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 쓰는 도시 남자 하상욱, “저처럼 되지 마세요”

입력 2014-02-08 18:07  

  
[김재영 기자] “뭐봐, 시봐” 이 글과 함께 뿔테안경을 낀 한 남자가 시집을 읽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마니아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사진이다. 웃음부터 나는 사진이지만 사실은 웃고 넘길만한 사진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시에 대한 풍자 그리고 틀에 갇히지 않은 사진 속 남자 SNS 시인 하상욱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팔이’로 잘 알려졌으며 시집 ‘서울시’ 저자인 그는 현실을 담은 위트 있는 시로 현대인들과 소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음료, 담배 광고에서까지 그의 시들을 볼 수 있어 점차 많은 사람에게 하상욱의 시가 읽히고 있다.
 
이제껏 본적이 없는 형태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의 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독창적인 시를 쓰기까지 그의 삶과 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 김탄, 쓰레기 그리고 도시남자 ‘시팔이’

 
압박이 있을 때보다 자유가 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다. 시인 하상욱은 자유 속에서 시를 찾은 예술 시인이다. “부모님은 제가 뭘 하든 상관을 안 하세요. 심지어는 재수할 때도 공부하라는 소리를 한마디도 안 들었어요”

하상욱은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고 꿈이었고 학창시절에는 6년가량 만화에 심취해 있었다. 하이틴 코믹부터 대하 서사까지 스스로 다작을 해왔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싸이먼앤 가펑클을 좋아했고 졸업 후에는 게임회사, 전자책 만드는 곳에서 일하며 서울시를 써왔다.
 
그야말로 예술로 점철된 삶이다. 이러한 예술적 재능으로 시집 ‘서울시’의 99%를 그의 손으로 완성했다. “책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제 손을 거쳤어요. 하드커버지만 만원이 넘어가지 않게 가격도 책정했고요” 이미 10만 유저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시의 저자답다.
 
그는 어떻게 ‘시팔이’가 되었는지 묻자 트렌디한 키워드들이 줄줄이 나왔다. “이민호보다 김탄이 더 입에 붙잖아요. 친근하고 재밌는 닉네임은 중요하거든요. 시봐, 시빨이 좋아요. 이런 것도 다 그런걸 노린 거죠” 이러한 키워드로 유명세를 타며 SNS에서 하상욱의 시는 더욱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상욱은 어떻게 처음 시를 시작하게 됐을까. 수없이 많은 시들 중에 짤막한 시로 SNS를 장악하기까지 ‘경쟁’이 없었기에 그의 시가 탄생할 수 있었다. 긴 산문시와 기존 형식의 시를 쓰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고 잘하는 이들이 많기에 치열했다는 것. 처음 쓴 시 ‘개허세’가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시와는 다른 4줄의 독특한 구성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시의 의미는 강력하게 함축되어 있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해 그래서 사랑이 변해”라는 내용의 ‘개허세’는 우스갯소리 같지만 뭔가 가슴 한구석에 씁쓸함이 느껴지게 한다. “제 글은 유머를 담고 있지만 슬픈 글이기도 해요” 마시멜로처럼 말랑하지만 탄산음료처럼 톡 쏜다.
 
“하지만 충분한 창작 기간을 두고 있어요” 일부러라도 징크스를 가지지 않으려 하기에 휴대전화 메모장으로 작업한 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작품을 저장해 놓는다. 기계를 이용해 시를 쓰는 그에게서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도시 남자예요. 하하하” 굉장히 도시적인 스타일이라며 재차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는 모습이 재밌다.
 
■ 남자친구룩을 입은 ‘볼매남’


“저 오늘 비비도 바르고 왔어요. 사진 찍는다길래” 인터뷰와 함께 사진 촬영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깔끔하게 단장을 하고 나왔다. SNS에서 보던 사진 속 패션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스타일이다.
 
예술을 하는 남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패션 감각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는 남자친구룩을 지향한다. SPA 브랜드를 주로 즐겨 입는데 유니클로, 자라, 탑텐, 에잇세컨즈 등으로 스타일을 완성한다. 때와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옷을 입는데 와이셔츠, 넥타이가 베이스가 된다. 너무 일본느낌이 나지 않는 일본인의 느낌이 섞인 유럽 패션이 그가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다.
 
패션 화보를 찍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뼈가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셀카 화보집을 내고 싶어요. 하지만 거기에도 전문 화보집에 대한 풍자가 있다는 사실이죠”. 작가소개, 목차 같은 포장들이 없는‘서울시’가 떠올렸다.
 
외모에 대한 연이은 물음에는 ‘보정’을 자신 있는 외모로 꼽았다. 화장실에서 그대로 찍으면 더러운 느낌도 색감 보정을 통해 예쁘게 게재한다. 디자인하다 보니 이러한 그의 장점이 됐단다.
 
■ “저는 이게 좋아요” 하상욱 라이프 
 

KEYWORD1∥ 박수진
“박수진씨라면 성격이 더러워도 함께 할 수 있어요” 스타 박수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상형을 묻는 말에 단번에 박수진을 꼽았다. 성격적인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박수진이다. 확고한 이상형만큼 이상형을 묻는 여성들에게도 칼답으로 일관한다. “제 스타일 아니니깐 포기하세요”

KEYWORD 2∥ 주성치와 ‘희극지왕’
역시 남다른 감성은 영화 취향에도 드러난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주성치. 서울시에는 주성치의 감성이 담겨있다. 웃긴대 아픈 이야기를 다루는 주성치의 영화 중에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희극지왕’이다.

내용은 즉, 직업여성 장백지와 주성치가 하룻밤을 보내고 이후 주성치가 장백지에게 돈을 보낸다. 이때 장백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돈을 받는다. 여기서 장백지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우는 장면이 있다. “역대 본 멜로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작품이에요”


KEYWORD 3∥ 싸이먼앤 가펑클, 킹즈오브 컨베니언스
싸이월드 클럽 음악 게시판지기를 할 만큼 대학 시절 하상욱은 음악에 미쳐 있었다. 하지만 그가 듣는 대부분 음악은 외국 음악이었다는 것. 대학교 때 제일 좋아하는 음악가는 사이먼앤 가펑클이었고 지금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제이미 컬럼 등을 좋아한다.
 
추천해주고 싶은 곡은 ‘마인드 트릭(Mind Trick)’,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웟아캔 세이브유 프롬(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다. 그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추천하면서 “이건 진짜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너무 좋아요”라며 그 곡을 찾기 위해 몇 분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 TO. 대학생과 젊은이들에게
 

“도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도전이라는 말로 강연도 많이 나갔다는 그는 도전, 성공, 열정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들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싫다며 딱 잘라 말했다.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도전에 대한 안도감은 새로움에 대한 가능성을 막아버리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패배자처럼 비친다는 것.

“이분법으로 나뉘는 말이죠. 저는 계획도 잡지 말라고 해요. 큰 계획을 잡고 사는 사람들은 중간에 어떤 가능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때그때 판단해서 실행해봤으면 해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에게 조건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이 속속들이 그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상욱은 스스로 ‘해봐, 잘될 거야’ 같은 충고들도 자제한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포장된 말이 오히려 부정적일 때가 있어요. 대학생들이 긍정적인 단어로 포장된 말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죠”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에 tvN에서 방영하는 강의가 인상에 남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학생이 입시 관련 이야기를 꺼냈는데 건대 경제학과를 가고 싶지만 수능 등급이 4~5등급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러자 경제학과를 가려면 몇 등을 해야 하는지 아느냐며 강연자가 질문을 던졌다. “저런 얘기 사실은 잔인하고 현실적인 얘기죠. 그렇지만 저런 게 오히려 힐링이 될 수 있어요”

그는 연이어 “현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현실을 얘기해주는 것이 힐링이고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잠깐 환상을 주는 것이 힐링 일 수 있겠죠. 대학이 꿈이면 어때서요.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에게 가끔 하상욱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가끔 하상욱처럼 되고 싶어요.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너처럼 되세요라고 말해요” 누군가처럼 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가진 것 같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호날두가 되는 것보다 호날두를 따라가는 게 더 힘들 듯이 말이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그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위트있지만 시니컬한 그와의 인터뷰는 ‘의외’이기도 ‘역시’이기도 했다. 시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현대를 사는 자신만의 철학만은 올곧았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쏟아져 나온 명언들은 많은 사람이 접했으면 싶은 강렬한 메시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팔이 하상욱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하상욱 트위터, 네이버 책, 영화 ‘희극지왕’ 포스터, 다음 뮤직,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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