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Talk] 장 폴 고티에 “개성만큼 훌륭한 소재는 없다”

입력 2014-06-02 10:14  


[최원희 기자] “장 폴 고티에가 패션계에 남긴 가장 큰 영향력은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에 따른 정체성의 개념을 디자인했다”_ 패션 사학자 발레리 스틸

1990년 전설적인 아이콘 마돈나의 콘 브래지어 의상을 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당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 과감하면서도 섹시한 그리고 우아한 의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차별화된 독창적 디자인으로 크리에이티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디자인이란 아름답고 우아해야 한다’는 프랑스만의 전통적인 시각을 깨트린 이 파격적인 디자이너는 매 시즌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매력적인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 섹슈얼리즘과 하이패션의 꾸띄르한 조화, 퓨처리즘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유수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존경 받고 있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디자인 세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나는 구성하는 것보다 재구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장 폴 고티에는 어렸을 적부터 이단아의 기질을 보인다. 그는 학교 수업을 빠뜨리고, 할머니 댁으로 향해 미용과 화장의 기초를 배우거나 상상 속에서 옷을 디자인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트 쿠틔르의 세계를 동경해 유명한 디자이너들에게 스케치를 보내며 피에르 가르댕에게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채용된다.

피에르 가르댕 밑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의상 공부를 하기 시작한 그는 이후 쟈크 에스테렐이나 장 파투와 같은 디자이너 부티크를 옮겨 다니며 이력을 쌓았다.

후에 그는 다시 피에르 가르댕으로 돌아와 미국시장의 라이선스 라인을 살펴보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하게 되는데 당시 그의 디자인이 큰 인기를 끌어 필리핀 정부에서 출국을 막아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1976년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첫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의 쇼를 본 이들은 악평만 남기며 외면한다. 그리고 결국 프랑스 정부의 지원은 받지 못한 채 일본 그룹의 후원자를 만나 1980 F/W 컬렉션을 바탕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 “장 폴 고티에는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에 따른 정체성의 개념을 디자인했다”_ 패션 사학자 발레리 스틸


1988년 브랜드 장 폴 고티에 외에도 3개의 브랜드를 연이어 론칭하며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기 시작한 그는 개성을 잘 드러내는 세 가지 라인으로 다양한 연령층들에게 주목 받았다.

이 주목은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로 기용되는 것까지 이어졌고,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제5원소’의 의상 디자인 및 시각적인 부분들을 담당하면서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한 의상 세계를 펼쳐나갔다.

다양성과 평등을 중요시한 그는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의 정체성 개념을 갖고 디자인했다. 대표적인 예는 마돈나의 ‘콘 브래지어’였고, 이는 그와 마돈나를 세기의 아이콘의 반열에 올려놓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1997년 영화 ‘제 5원소’에서 미니멀하면서도 퓨처리즘적인 의상으로 에르메스와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이단아적인 기질을 훌륭하게 발휘하며 전통은 지키는 동시에 위트를 접목시키고 있다.

■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은 옷을 한결같이 못 입는 사람들이다”


제작이나 기술을 포함한 질적인 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그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닌 에르메스에서 클래식한 디자인의 세계를 펼치며 슬로우 패션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그를 보는 인식과는 다르게 패션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전통적인 가치를 좋아했다고 전하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그는 코르셋 디자인 이 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프랑스 전통 문화를 재해석하며 능숙하게 자신의 색을 펼쳐낸다.


이후 아방가르드, 페티시룩 외에도 뚱뚱한 모델 베스 디토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그는 디자인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대중의 인식보다도 궁극적이면서도 고티에스러운 상식으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장 폴 고티에 공식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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