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을’ 박은석, 앞으로 1보 전진

입력 2015-12-29 16:56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힘들었던 시절을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되고 싶느냐 다시 묻는다면 저는 또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에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술교사 남건우 역을 맡아 활약한 박은석이 bnt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아직은 브라운관보다 연극 무대에서의 모습이 더 익숙할 배우 박은석은 올해에만 연극과 드라마 각각 3편씩 총 6편의 작품과 함께했다. 점차 연극무대에서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에게 ‘마을’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 남건우를 만나, 한 뼘 더 성장

그는 “예전엔 대학로에서 알아봤으면 요즘은 마트에서도 알아보신다”며 의외의 장소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대한 신기함을 내비치며 웃어보였다. 그를 좀 더 낯익은 배우로 만들어준 ‘마을’은 암매장됐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화가 깨진 아치아라 마을의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범상치 않은 드라마 속 남건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건우는 정말 입체적인 인물이었어요. 남건우는 무언가를 다 알고 있는 듯 의문스럽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어요. 그래서 극 초반엔 범인으로 의심을 많이 받고, 안 좋게 인식이 됐었죠.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결국 건우의 입을 통해 비밀들이 하나씩 깨졌잖아요. 나름의 정의가 있는 건우 캐릭터를 지상파에서 할 수 있다는 게 남다른 매력이었죠.”

‘마을’의 범인이 누구인가는 작가와 감독만이 알고 있었다. 때문에 배우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바쁜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초반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남건우는 극이 전개됨에 따라 마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임이 밝혀졌다. 건우에게 집착하는 가영(이열음)이 실은 자신과 같은 피가 섞인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어 밀어냈다는 것도. 때로는 대본에 이런 점들이 나와 있지 않아 상대를 대하며 이유도 모르고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어렵다기보다는 사실 가이드라인이 좀 필요했어요. 무턱대고 가영이를 차갑게 대하고, 마음을 거절했으니까. 일단 1차적으로 봤을 때도 선생님과 제자사이였고요. 그 외에 왜 남건우는 다른 친구들보다 유독 가영이한테만 심하게 하나 추측을 해봤어요. 그때 ‘혹시 혈연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가 흘러가는 걸 봤을 때, 분명히 어떠한 사실을 가지고 그걸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점을 봤을 때 이 이야기는 이쪽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촉이 있었어요. 운 좋게 추리가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독특한 소재와 장르 탓에 시청률은 보답하지 않았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 속에 마니아들을 생성하며 종영한 ‘마을’이 박은석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를까.

“이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생긴 것 같아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걸 배우고, 보고, 느꼈어요. 앞으로 제가 나아가는 방향성에 있어서 1보 전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 10년의 고민이 보상을 받을 때

앞서 짧게 언급했지만 한 해에만 6편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마냥 바쁘게 살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꾸준히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연기로 신뢰를 쌓아왔다는 증거가 될 터. 특히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했던 ‘마을’에서도 그는 남건우를 제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연극으로 다져진 호흡과 대사전달력으로 이목을 모았다.

거슬림 없는 대사는 곧 발음의 정확함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한국에 온지는 이제야 10년을 꽉 채운 정도. 스물 두 살의 나이에 혈혈단신 홀로 한국 땅을 밟고, 발음교정을 위해 군대까지 다녀온 그가 갖고 있는 연기 열정이 실로 대단하다.

“아이돌 제의도 많이 있었어요. 제 미국이름이 데니거든요. 미국이름도 쓰고, 한국말도 못하는 캐릭터로 가면 좋겠다고. 전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잖아요.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수를 해야지’ 생각해서 그 영역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또 제가 미국에서 왔다고 해서 그걸 어필하며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차라리 나중에 한국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여기에 플러스 요인으로 ‘이 친구가 영어도 되는 구나’ 장점이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영어를 통해 배우가 되면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고, 폭 넓게 연기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외국에서 왔다는 온갖 티를 안 내려 많이 노력했어요. 발음 교정하려고 군대도 다녀왔고, 공연도 열댓 편을 했고요. 공연하면서 발음이 많이 좋아졌지만 발음에 대한 콤플렉스는 꾸준해요.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지만, 지금은 저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웃음).” 

“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방황하던 시기에 연기를 시작했다”던 그는, 연기자의 꿈을 갖고 한국에 온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박은석은 “‘10년 동안 한 가지만 파면 그게 본인의 직업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정말 그 말처럼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처음 한국에 온 그에게는 아이돌 제의라는 유혹이 오기도 했지만, 오직 연기를 외친 박은석은 그 유혹을 뿌리치고 조금씩 10년간의 보상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는 오래된 친구도, 아는 관계자도 없었다. 뭐든 혼자서 알아보고, 혼자 시험치고, 학자금 대출 받아가면서 대학에 다녔다. 열정만 있으면, 노력하는 것 만 배 이상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런 소속감 없이 맨땅에 헤딩을 했다는 게 한국생활 중 제일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큰 자산이다”고 이야기했다. 박은석의 한국생활 10년에는 힘든 일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힘들었던 지점을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이야기한 박은석처럼, 부모님 또한 그의 노력을 알고 응답했다.


◆ 배우-연기-무대, 가족이라는 원동력을 업고 확신하기까지

“부모님이 두 분 다 미국에 계시는데, 얼마 전에 저희 어머니가 ‘네가 한국 나가서 피땀 흘린 노력이 너에게 보람 있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내셨어요. 보는 순간 정말 뭉클했죠. 그 순간 ‘제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느꼈어요.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됐고요.”

박은석은 부모님,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마지막 남은 천 원으로 김밥 한 줄 먹고, 집까지 걸어가던 게 팔년 전 이었다”고 힘든 시절을 회상하던 그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기를 하게 만든 원동력을 묻자 바로 “가족”이라고 답했다.

“제가 성공해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못 해줬던 걸 다 해주고 싶었고, 부족함 없게 해주고 싶었어요. 가족들의 끊임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가족까지 저한테 그만하고 들어와라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 연기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 제가 좋아하는 걸해서 그 이상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만족감을 느끼면서 보상도 있으면 그 보상을 갖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무엇이 됐든 저에게 있어서 목표는 가족이었고, 그걸로 버틴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일해서 돈을 받았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지금 제 상황에서 최대한 얼마를 줄 수 있지?’였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어 부모님이 한국에 오시면 제가 밥도 사고, 구경도 시켜주고 있어요. 연기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효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이에요(웃음).”


박은석은 연극부터 시작해 데뷔한지 5년차를 넘기고 있다. 바쁘게 지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점차 배우로서의 빛을 보고 있다. 진지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그였지만, 연기에 대한 진중함 앞에도 힘들었던 생활 탓에 배우생활이 정말 자신의 길이 맞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 고민을 정확히 6년을 했어요. 한국에서의 10년 중 60퍼센트를 차지한 거죠. 석 달에 한 번씩은 다 때려 치고 미국으로 갈까 생각했어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제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했죠. 그리고 저는 배우가 되는데 도움이 되려고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이제와 또 이걸 고민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서면서 제가 이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이 확신을 갖게 된지가 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고,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뭐가 되고 싶느냐 다시 한 번 묻는다면 저는 또 배우가 되고 싶어요.”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