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시스루] 그 많던 지상파 여배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5-12-14 18:07  


[bnt뉴스 김희경 기자] 대한민국의 드라마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반드시 제 시간에 TV를 사수하던 시절과, 본방송과 재방송이 아니면 안 되는 시절은 이제 옛 말이 됐다.

수백 개로 불어난 채널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핸드폰과 PC, 태블릿 등으로 간단하게 드라마를 보게 됐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더 이상 지상파 드라마를 통해서만 출연한다는 고정 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배우 한지민을 시작으로 박보영, 최지우, 등 많은 여배우들이 지상파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비지상파에 발을 내딛는 배우들의 수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6%, 작지만 매운 ‘빠담빠담’의 선방

지난 2011년 JTBC는 개국 기념 드라마로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이하 ‘빠담빠담’)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종편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1회 1.6% 시청률을 시작으로 ‘빠담빠담’은 평균 시청률 1.5%를 꾸준히 유지하며 당시 종편으로서는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로서 비지상파 드라마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증명한 셈.

사실 지상파 드라마는 ‘환자를 치료하다 연애’하고, ‘범인을 잡다 연애’하고, ‘회사에서 일하다 연애’하는 이야기들이 잔뜩 점철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을 주로 이끌어가야 하는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을 보다 멋지고 환상적이게 묘사하는 것에 혈안이 돼 주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을 ‘민폐 캐릭터’나 ‘5분 컷’으로 만드는 것도 부지기수. 이제 여배우들은 단순히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출연하기보단, 그동안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색다른 연기 변신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러한 여배우들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는 지상파 밖에 있었다. ‘빠담빠담’ 속 정지나(한지민)는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서툰 초식녀로 등장해 자신을 짝사랑하는 양강칠(정우성)과 함께 사랑에 서툰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했고, ‘두번째 스무살’ 속 하노라(최지우)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에게 무시당하는 유부녀라는 핸디캡을 안고 용기 있게 15학번 대학생으로 입학해 자신의 잃어버린 청춘과 현재의 청춘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 나의 귀신님’ 속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나봉선(박보영)은 귀신 신순애(김슬기)에 빙의된 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향해 당당하게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반전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함을 선사했다.

최근 종영된 ‘두번째 스무살’과 ‘오 나의 귀신님’은 각각 최고 시청률 7.2%와 7.3%을 기록했다. 또 최지우와 박보영의 연기력에 대해 다시금 재조명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현재 드라마와 영화 산업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여배우의 캐릭터 기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최지우-박보영, 작품? 재미만 있다면 OK

박보영과 최지우는 케이블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재밌어서”라는 간단명료한 답을 내놨다. 실제 ‘오 나의 귀신님’의 극본을 맡은 양희승, 양서윤 작가는 MBC ‘남자 셋 여자 셋’(1996), SBS ‘순풍산부인과’(1998)과 KBS2 ‘동물원 사람들’(2002), MBC ‘논스톱4’(2003) ‘논스톱5’(2004) ‘레인보우 로망스’(2005) 등을 통해 따뜻한 인간애와 코믹한 면모를 그려내는 드라마를 선보인 바. 그 기반을 통해 ‘오 나의 귀신님’ 속 나봉선(박보영)은 답답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당위성이 충분한 러블리 캐릭터로 생생히 살아 움직였다.

또한 ‘두번째 스무살’의 소현경 작가는 SBS ‘찬란한 유산’(2009) ‘검사 프린세스’(2010) ‘49일’(2011), KBS2 ‘내 딸 서영이’(2012), MBC ‘투윅스’(2013)로 다양한 주제에도 흔들림 없는 필력을 보여 탄탄한 고정층을 거느리고 있었다. 소현경 작가는 극중 하노라(최지우)라는 30대 후반의 유부녀가 15학번 대학생으로 파란만장한 캠퍼스 생활을 이끌어가는 설정을 무리 없이 그려냈다.


김혜수-고현정-한예슬, 온실 벗어난 꽃들의 반란 예고

이러한 비지상파 드라마들의 잇따른 성공은 배우들로 하여금 ‘인생작’을 만나게 해준 셈이었고, 이를 통해 비지상파에 도전하지 않았던 여배우들에게도 흥미로운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생성했다. 내년 2016년 방송될 tvN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즈’(가제), JTBC ‘마담 앙트완’에 출연할 배우 김혜수, 고현정, 한예슬이 바로 그 도전자들이다.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무전)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치는 SF 스릴러 드라마로, SBS ‘싸인’(2011) ‘유령’(2012) ‘쓰리 데이즈’(2014)를 선보인 김은희 작가의 차기작.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예리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김은희와 함께 대한민국 카리스마 여배우로 손에 꼽히는 김혜수의 만남은 시청자로 하여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케미가 아닐 수 없을 터.

이어 JTBC 새 금토드라마 ‘마담 앙트완(극본 홍진아, 연출 김윤철)’은 임상심리전문가를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상처를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KBS1 ‘학교3’(2000), KBS2 ‘반올림’(2003), MBC ‘베토벤 바이러스’(2008) ‘더킹 투하츠’(2012) 등을 집필한 홍진아 작가와 로맨스 코미디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한예슬의 만남은 또 다시 새로운 로코물의 탄생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tvN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가제)는 끝나지 않는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드라마로,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고두심 등을 포함해 고현정까지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노희경 작가는 MB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 JTBC ‘빠담빠담’(2011), SBS ‘그 겨울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차가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녹이는 대사와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국민 작가’로 거듭났다. MBC ‘여왕의 교실’(2013)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비지상파 드라마를 선택한 고현정은 과연 우리들에게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많은 여배우들의 비지상파 드라마의 도전은 대중의 입장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주제다. 한정적인 캐릭터를 벗어나고자 하는 여배우들의 행보는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초석이 아닐까. 다양성이 보다 존중되는 드라마가 지금처럼 많아진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안겨줄 감동과 기쁨은 더욱 배가될 터. 여배우들은 이제 예쁘기만 한 꽃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사진출처: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공식 포스터, bnt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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