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밀’ 김유정, 조금은 낯선 얼굴로

입력 2015-10-27 08:00  


[bnt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그렇게 아픔을 배웠다.

말그스레한 두 볼, 영롱한 눈빛을 가진 이 배우에게 아픔을 읽기란 쉽지 않다. 마냥 반짝거릴 것만 같은, 아니 설사 아픔이 있다 해도 지켜줘야 할 것만 같다. 헌데 무슨 영문인지 그 맑은 웃음 속 ‘비밀’스런 슬픔이 엿보인다. 배우 김유정의 이야기다.

최근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 개봉 직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유정은 10대 소녀 특유의 생기 넘치는 모습 이면 홀로 비밀스런 고민들을 안고 견뎌 나가는 지극히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은데, 저도 그랬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그리고 최근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만큼 깨닫는 부분이 컸고, 많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하고 싶었어요.”

“제 안에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낼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마주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촬영 끝나고 여운이 남아서 살짝 힘들었다가 괜찮아졌는데, 요즘 영화도 다시 보고 인터뷰도 하니까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에요.”

작품 속 캐릭터가 꽤 복합적이기에 잔상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 터. 김유정이 ‘비밀’ 속 맡은 정현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운명에 휩쓸려 세상에 홀로 남겨진 후 자신을 길러준 형사 상원(성동일)에 의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인물이다. 10년 후 18살의 여고생으로 자란 정현은 소녀의 순수함을 드러내면서도 깊은 내면의 아픔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정현과 김유정의 조화, 사실 낯설다. 어쩌면 연결 짓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이토록 슬픔이 베어 난다는 사실도 이번에야 새삼 깨달았다. 심지어 그 눈망울에 살인자의 악이 깃들어 져야 한다는 설정은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

찬찬히 대답을 이어가는 김유정에게서 상원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정현의 그렁거리는 눈망울이 떠올랐다. 또 살인자인 친아버지의 사행 집행을 바라보는 정현의 일렁이는 눈빛이 오버랩됐다. 이제껏 스크린을 통해 브라운관을 통해 혹은 다양한 광고를 통해 느낄 수 없었던 복잡미묘한 온갖 표정들이 김유정의 얼굴에 어리고 있었다.

아무리 작품이라지만 이렇게 예쁜 소녀가 굳이 아픔을 알아야만 하나, 괜스런 걱정이 들 찰나 오히려 김유정은 “정현이를 닮아가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운을 뗐다.

“겉으로 보이는 정현이는 밝고 명랑하고 항상 노력하는 아이에요. 하지만 작품 속 대사 중 ‘제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다. 무엇이든 몰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듯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중하려 하죠.”

“저 역시 공식석상에서는 항상 밝고 예쁜 모습을 보이지만 혼자 있는 저만의 시간에는 어두운 면도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정현이를 보면서 닮아가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닮아갔던 것 같아요.”


김유정에게 ‘비밀’은 그만큼 고민이 많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을 건너뛰는 빠른 전개와 함축적인 상황 설명은 이를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유정은 “영화 안에 생략된 부분이 많다. 정현이 자신의 감정을 왜 숨기면서 살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어렵다. 영화 상영 시간이 5시간 정도였다면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그 누구보다 정현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는 김유정이라는 것. “적어도 순수한 정현이의 마음이 영화에서 보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어 보이는 그다.

“정현이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여겼어요. 분명 친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크지만 마지막까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에서 애틋한 부성애를 느끼잖아요. 상원 아버지에 대해서는 소름 끼칠 정도로 미움과 복수심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정현이를 키워줬기 때문에 정을 무시할 수 없죠. 이처럼 보이는 감정과 내면의 또 다른 감정 사이에서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작품 속 정현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김유정은 성숙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작품에 임하는 이해의 과정 속 배움을 찾고 성장해나가는 김유정이다.

“저는 사회 생활하면서 부딪히고 버티고 이겨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잖아요. 보통의 제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서 처음 겪고 배우는 부분들이 저는 부러워요.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겪으면서 배우고 싶기도 하죠.”

“어쩌면 지금 정말 중요한 시기잖아요. 중학생 때까지는 제가 맘만 먹으면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니까 제 맘같이 안 되더라고요. 솔직히 한계를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배우라는 길을 일찍부터 택했고, 한 가지 꿈이 확실하니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듯 또래 친구들도 각자의 꿈 안에서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는 거니까요.”


의젓한 말투에 내비치는 의연한 태도가 오히려 마음 아플 정도. 그는 “이제껏 후회나 일탈을 감행해본 적 없다.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도 후회하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제 감정에 최대한 집중한다. 그 순간만큼은 제 결정이 가장 맞다고 생각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상황에 따라 기분이 자주 변해요. 특히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배우기 때문에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은 아직 조절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최대한 조심하려고 하는 면이 있죠.”

“기분이 울적하거나 답답할 때는 무조건 영화를 봐요. 영화는 딱 그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크게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묵직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가 좋아요. 특별히 롤모델을 정해두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또 배움을 얻어요.”

그렇다. 새싹이라기에는 어엿한 베테랑 여배우지만, 나이로 쳤을 때 김유정은 아직 감히 어떤 꽃일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너무나도 큰 가능성을 지닌 여배우다. 그래서 더 기대되고 궁금한 것은 아닐까.

“저 역시 기대돼요. (김)새론이나 (김)소현이 보면서 얼마나 더 예뻐질까 생각도 많이 들어요. 저희가 20대가 됐을 때 어떤 작품에서 연기를 펼칠까 궁금하고 또 저희가 같이 성장하면서 대중에 어떤 모습들을 보여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길을 걸어갈까 고민도 커요. 그래서 굉장히 떨리고 긴장도 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그 날이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의 김유정이 바라는 훗날의 여배우 김유정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한 단계씩 두 단계씩 성장과 발전의 과정 그 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깊고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특히 눈빛에서 느껴지는 깊이를 가장 기대해요. 최근 성동일 선배님이 제게 눈빛이 좋은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지금의 눈빛을 앞으로도 제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배우다’ 하고 느껴지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 속에는 외적인 분위기나 내면의 깊이가 모두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평소 모습에서도 배우로서 풍기는 느낌이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타고난 배우라는 느낌보다 항상 노력하고 가꿔 가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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