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현경 “내가 천상여자? 글쎄···”

입력 2013-07-20 11:09  


[박윤진 기자/사진 김태균 기자] “재킷 안에 이너웨어만 입고 조금 파격적으로 찍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너풀거리는 시폰 원피스에 통굽 웨지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수줍게 지어 보이던 미소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배우 이현경은 셔터 소리에 맞춰 ‘천상여자’라는 외형의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묵혀둔 자신의 끼를 뜨거운 조명 아래 비춰 보였다.

화보 촬영과 인터뷰를 위해 bnt스튜디오를 찾은 그녀는 작고 아담한 체구의 가녀린 모습이었지만 의상을 대면한 순간부터는 욕심 많은 여인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특유의 청순가련형 이미지는 입고 걸치는 의상에 맞춰 카멜레온처럼 변했다.

“쇼핑몰 사업을 한 경험 덕분에 사진 찍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항상 정적인 이미지를 의도치 않게 대중에 어필을 해 왔는데 이번 화보에서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 ‘여왕의 교실’에 이어 ‘불의 여신 정이’ 출연을 앞둔 그녀는 오랜 공백을 깨고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중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가방 디자인까지 나서게 됐다고. 이태리 가방 브랜드 안소니앤테스의 뮤즈로 발탁 된 이현경과 화보,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다.

뮤즈 이현경, 패션과 밀접한 인연을 맺다

뮤즈로 발탁된 안소니앤테스의 토니권 대표와 이현경의 인연은 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스로를 모델과 함께 설 프로포션은 절대 아니라고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벌써 수번을 런웨이에 오른 그녀다.

“가끔 중요한 쇼가 있다고 하면 연락이 온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분명 망설였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배우로서 표정에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함께 해보자는 토니권 대표님의 설득 끝에 오케이 사인을 냈다”

2013년 4월에는 남편 민영기와 함께 패션디자인스쿨 모다랩이 진행한 패션쇼 런웨이에 올라 대한민국 대표 스타 부부의 화려한 워킹을 선뵀다. 당시 이현경이 연예계의 패셔니스타로 정평이 나있던 것처럼 의상 제작과 관련해 남다른 열의를 표해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토니권 대표와의 작고 큰 인연들에 의해 이현경은 안소니앤테스의 전속 모델로 발탁됐다. ‘이현경 스터드 라인’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감각적인 스타일링 팁을 전해볼 예정. 보통 40대가 되면 으레 화려한 것들에 눈길이 간다면서 이번에 선보인 스터드 백은 포인트를 두기에 더 없이 좋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안소니앤테스가 이베이와 아마존 티타늄셀러와 독점파트너가 돼서 이현경 라인의 F/W스터드백을 론칭하게 됐다. 옷은 무심하거나 모던하게 입어도 가방으로 포인트 하나만 잘 살리면 센스 있어 보인다”

40대 워너비스타의 섬머룩


이날 이현경은 스터드와 해골 스터드가 박힌 유니크한 백과 함께 총 네 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도시적인 오피스룩과 상큼발랄한 캐주얼 셔츠룩까지 다양한 무드의 의상들에 맞춰 표정과 포즈를 위트 있게 지어내 보였다.

손으로 가볍게 들어낸 스터드 블랙 클러치에는 시원하고 청량감 넘치는 블루 계열의 레이스 원피스를 매치해 세련미 넘치는 분위기를 어필했다. 우아한 셔링이 원피스 전면을 드리운 딥 블루 계열의 원 숄더 원피스는 매혹적인 바디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화이트 재킷과 베스트를 스타일링 한 이현경은 트로피칼 무드의 오렌지 컬러 팬츠를 두가지 버전으로 선뵀다. 시폰 셔링이 달린 화이트 베스트와 매치한 팬츠룩은 경쾌한 오피스룩 분위기를 냈다. 하이라이트는 이너웨어를 생략한 재킷 스타일링. 두 눈을 부비게 할 만큼 대담하고 프로페셔널 했던 이현경의 센스가 이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루즈하게 걸친 블랙앤화이트 컬러 조합의 체크 셔츠는 편안해 보이면서도 시크한 무게감이 동시에 공존한다. 어깨에 살포시 걸친 스터드 백은 전체 룩에 유니크한 분위기를 돋웠다.

브라운관, 미시 여배우로 돌아오다


이현경은 자신의 모습이 남편 민영기를 만나기 전과 후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이유인 즉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 부부는 정반대의 취향을 가졌기 때문.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남편 덕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경험 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무려 세 작품이나 소화해내고 있지만 이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 자극적인 상황이나 연기에 대한 부분에서도 넓은 시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면서 이현경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안겼다. 오늘처럼 속살을 드러내 보이겠다는 행동은 예전 같았다면 스스로가 먼저 제안해 볼 수 없었을 거라고. 쇼핑을 나갈 때면 에나멜 소재와 같은 대범하고 톡톡 튀는 아이템을 집어 드는 남편 덕에 언젠가부터 생각의 뿌리가 바뀌고 센스도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가 된 것을 느꼈단다.

이러한 변화는 드라마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이현경에 기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예계를 둘러보면 결혼과 출산 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컴백해 더 좋은 평가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는 미시 여배우들이 많다.

김남주, 김희선이 그 예. 그렇다면 드라마와 가방 브랜드의 뮤즈로 이 제 막 스타트업을 한 이현경도 미시 여배우로서의 타이틀이 욕심날 법도 하다. 대중들로 하여금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냐는 질문에 단번에 ‘이미지 변신’을 거론했다.

“환경이 안정되고 여러모로 자신감이 붙으니 오랜 시간 꼬리표마냥 따라온 천상여자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싶었다. 최근 밤무대 가수 역할을 제의 받았는데 아쉽게 일정이 겹쳐 고사하게 됐다. 스스로는 한 번 쯤 시도해 볼 도전이라고 생각해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남편을 만나고 3년을 살아보니 요조숙녀에서 유쾌하게 변한 지금의 모습에 상당히 만족한다는 이현경. 잉꼬부부에 대한 이미지가 한편으로는 조심스럽지만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미시 패셔니스타로 닮고 싶은 1순위 여배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의상: 제시뉴욕, 주얼리: 루첸리, 가방: 안소니앤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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