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전자의 기습(?), 현대차 긴장하나

입력 2015-12-10 09:24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이다. 의도한 것인지, 흐름이었던 것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매우 공교롭다. 현대차가 플래그십 제네시스 EQ900를 내놓은 날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가전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IT와 융합될 자동차 부문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던 셈이다. 이를 두고 삼성이 전자를 중심으로 다시 자동차 제조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물론 예견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가능성으로 일축하는 것도 쉽지 않다. 1994년 삼성이 닛산을 등에 업고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황이란 자동차의 뚜렷한 전환을 의미한다. 바로 자율주행으로의 진화다. 자율주행을 위해선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통해 주행 정보를 얻어야 하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지능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자율주행이 여러 상황을 결정하도록 다양한 디바이스 및 정보들과 연결되는 것도 핵심이다. 이른바 커넥티드(Connected)의 확장을 뜻한다. 주행 정보가 안전운행을 위한 판단이라면 다른 기기와의 연결성은 운전자의 복잡한 판단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완성차업체도 매진하는 분야다. 더불어 전기 동력의 확대도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전기차 사업은 필연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회사와 달리 전기차에 뛰어들어도 손해 볼 게 없어서다. 게다가 정유나 엔진 등 내연기관 산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향후 자동차에 통신 단말기가 모두 들어가면 오히려 새로운 통신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고, 제일모직 중심의 신소재는 전기차의 차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기차 사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삼성의 전장사업팀 출범은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삼성의 행보를 가장 주시하는 곳은 역시 현대차다. 1990년대 현대차를 위협하며 뛰어든 내연기관 경쟁에서 완벽히 삼성을 제압한 현대차는 전기차를 손에 쥐고 다시 바퀴 산업을 주목하는 삼성전자가 달갑지 않다. 게다가 전기차는 이미 현대기아차도 적극 개발, 생산하는 만큼 삼성의 전기차 사업은 미래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도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IT 기업들과 손잡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삼성이 전기차를 만들어 도전해도 자율주행 만큼은 얼마든지 앞설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삼성도 현대차를 향해 구애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글로벌 생산 5위에 오른 현대기아차의 규모를 감안할 때 LG전자처럼 주요 협력업체에 올라서는 게 급선무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삼성도 직접 전기차 제조에 뛰어든다는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생산 시설만 갖추면 언제든 전기차 조립에 나설 수 있어서다.






 흔히 자동차를 진입 장벽이 큰 산업으로 분류한다. 엔진 등 수 많은 협력업체의 관계망이 워낙 촘촘한 데다 초기 투자에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제 140년 동안 새로운 자동차회사의 출현은 극히 적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점차 장벽의 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동력이 바뀌고, 지능이 들어가면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장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덕분에 IT 및 전자 회사들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적극적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산업의 성격이 변모한다는 것이고, 언젠가 양측은 격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자동차회사와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하드웨어를 축적한 IT 기업이 정점에서 만날 때가 대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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