진흥원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 입주했다. 주변 건물들과 위화감없이 조용히 충북의 창조경제와 혁신을 준비하는 자세를 보는듯했다.

센터 안의 모습도 건물 바깥에서 받은 인상과 다르지 않았다. 실내는 조용했고센터 내 사무실 중 많은 곳이 '주인없이' 비어있었다.

궁금증이 커져갈 때쯤 사무실 한 곳에서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허보석 전문위원을 만나 답을 들었다.

LG생산기술원에서 파견 나온 스마트팩토리 구축 전문가인 허 위원은 "중소·벤처기업이 센터를 찾아오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이들을 찾아가다 보니 직원들이 사무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허 위원의 사무실 한켠에 걸려있는 보드판에는 중소·벤처기업과의 미팅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중소·벤처기업을 혁신센터로 끌어들여 북적대는 다른 혁신센터와 달리 LG[003550]는 제조업 비율이 40% 이상인 충북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직접 현장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LG가 주도하는 충북혁신센터가 출범 10개월여만에 지역 내 120여개가 넘는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센터 직원들의 발품 덕분이었다.

◇ 일대일 맞춤지원으로 지역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 = 지난 2월 초 LG와 충청북도는 '뷰티·바이오·친환경에너지 혁신'을 비전으로 충북혁신센터를 출범했다.

충북혁신센터의 자랑은 '특허개방'과 '생산기술 서포트존' 운영으로 요약된다.

충북혁신센터는 LG가 보유 중인 특허 5만2천건과 16개 정부출연기관의 특허 1천600건 등 총 5만4천여건을 개방했다.

LG는 5만2천건 중 5천200건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특허도 기존 고객 및 거래처와의 관계를 고려해 상징적인 수준의 로열티만 받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대규모 특허 개방에 나선 곳은 충북이 처음이었다.

LG의 뒤를 이어 지난 6월 삼성이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디스플레이, 전기 등이 보유한 특허 3만8천건을 개방하겠다고 밝히는 등 LG로부터 시작된 특허개방이 타 기업 및 혁신센터로 확산되고 있다.

생산기술 서포트존은 중기·벤처 제조 설비의 설계, 구축, 운영 등 모든 과정을개선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골자로 한다.

이같은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문제는 중기·벤처 입장에서는 개방된 특허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제조공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알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실제 충북혁신센터 개소 이후 2개월여 가량은 특허나 스마트팩토리를 문의하는전화가 띄엄띄엄 걸려왔다.

충북혁신센터는 발상을 바꿨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참 좋은데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 직접 현장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판단했다.

허 위원은 "충북 내 모든 지자체의 기업담당 주무부서를 찾아다니며 정말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곳을 추려달라고 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이들 기업들을 일일히찾아다니면서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중기 입장에서는 몇 달을 고민하던 것을 LG생산기술원의 고가 장비와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적용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충북혁신센터의 전략은 적중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지원 사업 등이 입소문이나면서 인근 기업들이 혁신센터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왜 저 회사만 해주고 우리회사는 안해주느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LG생산기술원에서 파견한 30여명의 직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지원대상 회사가 결정되면 짧게는 몇주, 길게는 2∼3개월 동안 팀을 이뤄 해당 기업의 제조 경쟁력 강화라는 한 우물을 팠다.

◇ KPT·지앤윈 등 스타 중소기업 배출 = 충북혁신센터는 개소 이후 특허·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뷰티·바이오·에너지 등 지역 특화산업에 LG의 기술·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과 10개월 만에 이같은 충북혁신센터의 포부는 결실을 거뒀다.

대표적인 스타 중소기업이 바로 KPT다. 이 회사는 충북혁신센터 뿐만 아니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성공사례 중 하나다.

의약품 제조기술을 응용해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청주 소재 벤처기업인 KPT는세계 최초로 구슬모양의 캡슐인 '환'에 액체상태 화장품을 넣은 '메멀전 펄'이라는원료 제형기술을 개발했다.

문제는 기술을 응용한 상품 개발과 판로 확보였다. 중소·벤처기업이라면 누구나 겪는 한계였다.

고민은 충북혁신센터 출범 후 LG생활건강과의 협업 과정에서 자연스레 해결됐다. KPT의 원천 기술에 LG생활건강[051900]의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 역량이 더해지면서 국내 최초의 환 형태 화장품 '백삼 콜라겐 진주환'이 출시됐다.

이 제품은 전국 1천200여개 더페이스샵 매장에서 판매되면서 출시 3개월 만에 3만개 이상이 팔렸다. 지난 9월에는 두 번째 협력 성과물인 '녹용 콜라겐 자생환'도출시됐다.

윤준원 충북혁신센터장은 "이제 KPT는 에스티로더나 로레알과 같은 세계적 화장품 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특허개방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충북 청원의 세일하이텍은 산업용 내외장 보호필름 생산업체다.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보호필름에 주력하던 이 회사는 LG화학으로부터 2차전지에 사용하는 스웰링 테이프(팽창) 관련 특허를 제공받았다.

스웰링 테이프는 원통형 2차전지를 전극 조립체로 감싸서 외부충격으로부터 진동을 최소화하는 핵심소재다.

세일하이텍은 제공받은 특허를 자체 필름 제조기술과 융합,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스웰링 테이프 생산에 성공했다.

세일하이텍은 개발한 스웰링 테이프를 LG화학에 납품함으로써 매년 줄어만 갔던회사 매출의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생산기술서포트존의 도움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지앤윈이 있다.

지앤윈은 박평수 대표 등 연구원 출신들이 모여 만든 코팅액생산업체다. 유리창의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그동안에는 보통 2∼3번의 코팅이 필요했지만 지앤윈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한 번의 코팅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박 대표와 지앤윈이 제품 양산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사업화를 위한 생산라인도 없었다. 박 대표는 결국 충북혁신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착공 4개월만인 지난 8월 충북 옥천에 공장을 세웠다.

LG생산기술원 전문가들이 제조설비 모든 과정에 기술지원을 했고 LG디스플레이[034220]는 패널용 유리가공 공정 기술력과 경험을 제공했다.

건축자재 국내 1위 기업인 LG하우시스[108670] 역시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앤윈은 최근 캄보디아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단열재 코팅액 1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향후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생활용 방습제 제조회사인 데시존은 LG전자[066570] 생산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와 3D 프린터를 활용해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김윤수 데시존 대표는 "비용 뿐만 아니라 한 달이 넘게 걸리던 시제품 제작기간을 사흘로 줄여 제품 출시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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