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⑧┃헤이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입력 2015-07-24 09:00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걷고 있는 똑같은 뮤지션일 뿐이라고. 여기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여성 힙합 뮤지션 여덟 번째 주인공 헤이즈(Heize)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헤이즈는 지난해 초 데뷔 싱글 ‘조금만 더 방황하고’를 발표한 이후 ‘클럽이라도 좀 가’, ‘내 남자친구가 고맙대’, ‘품 스윗 품(Pume Sweet Pume)’ 등을 발매하며 특유의 감성과 음악적 스타일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 한 카페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는 시작부터 생기 넘쳤다. 첫 만남인데도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대화는 거침없이 흘렀다. 가녀린 체구에서 전해지는 만만치 않은 에너지에 놀랐을 만큼.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잠깐 생각의 방황을 접고, 처음으로 돌아갔다. 헤이즈가 처음으로 힙합에 매료됐던 그 순간 말이다.


힙합, 그 마력의

“아는 언니 미니홈피 배경음악이 프리스타일의 ‘그리고 그 후’였어요. 그 노래를 듣고 힙합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전까지 제가 생각했던 힙합과 달랐어요. 멜로디컬한 음악과 랩이 어우러지는데 ‘아, 힙합도 감성적일 수 있구나’ 싶었죠.”

학창시절 노래 가사를 적고, 랩을 만들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부모님은 가수의 꿈을 허락지 않으셨다. 안정적인 삶을 바랐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생이 됐다. 공부는 이어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질 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공부에는 더욱 흥미가 없어졌다. 첫 대학 성적은 참담했다. 공부든 음악이든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 헤이즈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일이 일어났다.

“하루는 통계학 교수님께서 ‘왜 맨날 공부 안하고 뭔가를 쓰냐. 도대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전 음악이 하고 싶다고요. 그 때 교수님이 ‘네 음악을 들려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니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감동 받고 힘을 얻었어요. 제게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항상 주위에서는 제게 충고하려고만 했거든요. 그때부터 음악에 대한 제 자세가 진지해진 것 같아요. 막연하게 ‘좋다’가 아니라요.”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놓을 수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그때마다 그저 듣고 또 듣고,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다. 헤이즈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헤이즈라는 이름을 건 앨범이 한 장, 두 장 나올 때마다 책임감은 커졌다. 팬들의 반응도 조금씩 커져 갔다. 그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저도 취업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었어요. 제가 왜 혼자 서울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고,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아요. 그 때마다 다음 앨범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이나 기다린다는 팬들의 댓글을 보면서 힘을 냈죠. 이들을 위해서라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솔직한, 아주 헤이즈 스러운

음악을 하면 할수록 헤이즈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는 것. 누구보다 솔직한 헤이즈,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는 그를 당당히 보이고 싶었다.

“싱글 ‘내 남자 친구가 고맙대’는 정말 제가 잔인하게 차였던 모습 그대로를 담았어요. 당시 프로듀서 오빠가 너무 구차하다고, 제 이미지랑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노래만큼 당시 제가 구차했고, 그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것뿐이니까요. (웃음)”

이미지란 단어에 힘이 들어갔다. 어쩌면 지금 이 시점의 헤이즈에게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여겨졌다. 헤이즈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솔직한 사람이다”고 운을 뗐다.

“밝고 어둡고 같은 감성적인 부분을 떠나서 거짓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래를 하면서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계산하거나 만들어낸 이미지는 싫어요. 제 음악과 헤이즈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정말 솔직한 사람이고 싶어요. 당당하고, 거짓 없고요.”

솔직했다. 인터뷰 초반부터 느낀 바지만 말하는 데 거침없었다. 그래서인지 헤이즈의 노래는 무언가 통쾌하다. 듣는 이들로 하여금 딱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너무 솔직해서, 너무 제 이야기 같아서 그래서 더더욱 귀가 열리고 마음이 가는 건 아닐까.

“이별을 하면 전 이별 이야기를 쓸 거예요. 또 다른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랑에 대해 가사를 쓰겠죠. 아주 단순한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꼭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제가 음악으로 돈을 벌고, 물질적으로 부모님에게 뭔가 해 줄 수 있을 때요. 조금 더 당당하게 가족에게 바치는 곡을 만드는 것이 뮤지션으로서 제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들을 언급했다. 재잘거리며 설명하는 모습이 꾸밈없어 더 예쁘다. 그 순간의 헤이즈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담기듯, 머지않아 또 다른 헤이즈의 모습을 그의 새 앨범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슬며시 기대를 가져봤다.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슈프림팀, 크루셜스타, 팔로알토, 스윙스, 매드클라운, 긱스, 드레이크(Drake), 제이콜(J Cole)…. 너무 많은가요? 그런데 정말 다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요. 다 써주시면 안될까요? 헤헤. (웃음)” (사진제공: 헤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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