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키작은 아들에게

입력 2014-08-07 08:42  

아들아.

오늘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지. 네가 아빠, 엄마를 너의 두 팔로 감싸 안았을 때 ‘이제 우리 아들이 어른이 다 됐구나'란 생각이 들더구나.
 
너희 엄마가 첫 아이를 유산하고 몇 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그때는 곁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정말 견디기 힘들더구나.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다니고, 좋다는 약은 다 찾아 먹으면서 우리는 너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렇게 5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 네가 아빠, 엄말 찾아왔을 때, 난 한 동안 숨을 쉴 수가 없더구나. 우리는 ‘생명이란 게 이토록 소중한 것이구나’ 라는 걸 너를 통해 배웠단다. 넌 정말 우리에게 감동 그 자체였단다.

하루하루가 그토록 더디게 지나갈 수 없었고, 매일매일 너를 만날 생각으로 기뻤던 날들이었지. 하지만 엄마의 임신중독증 때문에 넌 8개월만에 2.1kg의 작은 몸으로 세상에 나왔지. 한 달 동안 인큐베이터 속에 있는 널 지켜보면서 매일매일 기도했단다.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게 해달라.’고.

그런 우리 부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넌 돌이 지나면서부터 몸도 건강하고 잘 먹어서 잔병치레 한 번 없이 정말 잘 자라 주었단다.

네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넌 축구공을 사달라고 조르더니 며칠 후, 축구교실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 그 때부터 넌 모든 장래 희망란에 ‘축구선수’라고 쓰기 시작하더구나. 그리고 넌 반드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구 연습을 하더구나. 그 때 처음으로 너의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걸 보았지. 우리 아들이 이토록 원하는 거라면 이 아빠의 힘이 닿는 데까지 꼭 밀어주겠다는 결심을 그 때 처음으로 했었단다. 물론, 너희 엄마는 하루라도 성한 데가 없는 네 몸을 바라보며 극구 반대를 했지만 나는 네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꿈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갖길 바랬단다. 

유난히 성장이 빨랐던 넌 큰 키 덕분에 수비나 공격, 어느 포지션에서도 상대 선수를 제압했고, 스피드나 개인기도 또래 아이들 보다 좋아 골 성공률도 높았지. 그렇게 넌 너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렸고, 아빤 그런 우리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그런데 네가 중학교 2학년을 지나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연습에도 곧잘 빠지기 시작했지. 사춘기가 일찍 온 것일까, 슬럼프가 찾아온 것일까 몇 번이나 너에게 다가가 묻고 싶었지만 사실, 아빠는 우리 아들이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갖고,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기만을 기다렸단다. 하지만 넌 끝내 아무 말이 없었지. 그런데 네가 경기가 있던 날에도 아빠,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몰래 경기장을 찾아갔단다.

그런데 선발로 뛰지 못하고 후보 선수 자리에 앉아있는 너를 처음 보면서 조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더구나. 나는 네가 볼까봐 조용히 경기장을 나왔지. 후보 자리에서 공을 따라 움직이던 너의 눈빛과 몇 번이나 운동화 끈을 고쳐 매며 순서를 기다리는 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구나.

며칠 후, 아빠는 감독 선생님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고, 선생님으로부터 요즘 네가 너보다 키가 작았던 친구들과 후배들이 너의 키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고민에 빠진 것 같다고 하시더구나. 몸싸움에서는 한 번도 밀리지 않던 네가 너보다 큰 녀석들에게 조금씩 밀리는 것을 느끼며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하셨지. 

나는 순간, 가슴이 탁 하고 막혀왔지. 연습이 힘들거나 실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싫증이 난 게 아니라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에 아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단다. 더욱이 고교 입학을 앞두고 너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  편이 아려오더구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나의 노력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 동안 네가 왜 내게 먼저 와서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더구나. 그 때 너의 키 168cm. 내 키가 165cm, 너희 엄마가 150cm인 것을 감안하면 너의 키가 작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결코 우리 아들이 작은 키 때문에 큰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단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성장클리닉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곳을 알아냈지. 그래봐야 소용없다던 너를 간신히 설득해 어렵게 성장클리닉을 찾아간 첫 날, 원장 선생님은 너의 이야기를 한참 들으시더니, “아이를 10개월 꽉 채우고 낳았나요?” “혹시 아이에게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진 않았나요?” 등 여러 질문을 하시더구나.
“아무래도 부모가 작으니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거겠죠?” 라고 조심스레 묻는 내게, 원장 선생님은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은 20%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성장기의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느냐에 따라 유전적인 요인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하셨지.

희망과 기쁨도 잠시, 명색이 미래 운동선수의 아들을 둔 부모가 보통 부모들 보다 자녀의 성장 문제에 무심했다고 생각하니 고개를 들 수가 없더구나. 나 역시 어린 시절, 남보다 빨리 자라고 성장이 멈췄던 기억이 난다고 하자 원장님은 아마도 유전적인 소인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지. 좀 더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 게 미안했고, 좀 더 일찍 너의 키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나 자신을 탓했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니?

여러 가지 검사 결과, 사춘기 발육상태가 남들보다 1년 정도 빠른 편이어서 조기 성숙이 염려된다고 하시더구나. 성장은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지는 게 아니니 시간을 두고 함께 노력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너의 두 손을 꼭 잡아주셨지.

원장선생님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그와 더불어 하루에 우유 1리터 이상을 마실 것을 권하셨어. 또 성장탕과 성장산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셨고, 그와 함께 성장침과 림프경락 마사지로 성장판을 자극해줘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시더구나. 그 결과, 넌 1년 만에 8.1cm나 자랐단다. 원장 선생님이 치료를 꾸준히 계속한다면 180cm까지도 문제없을 거라고 말씀하실 때, 아빠는 정말 원장선생님을 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더구나. 그 때, 우리가 찾은 건 너의 숨겨진 키 10cm가 아니라 우리 아들의 자신감, 자존심 그리고 꿈이었단다. 

너는 마침내 너의 입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180cm의 꿈을 힘들게 이뤄냈지. 하지만 이건 너의 꿈을 위한 외적인 조건일 뿐이란다.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내적으로도 힘든 고비가 더욱 많다는 걸 깨닫고, 꿈을 향해 더욱 힘차게 정진하길 바란다. 아빠는 언제나 너의 붉은악마 1호란 것도 잊지 말아다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자료제공 :하이키한의원)

한경닷컴 bnt뉴스 생활팀 life@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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