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무표정한 얼굴, 싸늘한 말투.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일영(김고은)은 근본 없는 밑바닥의 현실상을 보여주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영을 연기한 그를 실제 마주하니, 어쩐지 낯설었다. 때 묻지 않은 듯한 순수함, 해맑은 웃음은 ‘도대체 그런 얼굴로 어떻게 일영을 연기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배우 김고은의 이야기다.
최근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고은은 “제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요. 하하”라며 말문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배역에 잘 어울린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저는 그 이유가 제 평범한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은 평범함에서 시작하는 거니까요.”
김고은은 ‘은교’ 속 티 없이 맑은 여고생부터 ‘몬스터’ 속 여동생을 잃은 슬픔에 살인범을 쫓는 미친여자까지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묵직히 알렸다. 사실 데뷔 4년차임에도 불구, 많은 작품들을 소화해낸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있는 역할들을 맡으며, 자신이 맡은 바 충실히 임했다.
“사람들이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하신다고 하는데, 전 사실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그냥 해요. ‘강렬한 캐릭터만 맡아야지’ 또는 ‘이미지를 이렇게 구축해나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시나리오만 보고 하는거죠. 작품을 선택할 때 굳이 많은 걸 생각하지 않는 편이예요.”

하지만 전작 ‘몬스터’에서 강렬한 역할을 했던만큼 이번 역할을 선택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터. 이에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글을 읽고 나니 뭔가 되게 서정적이고, 그림 한 폭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보통 시나리오를 보면 캐릭터나 소재, 스토리가 보이거든요? 그런데 ‘차이나타운’은 읽자마자 분위기가 보이더라고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차이나타운’ 속 일영은 자기표현이 적고, 대사도 많지 않은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선을 유지해가며,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해야 했다. 4년차 배우에게는 다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김고은은 일영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했고, 그 끝에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 연기를 준비하기 전에 목적을 좀 확실히 뒀던 것 같아요. 일영이가 사는 이유에 대해서요. 사실 보통 사람들은 잘 사는 게 목표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는 그냥 사는 게 목표인 거예요.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는 행복해야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쁜 옷도 입고 싶고, 내가 하는 일도 잘 되어야 되고 그런 거잖아요. 일영이는 그냥 사는 게 목표인 거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살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그 일을 해내야 하고. 그렇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어지고,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사실 배우 그라운드(연예계) 역시 치열한 생존 전쟁이 벌여지고 있는 제2의 ‘차이나타운’과도 같을 터. 김고은만의 치열한 생존법은 무엇일까.
“글쎄요. 앞으로 생각해보려고요. (웃음). 왜냐하면 저는 연기가 너무 좋아해서 시작을 한 것이었거든요. 배우가 너무 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살면서 어떠한 것에도 열정을 가져 본 적이 없는데, 모든 열정들이 연기에서부터 시작이 되더라고요. 결국 연기가 모든 것의 시발점이 된 것이죠. 살아가는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아직은 즐기고 싶은 생각이 클 뿐이예요.(웃음)”
해맑은 그의 표정이 일순, 진지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다른 강렬한 캐릭터들처럼 외적인 면에 포인트를 주고 싶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극 중 쏭(이수경)이 핑크색 머리로 나오는데, 염색할 때 같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약 열시간 동안 머리를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염색 좀 해볼까?’ 했는데, (이)수경이 머리 하는 거 보고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머리만 잘랐죠. 욕심 안 부렸어요.(웃음)”
같이 연기한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고은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간 선배 배우들과 작품을 많이 했던 지라 또래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이 반가웠을 터.
“각자 성향이 다 달라요. 재밌는 포인트들이 다 달라서 그러지 너무 재밌더라고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이 답하기도 전에 웃음이 나지 뭐예요. 다들 어떤지 아니까요.(웃음) 현장에서는 고경표 씨가 분위기메이커였고요. 박보검 씨는 바른데 웃긴 스타일예요. 조현철이라는 배우도 엄태구 선배랑 비슷한 스타일인데, 그냥 말 한마디가 웃겨요. (이)수경이도 너무 재밌고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스타일이예요. 그런 각각의 재밌는 요소들이 있어서 그런지 눈만 마주쳐도 웃겼던 것 같아요.”
아직 매 순간이 즐거운 4년차 배우 김고은이었다. 그러면서도 “4년이나 지났는데, 전 아직 한게 없는 것 같아요”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굳이 작품을 많이 해야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잘 하고 있는데요.”라고 말하자 그는 “그런가요? 고맙습니다”라며 싱긋 웃는다.

사실 김고은이 대중에게 모습을 내비친 것은 앞서 언급했던 ‘은교’ ‘몬스터’ 두 작품이다. 이후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을 찍었지만, 내부 사정으로 인해 개봉을 못하고 있는 상태. 그렇기 때문에 대중에게 김고은은 아직도 생소한 배우다. 이에 “드라마는 찍을 계획이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드라마도 너무 하고 싶어요. 대본이 안 들어왔던 건 아닌데 제가 그 때마다 영화를 하고 있었어요. 스케줄 문제로 못했죠. 작품에 집중을 해야 돼서, 드라마를 못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김고은은 영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 개봉과 윤여정과 함께 하는 ‘계춘할망’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여느 배우처럼 다수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는 지금처럼 한 작품, 한 작품씩 자신의 색깔과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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