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배우'로서의 숙명을 살다, 장미인애

입력 2015-04-28 10:33   수정 2015-04-28 17:25


[최미선 기자] 그 동안의 근황이 궁금했다. 여배우로서 치명적인 스캔들을 겪은 후의 행보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바로 해외 도피나 잠적 그리고 눈물로 호소하는 연예계 복귀가 바로 그 것.

장미인애는 그 어느 쪽도 아닌 제 3의 선택을 했다. 여배우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대중 앞에 섰다. 그것도 담담하게. 스스로 치유의 방법으로 선택한 패션이 하나의 작업이 되고, 소통의 수단이 되기를 고대하며 그는 오랜 기간의 공백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는 계속 여배우로 살아가기 위해 대중들과 작품이 아닌 옷을 통해 교감을 이루게 되길 바란 듯 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그 누구보다 힘든 '여배우로서의 숙명'을 장미인애는 살고 있었다.

PART 1 여배우 장미인애,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재조명
패션 그리고 옷과의 만남
"옷을 통해 스스로에게 위로의 시간이자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소 일할 땐 완벽주의자인 편인데 쉴 때조차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스타일리스트를 맡아주는 은지 실장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진정 나를 위해 우리가 뭔가 만들어 볼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10여 년간 배우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옷을 사는 것'이었다."

"데뷔 초 20살, 처음 방송 일을 시작했을 때 청담동을 지나가다가 편집샵 쿤(KOON)을 우연히 들어가게 된 적이 있었다. 쇼윈도에 걸린 옷을 보고 반해 무작정 들어가서 "이 옷 얼마에요?"라고 물으니 그 당시 가격만 해도 수 백만원을 호가하더라. 그 때 생각했다. 조만간 저 옷을 살 거라고."

'장미인애=로즈인러브'의 탄생
"처음 옷을 만나게 된 후로는 매 시즌 쇼핑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평소 브랜드의 네임밸류를 따지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직접 여러 옷들을 입어 보며 '왜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나에게 더욱 잘 맞고 어울리는 옷은 살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나 스스로도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 볼까'는 생각으로 브랜드 론칭을 결심했다. 브랜드 네임도 장미인애의 이름을 그대로 영문으로 옮겨 놓은 '로즈인러브(Rose in love)'다. 총 20벌로 금전적인 부분부터 디자인적인 측면까지 개인적인 모든 부분을 걸고 혼자 도맡아 시작했다."

"이번 일을 시작하면서 은지 실장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고마운 조력자다. 순수히 자력만으로 하기에 너무 버거울 때도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스스로 처음 시작할 때 부릴 수 있는 욕심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항상 옆을 지켜줬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속에 숨겨놓은 장미 '로즈인러브'
"투피스 혹은 원피스 종류가 대부분인 '로즈인러브'는 딱 떨어지는 핏감의 빅토리아 베컴 컬렉션이나 샤넬의 클래식한 무드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무엇보다 원하는 길이감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고, 심플하지만 바디라인을 잡아주는 핏감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 패턴 디자인을 바꾸기도 했다. 특히 이번 bnt화보에서 선보인 '로즈인러브'의 플라워 프린트 맥시 드레스는 한국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패턴을 시도한 첫 의상 중 하나다."

"마치 스스로 영화의 여주인공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 로맨틱한 의상을 만드는 데도 공들였다. 역시 화보에서 선보인 화이트 롱 원피스는 영화 '러브 어페어' 속 의상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했다. 고급스럽고 도톰한 원단을 사용하고, 단추 대신 직접 공수하고 제작한 진주와 지퍼로 '멋'을 더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바로 '꽃'에 집중된다. 의상의 느낌도 꽃에 영감을 받아서 네크라인을 꽃잎과 같이 표현하고, 전체적인 라인과 실루엣도 유려한 꽃의 느낌을 한껏 살려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PART 2 여배우의 숙명을 말하다, 장미인애
'내가 삶고 싶은 삶'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삶'
"어렸을 때 고현정 선배님을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이제는 어떤 여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을 듣는다면 이영애 선배님처럼 고상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여배우가 되고 싶다. 또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기 보다는 이제 스스로 '장미인애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게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도 보여지는 것 같다."

"매년 (연기를) 그만둘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생겼다. '아, 포기하지 말라는 거구나', '이건 잘 살라는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 '복희 누나'는 여배우 그리고 인간 장미인애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때 만난 선생님들께 안 좋은 일을 겪고 난 후 '너는 좀 아까운 것 같아'라는 말씀은 들었을 때 되려 힘이 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배우를 하면서 다른 이들을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대부분 경험할 정도로 파란만장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드라마 속 복희처럼 말이다. 정말 지금 난 복희처럼 살고 있지 않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김지운 감독님과 커피 한 잔을 할 때 잠시 이런 말씀은 하시더라. '인애야, 넌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자주 그것도 몇 번이나 경험을 하니'라고."

"(프로포폴) 사건 당시 참고인 조사 7시간 이후 숨쉴 수 없을 정도의 우울증으로 '정말 죽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그냥 운명이었던 것 같다. 각종 오보와 매스컴의 잘못된 정보들에도 이제는 손사래 치며 '저 정말 억울해요'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겨울' 하나였던 나의 계절, 봄을 맞다
"그냥 죽던가 아니면 배우로 살던가. 그 중간이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매번 놓였다. 항상 내 선택은 배우로서 '사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중간은 없었다."

"29살 드라마 '보고싶다'가 끝난 후로 나에게 계절은 '겨울' 하나였다."

"데뷔 13년차, 나는 아직 20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있었지만 매번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로서 성숙해지기 위해 아픈 30대를 맞았다. 예전엔 스스로 아프건 말건 너무 '쿨했던 것' 같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지금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이제는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지금 옆에서 '로즈인러브'를 함께 해 주는 은지 실장에게는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드라마 '보고싶다'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4년간 함께 했다. 그냥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그가 있어 든든하다."

"배우 안했다면 무얼 했을까...어렸을 때는 플루트를 오래 했다. 길거리에 놓여진 낡은 소파에 앉아 플루트를 연주하며 예술가의 꿈을 꾼 적도 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즈음에는 집안의 경제 상황이나 그 밖에 여러 환경 때문에 음악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러다가 스쳐 지나가듯 '나, 배우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PART 3 '30대, 여배우' 그리고 '디자이너' 장미인애
내려놓을 때, 삶은 계속된다.
"늘 인생은 뭔가 내려놓아 봐야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여배우로서 디자이너로서 지금을 살고, 10년 후 쯤에는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으면서 건강하고 예쁘게, 사랑스럽게 살았으면 좋겠다."

"힘든 건 젊었을 때 다 겪었으니까, 이제는 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싶다.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시작했는데 정말 몇 년 후에는 '한국의 빅토리아 베컴'이 되어 홍콩에 매장을 낼 정도로 브랜드가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전혀 돈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은 옷, 정말 내가 입고 싶은 옷들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여배우로의 삶을 계속 살고 싶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오히려 나에게 닥친 많은 시련들이 배우로서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 악역을 맡아 누군가를 미워하는 연기를 할 때면 잘 안 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눈빛이 나올 것 같다.(웃음)"

"지금은 웃으며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모 선배가 이런 명언이 있다며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인애야,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는 뉴스 1면 헤드라인 장식하는 삶이 낫대'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시 시작'
"그 동안 줄곧 '신인처럼 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시작하겠다'는 전과는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도 생각하고, 성숙해졌다고도 생각한다."

"사건 이후 '장미인애는 뭐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신 분들에게, 디자이너로서의 복귀는 상당히 의외일 것 같다. 장미인애라는 이름을 건 브랜드로 찾아뵐 수 있어 기쁘고 '이 옷 예쁘네', '장미인애가 이것도 했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로즈인러브 룩북의 첫 컷을 찍는데 은지 실장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느꼈던 많은 서러움과 감격이 한데 휩싸여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안 울 줄 알았는데, 마지막 컷 찍기 시작할 때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라. 많은 이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함께 기대해 주고 있구나'라고. 그건 정말 '감격의 눈물'이었다."

"bnt화보와 함께 로즈인러브의 온라인 숍을 함께 오픈한다. 4월28일로 정한 이유는 바로 생일인 5월28일의 음력인 4월28일이 나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론칭 전 지었던 회사명은 바로 '피초르카'. 숫자 5와 '뛰어나라', '완벽하다'를 뜻하는 러시아 어인데 브랜드와 잘 맞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항상 '힘든 일'의 경계에서는 여행을 선택해 훌훌 털어버리고 떠났다. 그런데 지금은 옷을 만났고,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삶을 만나 '다시 시작'이다. 여태껏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나'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나'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마음이다. 지금 디자이너로서, 배우로서 장미인애는 '다시 시작'이다. 기대해 달라."

기획 진행: 최미선, 안예나, 이유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봉영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박수민
의상: 로즈인러브, 스타일난다, 주줌
주얼리: 엠주, 더퀸즈라운지, 뮈샤, 쥬얼카운티
슈즈: 왓아이원트, 스티브메든, 지니킴, 나무하나
헤어: 포레스타 상연 디자이너
메이크업: 포레스타 허하윤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스타일펌핑 바이 이은지
장소: 소래습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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