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부전선’ 설경구, ‘남복’이라는 또 한 장의 카드

입력 2015-09-24 15:0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설경구.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그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낯설지 않다. 선함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그의 눈빛을 따라간 서부전선에 설경구가 아닌 남한군 쫄병 남복이 있었다.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작품.

전작 ‘나의 독재자’ 이후 1년 만에 남한군복을 입고 관객들을 찾은 설경구는 잃어버린 비문을 가져간 극중 북한군 여진구와 3년 같은 3일을 보내며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는 남복 역을 맡았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설경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약 8년 전 초고가 나온 ‘서부전선’은 천성일 감독의 특유의 입담과 뼈가 서려 있는 해학의 미가 한층 더 묻어난다. 그렇게 직접 처음 메가폰을 잡은 천성일 감독과 설경구, 여진구 두 쫄병의 만남은 남달랐다.

“감독님의 입봉작이에요. 그런데 촬영 감독도 조명 감독님도 두 번째 작품이시더라고요. 탱크 제작부터 참 어설픈 순간들이 많았어요. 불안한 일도 있었지만 영화 자체가 두 어리바리가 나오잖아요. 세련된 영화면 안 어울릴 것 같아요. 허점있는 영화가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설프고 투박한 정서가 정감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약간을 어설펐던 촬영 현장이 밉지 않더라고요.”

‘서부전선’은 휴전 3일 전 군인들의 이야기인 만큼 정적인 연기보다 동적이고 활발한 장면이 많았다. 특히 손바닥이 찢어지는 배우 본인의 사고뿐만 아니라 상대배우 여진구 역시 촬영 중 아찔한 순간들을 겪었다.

“초반 촬영 중 손바닥이 찢어져서 꼬맸어요. 하지만 오히려 촬영 초 이런 일이 일어나니 현장에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 쯤 진구가 탱크 문에 찍혀서 기절했어요. 괜찮다고 했는데 갑자기 쇼크가 와서 쓰러졌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렇게 깜짝 놀란 게 처음입니다. 다행히 그거 외에는 큰 사고가 없었어요.”


앞서 설경구는 상대 배우로 여진구를 직접 지목했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만남은 성사됐고 최고의 ‘여’배우라고 칭해진 여진구와의 환상적인 브로맨스로 케미를 이뤄냈다.

“처음부터 여진구를 원했어요. 지난 2009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진구가 너무 어려서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4년에서 5년이 지나고 다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진구가 19살이더라고요. 영광 역에 딱 맞기도 하고 그만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극중 갑자기 군인이 된 캐릭터예요. 그런데 전 원래 군대 경험이 있고 진구는 없으니 나랑 여진구 중 둘 중에 하나는 딱 상황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20대 배우는 체험을 못하더라도 군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는데 진구 나이는 군대에는 아직 관심도 없잖아요. 그래서 군복을 입혀 놓으면 잘 하겠지 생각했어요. 그럼 같이 움직이니까 군대를 갔다 온 저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죠.”

설경구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한 편의 동화같은 전쟁 이야기에 큰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누구든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전쟁을 그린 ‘서부전선’에 대한 설경구의 생각은 이랬다.

“이 영화는 정통 전쟁 영화가 아니에요. 배경은 전쟁터지만 군인이 아닌 두 사람의 케미가 재밌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복 캐릭터가 군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촬영했습니다. 단지 농사꾼에게 군복을 입히고 고등학생한테 군복을 입혀서 군대 경험도 없었던 두 인물을 전쟁터 한복판에 던져 놓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이고 단순한 인간 둘이 왜 싸워야 되는지도 모르고 총은 줬으나 쏠 방법도 모르잖아요. 대변해서 놓은 둘을 모습을 보고 대다수가 그렇지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서부전선’은 오늘(24일)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추석 코미디를 겨냥한 ‘탐정: 더 비기닝’, 인간의 감정들을 무심하게 토닥여주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과 각종 외화들이 함께 쏟아진 이때 설경구는 ‘서부전선’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전쟁 희생자가 2차 대전 이후로 가장 많다는 통계처럼 큰 전쟁 안에 던져진 두 놈의 전쟁입니다. 자기 보호할 준비도 안 된 같은 인물이 던져진 상황을 곱씹어보면 서부전선은 비극이더라고요. 하지만 관객 분들이 너무 비장하게 안 봤으면 좋겠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 설경구의 나이도 어느덧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긴 연기 세월동안 그가 잊지 않고 다짐하고 있는 ‘초심’이 존재하는 법. 그는 ‘앞으로 잘 나아가야지’가 아니라 ‘잘 내려 오고 싶다’, 그리고 ‘잘 버티고 싶다’고 대답했다.

“연기를 할 때 그 시대를 알아야 되고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떠한 시대를 세팅을 해줘도 인간은 안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똑같다고 보고요. 그런 배경을 영화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주지만 공부는 늘 합니다. 체득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표면적으로 하면 제 스스로가 이상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요.”

“예전에도 말했듯이 연기에는 장인이 못되는 것 같아요. 감독들이 장인이 되죠. 배우는 소모시키는 직업이라서 참 꺼낼 카드가 궁색해지는 것 같아요.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어디로 갈 수도 없고 새로운 카드를 꺼내자니 그래도 저거든요. 그럴수록 감독에게 매달리게 돼요. 그 카드를 찾기 어려워서 완숙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사라진 배우들이 많잖아요. 문득 ‘그 배우 뭐하지?’ 생각나요. 잘 내려와야 될 텐데. 혹은 잘 버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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