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부전선’ 여진구, 소년으로 남아다오

입력 2015-09-24 18:40   수정 2015-09-24 19:31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정말 잘 컸다. 19살, 그에게는 국민 남동생보다 ‘배우 여진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10대의 끝자락에 선 그는 ‘서부전선’ 속 소년병 영광이 그러했듯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을 오롯이 가슴속에 묻었다.

오늘(24일)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작품.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여진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가 좋았던 한 작은 소년이 이제는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도 어색함이 없다.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배역’이라는 맞춤옷을 입어온 그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게 많았습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밝은 작품이었고요. 그렇다보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인물 감정에 대해 정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서부전선’에서는 동물적인 감으로 연기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설경구 선배님과 맞부딪히면서 그때그때 감정이나 표정들을 거리낌 없이 표현해야 되는 게 은근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튀진 않을까. 이정도로 표현해도 될까,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여진구의 말처럼 전작들의 어둡고 강렬했던 모습들은 온데간데없다. 하루아침에 평범한 학생에서 땅끄부대 막내가 된 북한병사 영광이와 여진구는 많이 닮아 있었다.

“우선 가장 중점을 두려고 했던 건 긴박한 상황 속에 있는 여느 소년처럼 주변에서 보기 쉬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머리는 민첩하지만 어리바리한 모습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런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저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 군대의 경험이 없는 제 모습이 동일시됐습니다.”

여진구는 29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설경구와 ‘구구케미’를 자랑하며 시너지를 일으켰다. 북한군과 남한군의 대립이다 보니 극중 부딪히는 장면들이 유독 많았다.

“부자관계도 아니고 형제관계도 아닌 적 관계다보니 욕하고 때리는 장면이 많았어요. 초반에 선배님과 같이 한다고 했을 때 그게 제일 많이 걸렸어요. ‘어떻게 감히 설경구 선배님을 때리고 욕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선배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적으로 생각해라, 편하게 대할테니까 욕하고 세게 때리라’고 하셨어요. 너무나도 편하게 선배님이 허락해주셔서 좋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문제보다 전쟁이라는 아픈 기억을 배경으로 다루다보니 다소 아름다운 그들의 기억으로 그려진 점에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 이에 여진구는 이야기의 배경보다 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뒀단다.

“우선 영화 자체에서 전해드리고 싶었던 건 전쟁을 통한 휴머니즘입니다. 저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극중 인물들이 느끼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장 인간다운 감정들에 끌렸어요. 멋진 병사, 전쟁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도 없어 보이고 군인에 어울리지 않는 남복과 영광의 감정들이 흔한 군인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이 비극인 만큼 많은 영화가 무거운 분위기를 선택했다면 ‘서부전선’은 전쟁이라는 상처를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로 감싸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여진구는 ‘서부전선’을 통해 순수하지만 한층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20살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질문에 ‘치맥’이라고 답하는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20대의 시작이 아닌 10대의 연장선에 선 듯 순수하다.

“제 20대가 상상이 잘 안돼요. 세월의 타격을 받아 폭삭 늙어있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일단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일찍부터 연기를 사랑했던 것만큼 꿈도 욕심도 성숙함이 느껴지는 그다. 극중 얼굴만한 초콜릿을 처음 영접한 후 환한 미소를 지었던 영광처럼 설렘과 기대가 감도는 그의 모습이 앞으로의 ‘배우 여진구’를 궁금하게 만든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너무 높습니다. 앞으로 제 연기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개인적인 목표예요.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더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작품 전체의 감정을 공감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빨리 성인 배우가 돼야지’라는 긴박함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제가 마음을 먹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저를 봐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봐주셔야 되는 거니까요. 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긴박함은 없어요. 오히려 지금 이 시기가 아쉽습니다. 10대가 끝나 가니까 아쉬운 점도 많이 남고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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