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훌라 백이 클래식하지 않은 이유? 훌라코리아 김경혜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입력 2013-01-09 10:33   수정 2013-01-09 10:33


[윤태홍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트렌디한 ‘잇 백’의 시대를 지나 가방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등장한 오늘, 여성에게 가방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가방은 소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가방의 사회학은 복잡다단하다.

그렇다면 여기, 이탈리아 브랜드 ‘훌라’의 백을 든 여성이 있다면 무엇이 연상 되는가.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고 지적이며 세련된 취향과 태도, 안목을 갖춘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훌라에 대한 당신의 해석은 옳다.

1927년 이탈리아 블로냐에서 태생한 훌라는 오랜 시간 브랜드 고유의 ‘정신’을 당대의 여성들과 공유했다. 합리적일 것 그리고 견고한 아름다움을 지닐 것.

“훌라는 매 시즌 마다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라인을 살짝 변주하는 여타의 브랜드와 다르죠. 이탈리아 공방에서 정말 강도 높게 일을 해요. 훌라는 우직하고 성실한 학생 같아요. 편법을 모르죠(웃음)” 훌라 코리아 김경혜 대표는 말한다.


2013년 S/S 시즌에도 훌라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블랙과 화이트 투톤 배색의 비너스 라인, 고전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파이퍼 럭스 라인, 고무 가방에 최고급 가죽을 덧댄 캔디 라인 등이 전 세계 65개국, 320여개의 매장에 놓일 예정이다.  

“훌라는 찰나와 같은 멋에 집착하지 않아요. 공격적인 마케팅도 커머셜한 라인도 진행하지 않죠. 오너 지오바나 훌라네토 여사의 방침이에요. F.U.R.L.A 라는 심플한 로고를 단순하게 제시합니다.”

그런데 최근 훌라가 달라졌다. 천연 가죽이 아닌 말랑말랑한 고무 소재인데다 톡톡 튀는 네온 컬러의 보스턴 백, ‘캔디백’을 선보인 것. 이 40만원대 고무 가방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탈리아 출신의 행위 예술가 시시와 퍼포먼스도 이뤄냈다.

도쿄, 모스크바, 밀라노, 파리, 홍콩 5개 도시를 순례하며 캔디백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캔디 브리시마(Candy Brissima) 프로젝트는 가방의 형태를 비틀고 파괴하는, 예술과 노동이 한 데 뒤섞인 유희의 현장이었다. 

“훌라는 불변하는 고집스러움이 있습니다. 훌라의 고객은 브랜드 정신을 공유하고 있어요. 훌라가 모험, 도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거나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죠.”

김 대표는 2005년 훌라와 인연을 맺은 뒤 본사와 국내 에이전트와의 불협화음을 조율하고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훌라 코리아의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환희를 느낀 순간과 가장 힘겨웠던 시간도 바로 그 때다.

“이탈리아 본사가 원하는 브랜드 전개 방향과 에이전트의 뜻이 맞지 않았던 거죠. 소송까지 진행되었어요. 3개월 동안 피 말리는 접전의 시간이었죠. 하지만 결국 저는 사람을 믿고, 마음의 음성을 따르는 성격입니다. 에이전트에 몇 번이나 찾아가 설득하기에 이르렀죠”


뒤늦게 양육 전선에 뛰어든 탓도 있겠지만 훌라를 만난 이후 김 대표의 삶 자체는 물론 패션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패션의 완성을 이어링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손톱에 힘을 준답니다. 가방과 네일 컬러가 만났을 때 미묘한 뉘앙스를 주는 것 같아요.”

훌라는 이탈리아 현지 생산과 동시에 전체 제품의 40%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각 마켓의 특징이나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디자인하기로 유명하다. 어깨에 매거나 손으로 들 수 있는 투웨이 백을 선호하는 한국 고객에 맞춘 ‘이스키아 라인’이 그 예다.

또한 가죽 소재를 좋아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다는 점을 반영해 가격을 조금 낮춘 ‘뉴퓨투라 라인’을 출시했다. 그리고 훌라는 지금 활기 넘치는 도시, 서울에 어울리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2001년 즈음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훌라를 처음 봤어요. 여성스런 색상,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매력적인 백이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훌라는 스타일 완성 단계에 이르는 백이에요. 미니멀하고 페미닌 합니다. 또 굉장히 지적이지 않나요?” 김 대표가 달뜬 음성으로 물었다.

85년 넘게 훌라는 클래식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시대 여성이 갈망하는 모든 걸 제시했다. 이는 훌라가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가장 트렌디한 잇 백(It Bag)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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