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마에스트로의 한국 상륙기

입력 2014-05-03 13:18   수정 2014-05-03 13:18

 
[유정 기자]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완벽히 꿰어낸 바느질과 최상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백은 현대 문명의 가치를 뛰어넘는 의미를 갖는다.

역사와 전통에는 장인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영돼있다. 이태리에는 현재도 발전을 기하고 있는 패션하우스의 장인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번성해온 그들의 예술 공방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어쩌면 패션하우스와의 협업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고유성을 외치는 패션계에서 장인의 헤리티지는 그 자체로 뜻 깊다. 언제나 대외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는 브랜드의 디자이너지만 이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장인들이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가죽명장 쥐세페라바(Giuseppe Lava)는 완벽한 바느질과 프랑스와 이태리를 넘나들며 공수해온 최상급 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다. 세계 최고의 가죽기술을 보유한 에르메스 사의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 핸드메이드 마에스트로 
 

가죽의 명가 에르메스는 1800년대 초반부터 가죽 공방에서 출발한 장인 중심 브랜드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죽 제품이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건 장인에 대한 존중 혹은 존경에서 시작한다.

기성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현시대에 이토록 장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혼을 담아 제품 하나하나를 정성껏 만들고 그 기술을 대대손손 전하면서 쌓인 노하우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닌다.
 

가죽의 관한 탁월한 안목, 섬세한 바느질, 완성될 제품의 견고함 등 기성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정성이 깃들어있는 가방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에르메스 가죽 공방 장인들이 그러했듯이 경험이라는 것은 돈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쥐세페라바는 에르메스를 비롯해 브리오니, 산토니 등 명품 브랜드 생산을 맡은 경험이 있다. 브랜드의 노하우가 집약된 기술로 전해 내려와 명품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태리의 수많은 공방들이 패션하우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이 경험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이태리 공방제작자들의 한국 상륙기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이 디자인 하우스의 공방 제작자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발렉스트라, 브리오니, 에르메스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장인의 헤리티지 알리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인들의 기술과 노력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내는 SPA브랜드의 아이템들과 전통있는 패션하우스의 제품의 차이점은 순전히 장인들의 존재 때문인 것이다.

명품이 오랜 시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브랜드 그 자체의 가치를 존중해서기도 하지만 수십년간 그들만이 가진 노하우를 믿고 구매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가 명품에 집약되는 건 기현상이 아닌 올바른 소비문화라고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공방과 한국을 잇는 유통다리
 

이미 예전부터 이태리 가죽 명가의 제품을 보며 국내 도입을 고려하던 수입사들은 명품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한 한국인들을 타깃으로 제품을 속속 들여오고 있는 추세다. 강남 등지에 우후죽순 늘어나는 편집샵들이 호황을 이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들어선 편집샵부터 대형 유통사들이 이 같은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하는 유통사 입장에서는 발빠른 소비트렌드에 따라 앞다투어 ‘명품’을 들여오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에 입점하고 있는 로열마일(담당자 권성문)은 남성 프리미엄 잡화 편집샵으로서 쥐세페라바의 브리프케이스 전문 브랜드 아뜰리에 라바(Atelier Lava)를 올 6월 말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태리 장인의 손길이 한국에도 자연스럽게 맞닿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아시아권 회사들의 유럽과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 원만한 진행이 이뤄진 데에는 이태리 현지 무역회사의 힘이 한몫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종합무역회사 TOTUM을 통해 다양하게 얽혀진 셀러와 바이어간의 계약관계를 올바르게 성립시켜 합리적 결과를 얻어 냈다.

TOTUM의 대표 박종성과 GUISEPPE LAVA BOLOGNA s.r.l의 아시아 독점 에이전트 LA TERRA(라테라)의 대표 이은주는 한국과 일본에 이태리 핸드메이드 백을 소개하고 있다. 이 둘은 부부 사업가로 대기업 유통관련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LA TERRA에서는 여행업 피렌체 바구니 가이드를 운영하여 글로벌 비즈니스 연결고리로 활용 중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새로운 제품들을 쇼룸으로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유럽 제품을 한국 내 유통채널에 공급하는 것이다.

■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역할
 

잘 자란 유기농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배송해서 먹는다면 그 신선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현세 유통채널은 여기에 미식의 감각을 얹었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경중을 재고 이를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공방 장인들은 과거와 현재의 기술을 잇는 계승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통 채널은 이를 존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트렌드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 전달자의 역할이 커지게 된 것이다.

LA TERRA 이은주 대표는 패션 제품 외에도 유럽 등지의 식자재 유통 전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있어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가져왔다. 이랜드 식품사업부의 유기농파스타, 커피 등을 바잉 진행한 그는 CJ제일제당과도 전략구매팀, 연구소와 벨기에 쵸콜렛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유통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현대 사회의 ‘전달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는 일시적이고 소비적인 측면이 아닌 고급의 문화를 전하는 역할로서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단지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를 넘어 문화 혹은 ‘장인의 땀’이라는 요소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이다.
(사진출처: Atelier Lava, Firenze, bnt뉴스 DB, 영화 ‘하트 앤 크래프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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