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Fashion] 애니 레보비츠 “나는 그저 내 시간을 찍을 뿐이다”

입력 2014-06-03 14:39  


[최원희 기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리를 목에 건 사진을 기억하는가. 애니 리보비츠의 렌즈에 비춰진 배우들은 무수히 많다.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사진과 패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애니 레보비츠는 인물과 패션을 하나의 공간 속에 녹여내 부드러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1994년 미국 코네티컷 주 워터베리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부터 롤링 스톤즈에서 보도사진 작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사진 작가로서의 이력을 시작한 그는 꾸준히 표지를 장식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애니 레보비츠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1980년 마지막 날에 촬영한 존 레논의 죽음 5시간 전에 찍은 애조 사진이었다.

오노 요코 위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이 사진이 섬뜩한 예언과 동시에 구슬픈 애환을 불러 일으키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후 인물 사진을 탁월하게 찍어내는 재능에 보그, 베니티 페어 등 유명 잡지사는 애니 레보비츠와 일하기를 원했고, 그는 롤링 스톤즈의 수석 작가는 물론 다양한 매거진에서 경력을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사진으로는 데미무어의 임신한 모습의 사진이 있다. 베니티 페어 잡지의 표지 사진으로 채택된 이 누드 사진은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며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가져왔다.

당시 임신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신비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경이와 함께 비난의 평이 이어진 것.


매 사진마다 드라마틱하면서도 신선한 구성에 상업 사진의 관념을 깨뜨리는 작가 애니 레보비츠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미국의 저명한 갤러리인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의 ‘내셔널 포드레이트 갤러리’에 작품성을 입증 받기도 했다.

매혹적인 통찰력 앞에서 삶과 경력을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내며 20세기의 예술을 이야기 하는 작가 애니 레보비츠. 음악, 문학,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들의 끊임 없는 이동, 국경을 초월한 예술 사진으로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142컷의 잡지 커버를 장식하며 작품세계의 영역을 넓혀나간 그는 이 외에도 다큐멘터리와 광고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시간을 찍어내고 있다.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을 깊게 이해하고 싶은 자들이라면 그를 그린 영화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을 추천한다. 사진을 누르던 그들의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순간만큼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니.
(사진출처: 애니 리보비츠 페이스북 및 텀블러, 베니티 페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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