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馬車이야기⑨]창공의 영웅으로 거듭난 머스탱(Mustang)

입력 2015-11-21 08:50  


 자동차 이름에 말(馬)을 뜻하는 이름을 붙이거나 말(馬) 문양을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경우가는 많다. 유럽 내 포르쉐와 페라리가 있다면 미국에선 포드 '머스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머스탱' 이미지는 자동차 업계를 뛰어 넘어 항공업계까지 사용됐다. 

 머스탱 디자이너들이 운전석 앞의 큼지막한 아날로그형 계기판을 비롯해 더블 브로우(좌우 대칭 대시보드) 등의 인테리어를 전투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지만 차명(車名) 뿐 아니라 항공기명까지 활용됐다는 점은 놀랄 만한 일이다. 오히려 차(車)보다 항공기명으로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기인 F-51. 한국전쟁 발발 직후 태극마크를 몸에 새기고 목숨을 내어 한반도를 누빈 최초의 전투기 이름은? 바로 '머스탱'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상공에서 연합군 폭격기들을 호위하고, 악명 높았던 독일 공군의 제트엔진 전투기 '메서슈미트 Me-262'를 격추하는 등 공중전에서 크게 활약한 전투기였다. 2차 대전 중 총 9,100대를 격추시킨 기록은 전쟁사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물론 머스탱이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단일 날개 도입과 낮은 최고 시속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저고도의 우수한 성능에 비해 높은 고도에선 맥을 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지상 공격기에 머물 처지였다. 그러나 미국제 엘리슨 엔진을 영국산 머린엔진으로 교체하자 기존 640㎞/h에 불과했던 최고 시속이 고도 7,800미터에서 700㎞/h를 돌파, 그야말로 한 마리의 야생마로 환골탈퇴하게 된다. 물론 수많은 개량과 영국산 롤스로이스 엔진의 버프업으로 추후 발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머스탱이 한국 최초의 전투기가 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머스탱은 결코 호락호락한 전투기가 아니었다. 1950년 7월4일 한국공군은 베테랑 조종사 한명을 잃는다.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훈련 없이 머스탱 출격을 감행한 게 전사로 이어졌다. '야생마'라는 뜻을 가진 이름 그대로 머스탱은 거칠고, 저돌적인 야생마의 기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전 당시 머스탱을 직접 몰았던 권성근 조종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굉장히 무겁고, 말을 잘 안 듣고, 한번 속도가 나면 잘 서지도 않고, 속도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고, 일단 속도가 나면 브레이크 밟아도 금방 서지 않고..." 한 마디로 야생(?) 전투기였던 셈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물체를 지구의 중심으로 잡아당기는 중력과 위로 뜨게 하는 양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력, 앞으로 가는 것을 방해하는 항력에 의해 움직임이 결정된다. 그 중에서도 위로 뜨려는 양력은 날개에서 발생한다. 보통 항공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래는 평평하다. 덕분에 위쪽 날개의 공기 흐름이 아래쪽보다 빠른데, 이 때 날개 아래쪽보다 위쪽 압력이 작아져 위로 오르게 된다. 공기의 흐름이 빠르면 압력이 낮고, 느리면 압력이 높아진다는 '베르누이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비행기를 앞으로 밀어내는 추력이 높을수록 양력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량이 무거운 비행체일수록 날기 위해선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가벼운 참새는 바로 날아오르지만 무거운 새들은 땅 위를 달리며 속도를 높여야 날 수 있는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인간도 엔진을 만들고 나서야 하늘을 날게 됐다. 날개의 원리는 알았지만 추력을 얻지 못했던 만큼 번번히 비행에 실패해 왔다. 실제 사람이 날개로 날지 못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오래됐다. 이탈리아 과학자인 지오반니 보렐리(1608~1679)는 새의 날개 운동을 역학적으로 해석하고, 체중과 힘의 관계를 인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의 체중을 감안할 때 제 아무리 좋은 날개를 달아 휘젓는다 해도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더불어 과학자들은 펠리컨처럼 무거운 새들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물위를 활공하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래서 펠리컨이 지면(地面) 효과를 이용한다는 점도 알아냈다. '지면효과'란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 떠오르려는 양력을 증가시키는 반면 공기저항은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저고도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 초기 '머스탱'은 지면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면효과는 요즘 군사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독일과 일본에선 육군의 장비를 운송하기에 선박은 느리고 수송기는 너무 작아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 이른바 '위그(WIG)' 선이다. 보잉이 개발하는 지면효과날개( wing in ground effect : WIG)는 그 폭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면 너비와 비슷하다. 날개가 크면 지면효과가 크기에 보잉은 지면효과를 이용한 새로운 수송기가 시속 480㎞로 수면 6미터 위를 지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말(馬)은 이동과 변화, 소통 등 매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다양한 분야로 관련 의미가 확산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야생마 '머스탱'은 어떤 수식어보다 '창공의 영웅'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단순히 자동차 머스탱에 머물지 않고 창공을 지배했던 이름이어서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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