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라노를 사로잡은 남자, 이세희

입력 2015-11-03 16:18   수정 2015-11-09 08:28


[이유리 기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남자치고는 조금은 긴 머리. 마르지는 않았지만 결코 크지도 않은 몸. 옆으로 시원하게 뻗은 눈이지만 동양과 서양의 매력이 공존하는 얼굴. 

25살. 모델치고는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는 한국보다 먼 이탈리아에서 먼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신인 모델이다. 모델 디렉터스 소속 모델 이세희.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와 bnt뉴스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부드러운 느낌의 체크셔츠와 데님팬츠 그리고 후드를 살짝 걸친 그는 멋스러웠다. 첫 번째 콘셉트에서부터 그의 범상치 않은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화보 속에서 그는 단순히 몸만 움직여 포즈를 취하는 모델이 아니라 감성을 쏟아내는 배우 같았다. 

캐주얼하고 가벼웠던 두 번째 룩에 이어 잘 관리된 복근을 살짝 드러낸 세 번째 촬영에서 그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쇠사슬을 몸에 걸치고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그는 대세라는 예쁜 남자는 아니지만 모든 여심을 훔칠 나쁜 남자로 불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Q. 오늘 화보촬영 소감이 궁금하다

첫 인터뷰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이 다들 좋아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들 리액션이 좋아서 분위기에 취해 더욱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아직 모델 이세희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 어필을 하자면

해외 쪽에서 주로 활동을 하지만 국내에서도 간혹 패션위크 무대에 서고 있다. 나는 굉장히 동양적이고 비율이 좋거나 꽃미남과의 모델은 아니다. 해외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도 어찌 보면 그에 있고. 하지만 개성이나 분위기는 자신 있다. 잘 봐주시면 좋겠다.


Q. 밀라노에서 모델 활동을 했다고

밀라노에 갔을 때 밀라노에서는 패션위크 시즌이었고 피렌체에서는 ‘피티 워모’라는 세계 남성복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람회 일정이 먼저 픽스됐기에 밀라노 패션위크 캐스팅을 다 놓쳤다. 밀라노 패션위크가 목표였기에 낙담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일을 못하고 돌아가는 많은 모델 중 나는 일이 있었던 것 아닌가. 그래서 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뒀다. 패션위크 끝나고는 여러 매거진 촬영을 했었다.

Q. 모델 이세희가 이탈리아에서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표정, 분위기 그런 것을 좋아해준 것 같다. 이탈리아 보그 촬영이 있었는데 촬영 콘셉트가 굉장히 아트적이었다. 슛이 들어가자마자 나에게 울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구하고 곧 울었다. A컷이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스태프들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다. 그때부터 나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모델 일 외에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더라.

촬영 후에는 포토그래퍼와 에디터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그 저녁식사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른 일을 소개받았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하려면 경력과 회사 등을 고려할텐데 이탈리아에서는 작업하는 콘셉트와 모델이 맞는지 안 맞는지만 보더라. 그래서 외국에서 활동하는 게 더 편했던 것 같다.
 
Q. 외국에서 활동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 중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몇 안 되더라. 파리와 LA에서 온 모델 친구들과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술이 도움이 됐다. 처음에 와인 몇 병 사들고 어떻게든 얘기를 하려고 하니 친해졌다.

경상북도 상주 출신이고 영어 실력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고작이었다. 억지로 하려고 하기 보다 편하게 즐기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언어도 늘었다. 파티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러다보니.

Q. 처음 모델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된건가

군대에 있을 때 모델을 하려고 처음 마음먹었다. 내 삶을 돌이켜보니 입시만 생각하고 달려왔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더라. 그게 문득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개념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때는 오래할 생각은 없었다. 한 번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천직이라 느꼈다. ‘제대로 파고들어볼까’라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외국 진출에 있어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국가별로 선호하는 이미지가 있다. 파리의 경우 굉장히 마르고 몽환적인 스타일을 좋아하고 아메리칸쪽은 남성다운 것을 좋아한다. 나는 딱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마른 것도 아니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동양 모델을 이탈리아에서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많았다. 게이들에게 대시를 받기도 했고(웃음).  

Q. 처음 모델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놀랐을 것 같은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저러다말겠지”했다. 친구들은 서울 패션위크 데뷔 후에 “얘가 정말 하려나보다”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께는 처음에 말씀도 안 드렸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라. 어머니는 조금 개방적이신데 모델을 하겠다 말씀드렸을 때 좋아하셨다.

처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작년 말에 운 좋게 모델 디렉터스와 계약하게 됐고 그 사실을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당장 다니던 학교와 하고 있던 다른 일을 그만두고 모델 일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하려면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집중해서 열심히 하라고. 아버지께는 말씀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학교는 언제 다시 돌아갈 거냐고 물어보신다(웃음).  

Q. 대부분의 모델들이 ‘꿈의 무대’를 하나쯤 가지고 있던데. 혹시 모델 이세희에게도 꿈꾸고 있는 무대가 있을까

너무 많아서(웃음). 하나를 꼽자면 ‘디스퀘어드2’ 쇼. 나랑 이미지도 맞는 것 같고 긴 머리를 치렁치렁 휘날리면서 한 번 걸어보고 싶다.

Q. 지금까지의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쇼는

피렌체에서 했던 첫 번째 쇼. 밀라노 캐스팅을 놓쳐서 낙담하고 있을 때인데 백스테이지에서 마음을 바꿨다. ‘열심히 해보자’하고 워킹을 당당하게 했다. 워킹을 할 때면 잘했다 못했다 그런 생각들이 드는데 그 날은 ‘되게 잘 걸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을 검색해보니 올라온 사진들 중 내 사진이 가장 많더라.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콘셉트는

호모섹슈얼적. 중성적인 콘셉트가 재밌다. 영화 ‘하이힐’ 속 차승원의 연기를 보고 나는 연기는 아니지만 화보로라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런 콘셉트가 하고 싶고 잘할 것 같다.

Q. 모델로서의 롤모델이 있나

있었다. 그런데 계속 따라 가려다보니 내 색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롤모델보다는 나 자신을 계속 연구하는 편이다.

Q. 다시 이탈리아에 간다고 들었다. 이탈리아에 나만 아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해주자면

두오모 성당은 굉장히 복잡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걸어들어가면 너무나 평화로운 공원이 하나 나온다.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큰 나무가 있는데 그 그늘 밑에 있으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일이 없을 때면 거기서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나빌리오 운하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다리 밑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 가만히 있으면 시끌벅적한 소리, 다리에 비치는 사물들을 바라보는 게 참 좋다. 거기서 혼자서 와인 많이 마셨다.


Q. 촬영하다 보니 몸이 굉장히 좋더라.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특별히 관리 하지 않는다. 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도 마시고 항상 라면으로 해장을 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커져서 옷이 맞지 않으니깐 운동도 많이 하지 않는다. 티비를 보면서 몇 번 하는 정도다.

나는 추어탕, 아귀찜 같은 토속적인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맵고 짠 음식. 밀라노에 있을 때 먹을 게 없어서 닭가슴살과 과일 위주로 억지로 먹었다. 그러다보니 온 몸에 있는 붓기가 다 빠지더라. 처음에는 얼굴에 붓기가 빠지길래 외국물이 잘 맞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맵고 짠 음식을 안 먹어서 그렇더라(웃음). 빨리 살을 빼고 싶다면 맵고 짠 음식을 끊기를 추천한다.

Q. 자신의 신체부위 중 가장 자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어깨. 어깨가 넓은 편이라 다른 곳이 말라도 체격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 것 같고 어깨가 넓은 것에 비해 허리는 가는 편이라 옷 라인이 잘나오는 편인 것 같다.

Q. 2015년이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목표한 바를 이룬 것 같나

올해가 양띠 해인데 내가 양띠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들이 많았다. 대표님을 만나 모델 디렉터스와 계약하게 됐고 밀라노도 갔고 서울 패션위크에도 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이뤄진 것 같다. 11월에는 싱가폴에서 쇼에 서게 됐다.

Q. 조금 이르지만 2016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보통 모델들이 뉴욕, 파리 같은 큰 도시를 가고 싶어 하는데 나는 반대로 아이슬란드나 핀란드를 가고 싶다. 북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활동하고 싶다. 내년에는 1월부터 7월말까지 밀라노에 머물 계획이다. 2시즌 동안 꼭 밀라노 패션위크에 서고 싶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꼭 가고 싶다. 너무 평화롭고 신비한 곳이고 오로라가 매력적인 곳이라고 들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봐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프리티보이 사이에서 느낌 있고 나만의 색이 있는 모델이 있다고 한 번만 생각해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오시면 좋겠다(웃음).

기획 진행: 이유리, 심규권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의상: 펠틱스, STCO, 프레스톤즈, 데님인디고마스터, 스트롱홀드 
슈즈: 아키클래식, 팀버랜드
헤어: 라뷰티코아 청담 베네타워점 정영석 원장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청담 베네타워점 김미현 아티스트
장소협찬: 파티오D 가로수길점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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