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성형외과 한승묵 원장 칼럼] 환관은 탈모가 생기지 않는다?

입력 2014-09-30 09:28  

[라이프팀] 예전에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 갔을때의 일이다. 길림성의 장춘이란 곳에서 청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가 만주국황제로 있을 때 살았던 위만주국황궁이란 곳을 관광하러 갔는데 당시 일행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황궁 곳곳을 안내하던 중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청말기에서 만주국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환관들에 대한 얘기가 그것이었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의 환관들은 대부분 40대이후에 환관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족을 꾸리고 난 후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자식을 낳을 필요가 없는 40대이후에 생계를 위해서 환관에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환관에 대한 이미지하고는 동떨어진 직업인으로서의 환관에 대한 얘기라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얘기를 듣다가 문득 탈모의사로서 직업적인 호기심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40대 이후에 환관을 지원했다면 이미 대머리가 진행된 경우도 상당히 있었을 텐데 환관이 된 이후에 그들의 머리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것이다. 

환관에게는 대머리가 없었다는 사실은 의학사적으로 탈모의 원인을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헌상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시대에서부터 이 사실이 기록되어져 왔는데 왜 그런건지 그 이유에 대한 조사는 20세기에 들어서야 이뤄졌다. 1949년에 해밀턴이라는 해부학자가 환관에게는 왜 대머리가 없을까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연구를 한 결과 남성호르몬이 탈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당시의 환관들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대머리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남성호르몬과 탈모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냈다. 젊은 환관과 늙은 환관의 탈모의 진행 정도가 차이가 나고 탈모 가족력이 없으면 남성호르몬을 투여해도 대머리가 안 나타난다는 사실도 알려져서 노년에 갈수록 탈모가 심해지는 이유와 탈모가 유전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의학적으로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5알파-리덕테이즈라는 효소에 의해 DHT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 DHT가 모낭의 수축을 유발시켜 탈모를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탈모의 발현에는 유전과 나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탈모의 원인에 대한 현재의 의학적인 정설이고 이 정설을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환관들의 탈모에 대한 연구였었다.

원인만으로 놓고 보면 유전과, 나이, 남성호르몬의 작용 정도가 탈모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실제 개개인에게서는 상황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쌍둥이인데 한쪽은 대머리이고 한쪽은 머리가 멀쩡한 경우도 만나볼 수 있고 남성 호르몬의 작용이 미미한 여성에게서 유전형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탈모의 실제 진행과정은 위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그래도 큰 줄기에서는 거의 대부분 유전적인 경향을 따라가는 편이고 그래서 부계나 모계에 탈모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모발이식을 하는 경우에도 유전과 나이를 잘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모발이식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의 모낭을 이식하는 것이라 이후에 진행되는 탈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탈모가족력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처음에 이식할 때 헤어라인을 현재의 머리모양에만 맞추어서 결정하면 이후 탈모가 더 진행되면 전혀 안 어울리는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이식한 이후 탈모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몇 년 뒤 새로 진행된 탈모부위에 대해 재 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1차 수술시에는 미관상 꼭 필요한 부위에만 이식을 권유하고 탈모에 대한 치료에 더 집중할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환관들에게는 대머리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럼 대머리가 환관이 된 경우는 어떠했을까? 혹여 머리가 다시 자라지는 않았을까?

이것에 대한 연구는 없다. 단지 트랜스젠더로 성전환수술을 한 경우의 기록은 있는데 성전환자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타난 양상만으로 거세와 탈모에서의 회복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추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해서 필자가 만주국 위황궁에서 이 질문을 떠올렸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머리가 환관이 되더라도 머리가 다시 자라지는 않는다. 단지 더 진행되지만 않을 뿐이다.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남성호르몬은 모낭을 수축시키기는 하지만 모낭을 퇴화시켜 완전한 대머리로 만드는 역할까지는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부분은 만성미세염증반응이라 부르는 다른 메커니즘이 관여하는 걸로 되어있는데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남성호르몬은 총의 방아쇠역할은 하지만 총알역할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탈모치료시 남성호르몬의 모낭에 대한 작용을 차단해도 탈모의 진행만 막을뿐이지 머리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프로페시아같은 DHT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제를 복용해도 모발이 다시 나는 부분은 최근에 빠진 부위로만 한정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40대 이후의 대머리 환관이 만일 필자를 찾아와서 탈모에 대한 치료를 문의한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할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치료법중 당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모발이식외에는 없습니다' 라고  
대머리를 사막에 모발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사막에서 나무가 자라기를 무한정 기다리기보다는 나무를 옮겨 심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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