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희, 소름끼치는 한 마디 "어찌 보면 평화는…"

입력 2013-09-08 14:06  


[김민선 기자] 영화 ‘숨바꼭질’(감독 허정)이 11년 만에 스릴러 판도를 바꿔 놨다. 개봉 4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숨바꼭질’은 명품 시나리오와 명품 배우들의 힘으로, 결국 2003년 개봉해 줄곧 스릴러 흥행 1위를 유지해오던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을 제쳤다.

영화는 초반, 배우 손현주(48)의 첫 주연작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문정희(37)의 미친 존재감으로 빛을 발했다.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가장들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숨바꼭질’에서 문정희는 딸과 함께 사는 한집안의 가장이자 반전 있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최근 bnt뉴스와 만난 문정희는 커다란 눈에 여리여리한 몸매 그리고 애교가 묻어나는 말투로 영화 속 주희를 떠올릴 수 없게 했다. 많은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꼽히는 그가 자격지심 많으면서도 집착 강한 여자라니.

“처음에 저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는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사실상 주희란 역이 작품으로 들어오는 것도 여배우로서 연기하는 것도 흔치 않잖아요. 그 희소가치에 끌려 주희를 선택하게 됐죠.”

전작 ‘연가시’(감독 박정우)에 이어 이번 ‘숨바꼭질’에서도 모성애 강한 엄마 역을 맡은 문정희는 아이를 지키고자 보이는 광기에 가까운 모성애가 자칫 ‘연가시’ 속 경순과 닮아 보일 수 있었으나 오랜 캐릭터 분석으로 둘의 차이를 확실하게 표현해내며 다시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경순이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성애였다면 주희는 단순히 내 것에 대한 집착이에요. 물론 경순이 시간이 지난 뒤 확 돌변하지만 이는 연가시에 의한 감염 때문이지, 처음부터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주희와는 달라요. 어떻게 보면 평화(김지영)는 주희의 딸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실제 주희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피해자라고 착각하며 도덕적 잣대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보였다. 지나칠 정도로 강한 집착에 관객들은 혀를 내둘렀고 문정희는 그런 점이 자신과 주희의 닮은 점이라 털어놨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규정짓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있고 또 저에게도 있는 성향을 주희에게 반영시킨 거죠. 물론 그걸 극대화시키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주희가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그렇게 연기했겠죠. 캐릭터랑 너무 거리가 있으면 잘 못해냈을 거예요.”


‘숨바꼭질’이 실화를 바탕으로 해 관객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면, 문정희는 실감 나는 연기로 그 공포심을 배가시켰다. 그는 여배우로서의 미모를 잠시 내려놓고 평소 이미지와 반전되는 모습으로 완전히 주희 역에 녹아들어 상황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

“얼굴에 버짐도 피게 했고 기미도 그려 넣었어요. 헝클어진 머리는 예전에 했던 파마가 풀려 그냥 질끈 묶은 거고요. 옷도 항구도시란 배경에 맞게 일부러 부둣가에서 작업하는 사람들 사진을 다 찍어 스타일 했고, 아줌마 느낌을 주려고 일부러 수트도 두툼하게 제작했죠. 뷰티 쪽으로는 거의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으나 문정희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대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남자 배우와 격렬한 액션신을 촬영한 그는 발톱이 여러 개 빠지는 부상에도 이를 악물고 달리며 결국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는 악바리 근성과 투혼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프긴 했지만 솔직히 액션 영화 찍으면 더 다칠 줄 알았어요. 걱정 많이 했는데 손현주 선배님과의 합도 정말 잘 맞았고… 늘 멍을 달고 다녔지만 그래도 이 정도 다친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영화 속 어리숙해 보였던 주희가 정체를 드러내자 관객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성수(손현주)의 아이들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을 땐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이처럼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주희가 문정희와 동일인이라니. 실제로 만난 그는 말투에 애교가 묻어나왔으며 한없이 밝은 모습으로 본래 성격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애교라기보단 그냥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싫어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또 선배님들과 함께 있을 땐 제가 막내라서 장난도 많이 치고요. 그런데 성수의 아이들에게는 제가 호랑이 역을 했어요. 그들도 도움을 원했고, 아무래도 손현주, 전미선 선배님은 부모지만 저는 주희니까 그게 더 와 닿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평화랑은 잘 지냈어요.”


이처럼 매력 넘치는 문정희가 자꾸만 러브라인 없는 엄마 역을 해 아쉬움을 자아낸 가운데, 그가 차기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오랜만에 로맨스를 예고했다. 이는 백수인 아빠를 딸이 중고 사이트에 올리자 자존심 상한 아빠가 새롭게 변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문정희는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을 하는 엄마를 맡았다.

또 엄마 역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저 엄마 할 나이에요”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겸손하게 자신이 엄마 역을 할 위치라고 소개한 그는 그럼에도 로맨스를 곁들인 색다른 엄마의 모습을 예고해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더욱 빛나는 문정희. 여배우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또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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