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렛미인’ 안승균, 진심이란 말의 힘을 믿기에

입력 2016-02-17 08:15  


[bnt뉴스 이승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뮤지컬 ‘마이 맘’, 연극 ‘비행소년 KW4839’를 통해 천천히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던 배우 안승균이 연극 ‘렛미인’을 통해 제대로 대중들에게 본인을 각인시키고 있다.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의 동명 소설과 스웨덴 영화와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그와 친구가 되는 수 백 년을 산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하지만 늙음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하칸. 외로운 두 소년과 소녀의 풋풋하지만 아련하며 매혹적이고 잔혹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렛미인’은 고독과 어둠에 갇힌 사람들과 추락하는 순간 구원의 손길처럼 찾아온 사랑에 대한 작품.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할 때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저 배우가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구나’라는 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 bnt뉴스는 ‘렛미인’에서 오스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안승균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애정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그를 보며 그가 말하고자 한 ‘진심’이란 것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렛미인’ 합류요? 제 주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세요. 예술의 전당이란 큰 공연장에 작품 자체도 훌륭하잖아요. 주변에서 저 같은 신인을 누가 뽑겠냐며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냥 즐겁게 오디션을 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행복하죠(웃음).”

오디션 장에 도착하면 생각을 비우고 조용히 혼자만의 생각에 갇힌다는 안승균. “스스로가 보기에 나는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뭔가를 더 본다한들 변하는 건 없을 거라 생각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낀 건 말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진심 때문이었을까.


‘렛미인’이 공연되고 있는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은 1,000석이 넘는 규모로 ‘렛미인’ 전에는 뮤지컬 ‘베르테르’가 공연됐던 장소. 중대극장 규모의 극장에 안승균 역시 “죽기 전에 서보고 싶던 꿈의 무대였다. 이렇게 빨리 오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복잡 미묘한 모습을 보였다.

“입시 선생님이 출연한 연극 ‘당통의 죽음’을 보러 이 극장에 처음 왔었어요. 그땐 이렇게 큰 극장에서 연극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 멋졌죠. 그때부터 제 꿈의 무대였어요(웃음). 처음엔 꿈의 무대에 오른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이 커졌죠. 내가 이런 큰 규모의 극장을 메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무대에 오르는 건 좋았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스스로가 알기에 손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고귀한 직업이에요. 제가 연기를 하고 있고 배우라고 불리지만 전 아직도 배우가 꿈이에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요. 함께 하는 선배님들 보면서 반성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무브먼트가 많은 무대를 준비하며 피지컬적인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작품 속 수중 장면 덕분에 물 공포증을 이겨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실제 수영장에 가서 잠수 연습을 하는데 숨을 잘 참지 못해 큰일 났단 생각이 들었다고.

“처음엔 정말 몇 초 못 버텼어요. 스태프 분들이 수영장에 동행하셨는데 제 잠수를 보시고 걱정 가득한 표정이시더라고요(웃음). 정말 연습 많이 했어요. 거의 매일 수영장에 가서 훈련을 했죠. 물속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봤어요. 근데 생각을 비워내고 가만히 있으니 오래 버티게 되더라고요. 그냥 편안하게 있으니 숨도 가빠지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가니 거의 2분 가까이 참게 됐어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단 걸 그때 알았죠(웃음).”

“극에 나오는 무브먼트에 전부 참여하고 싶어요. 힘든 것보다 재미가 더 커요. 사실 제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춤을 전공했거든요. 정말 밥 먹고 춤만 출 정도로 춤에 미쳐 살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연극 ‘임차인’을 봤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데 그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연기를 시작했어요.”


‘렛미인’은 무대 위에 실제 자작나무들을 설치하거나 흡혈 장면에서는 피를 연상케하는 액체를 사용하는 등 시각적인 효과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뿐만 아니라 꽉 찬 무대 연출과 상황에 적합한 음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안승균이 관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잠수 장면?(웃음)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어요. 극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연 없는 사람은 없죠. 그들에게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어요.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원작 자체가 마니아가 두터운 작품이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될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연극 그 자체로 호기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이란 단어를 좋아한다”며 웃는 그에게 도대체 진심은 어느 정도의 의미일까. “내 연기 테크닉과 실력이 부족하단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을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진심 밖에 없었다”는 안승균의 말에 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말마따나 정말 진심으로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심을 담아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스타성과 연기력도 물론 배우로서 중요한 부분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것들로 평가받는 게 아니에요. 그냥 따뜻한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 있잖아요. 맡은 역이 싸이코패스, 알코올중독 등 뭐 어떤 역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휴머니즘을 전할 수 있는 배우요. 관객이 봤을 때 제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진심(眞心). 안승균은 인터뷰 내내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모습 그대로를 숨김없이 보였다. 연기에 대한 그 진심을 끝까지 잃지 않길 바라며 그의 다음 행보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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