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Talk] 레이 가와쿠보, “나는 존재하지 않았던 옷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입력 2014-11-03 09:48  


[최원희 기자] “나는 새로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옷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 옷을 사람들이 입었을 때 힘을 얻으며,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길 희망한다. 창조성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믿는다”

해체주의 디자인으로 살아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 일명 안티 패션으로도 불리우는 그의 디자인은 언제나 독창적이고, 흥미롭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 디자이너는 1942년 도쿄에서 게이오 대학 행정인이셨던 아버지와 영어 선생님이시던 어머니의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60년 게이오 대학에 입학하며 미술과 문학을 전공한 그는 텍스타일 회사 생활을 밑거름 삼아 67년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로의 활동은 레이 가와쿠보가 디자이너의 세계로 접어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마음에 드는 의상을 구할 수 없었던 그가 직접 디자인을 하겠다고 나서며 75년 도쿄에 ‘꼼 데 가르송’을 론칭한 것.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브랜드는 5년 만에 남성복 라인의 론칭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뻗어나갔고, 2년 후인 40세에는 파리로 진출해 비약적인 성과를 이룬다.

81년 당시 보수적인 파리 패션계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디자인이었다. 해체주의적인 디자인은 주로 블랙, 다크 그레이, 화이트와 같은 무채색 톤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존의 실루엣과 디자인을 완전히 무시한 새로운 시도였다.

마크 제이콥스, 마틴 마르지엘라, 앤드뮐미스터 등 촉망 받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레이 가와쿠보에게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디자인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쳤고, 이는 그가 패션계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간추려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1983년과 88년 매일 신문 패션에서의 우승을 비롯해 파리 패션그룹인터내셔널의 수상 및 미국 FIT 전시, 97년 영국 ‘로얄 콜리지 오브 아트’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그는 70세를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피플이 사랑하는 브랜드 꼼 데 가르송은 조형성과 트렌드가 접목된 불규칙적인 의상은 화려하지만 조화롭고, 입체적이지만 차분하다.

“최종 결과물은 무언가를 반드시 말해야 한다”고 표현하는 레이 가와쿠보의 디자인은 언제나 이상적이고, 자유롭다.
(사진출처: 꼼 데 가르송 공식 홈페이지, 미국 보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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