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신차 교환·환불, 쉬워질까?

입력 2015-10-23 08:16   수정 2015-10-23 10:57


 "불량 신차를 받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선 미국처럼 레몬법 도입이 필요하다(소비자)." "레몬법보다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자동차업계)." "결함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져야 한다(정부)."

 22일 국회에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김제남 국회의원이 주최한 '자동차 교환 및 환불 소비자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에서 나온 갖가지 주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제남 의원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주제를 살펴봤는데, 산업계에 있어 자동차는 관피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관피아가 소비자 안전이나 재산을 위협한다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정부가 만드는 제도가 자동차 업계 이익을 우선하는 패러다임에서 소비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되는 시대가 와야할 것"이라며 "때마침 폭스바겐 사태로 한국판 레몬법에 대해 고려하게 됐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발제자로는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자리했다. 오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의의를 전했다. 그는 "과거 카니발을 타며 배기가스가 너무 심각해 벌금 단속에 쫓겼던 답답한 기억이 있다"며 "제조사가 내놓은 비공식적 대책은 보증기간 이내 벌금을 대납해 주는 것, 쌓인 매연을 몰아 내뿜어 주는 것 등이 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 교수는 이어 "국내에선 제조물책임법과 자동차관리법, 소비자기본법, 그리고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을 통해 결함과 시정을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에선 교환 및 환불 외에 다양한 시정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고 레몬법과 가장 유사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경우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 소비자들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 결함에 대해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할 권리도 없는 것"이라며 "소비자기본법은 일반법적 성격이어서 자동차만 따로 규정하는 것은 법 체계에 맞지 않고, 자동차관리법은 원래 목적이 소비자 보호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한국형 레몬법과 같은 신법 제정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구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토론자로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와 최용국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이사,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차남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팀장, 정의경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과장 등이 참석했다.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는 3만개 부품으로 이뤄지는 제품으로 목숨과 직결돼 있다"며 "시동 꺼짐 등 현상이 나타나면 2차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 구조가 잘 돼있어도 판단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은 소비자 중심이어서 같은 부품에 2-3번 하자가 발생하면 결함으로 인정한다든가, 메이커에서 자발적으로 보상한다든가 하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레몬법 등 신법이 공포돼도 구체화되지 않으면 유권해석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틈새가 많다"며 "한국형 자동차 보상제도 기준을 제안하고 충분한 사례를 만들어 보완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그는 "국토부 등 정부 기관이 자동차와 관련된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전문성 확립도 요구했다. 



 수입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수입차협회 최용국 이사는 이미 기존의 법안들이 제기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현재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합의하고 있지만 새로운 법안이 제출되면 법적 분쟁이 증가해 사회적 비용이나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법을 신설하는데 의의를 두기보단 분쟁 해결 시 유권해석 기준을 명확히함으로써 소비자와 사업주 간 합의를 자율적이고 신속히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낫다"며 "중대한 결함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조향과 제동, 원동기, 전자제어 장치 등으로 구체화하는 등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환이나 환불을 결정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자동차 사용에서 비롯된 감가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등록이전 비용 등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에서 고려해주면 사업차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좌혜선 사무국장은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제도를 예로 들었다. 좌 국장은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서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으로 소비자 구제를 간편하고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에 반해 국내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면 동일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별도 소송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실 법제가 어느 정도 규범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수입차협회와 비슷한 입장을 내세웠다. 차남진 팀장은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 피해구제 건수는 연간 1,000건 내외였고, 2014년 피해구제 신청 896건 중 교환환불은 64건으로 7.1% 차지했다"며 "구제받지 못한 나머지는 대부분의 사례는 소비자가 주장하는 하자나 결함이 재현되지 않고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입증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 팀장은 그러나 만약 레몬법 등이 개정된다면 자동차 교환 및 환불 업무을 담당할 정부부처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환 및 환불 대상을 제한해야 하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작자에게도 면책 규정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법의)실효성과 (새 법의)입법화 중에선 실효성이 훨씬 중요하다"며 "입법화는 소비자와 제작사 간 분쟁에 정부나 산하기관이 개입해 오히려 분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관련 법안 확충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토의를 통해 차차 도입하겠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정의경 과장은 세 가지 측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첫째는 소비자권익보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교환 및 환불 대상을 특정조건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수출지향적 경제구조상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황이어서 각국이 서로 협의하고 동의 하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소비자 권익보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음을 주장하며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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