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렛미인’ 박소담, 무대 위 피어난 꽃 한 송이

입력 2016-02-23 15:35  


[bnt뉴스 이승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박소담은 한 겨울에 핀 투명한 꽃 같았다. 박소담과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깊고 안정감 있는 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꽃인 줄 알았더니 꽃나무의 묘목이었다.

최근 연극 ‘렛미인’에서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박소담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bnt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과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박소담의 행보는 남달랐다. 영화로 유명세를 치룬 그가 영화나 브라운관이 아닌 공연 무대에 오른다니, 라인업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을 정도. 이를 들은 박소담은 웃으며 “제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극원 연기과였어요.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죠. 그래서 제겐 연극 무대가 익숙한 공간이에요. ‘렛미인’을 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학교에서 공연을 하면서 이렇게 큰 무대에 서본 적은 없어요. 그땐 공연장 규모가 커봐야 150석이었는데 여긴 1,000석이 넘잖아요.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 고민이 컸던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분은 풀렸죠(웃음).”

“제 선택에 대한 대중 분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죠. ‘렛미인’ 출연이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이건 제가 하고 싶어서 선택을 한 거였고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바깥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임했어요. 온전히 연기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처음 예술학교에 입학하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무대 위 박소담이 주로 등장하는 곳은 약 2m 높이의 수조 위. 그 위에서 박소담은 뒤로 누운 채 넘어지기도 하고 철봉에 의지해 움직임을 계속한다. 표정 변화 없이 작품에 임했던 박소담에게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말을 듣기 전엔 그가 연습 초반 겁을 먹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에 뒤로 떨어지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스스로를 못 믿어서 실패도 많이 했죠. 뒤에서 받쳐주는 배우들을 믿고 떨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서 얼굴을 심하게 다칠 뻔 한 적도 있어요. 근데 더블로 출연하는 언니가 너무나 잘 해내는 걸 보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어요(웃음).”

“처음에는 수조 위에 어떻게 서있지 싶을 정도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었어요(웃음). 지금에서야 웃지만 그때는 등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하고 있죠. 그 위에서 밥도 먹을 거라고 그랬다니까요(웃음).”

극중 일라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사랑을 한다. 오스카와의 사랑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극 안에는 일라이와 하칸의 사랑도 있다. 이미 늙어버렸지만 일라이에 대한 사랑 하나로 오래 전부터 그의 곁에서 일평생을 살아온 하칸. 박소담은 이러한 일라이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드리고 해석했을까.

“오스카와 하칸을 사랑하는 일라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고민하는 와중에 존 티파니 연출님이 제게 이 얘기를 해주셨어요. ‘일라이는 분명 긴 시간 동안 많은 남자들을 거쳐 왔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인 것이든 떠나보낸 것이든 그러한 반복 속에서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껴왔을 일라이를 생각해봐라. 얘가 두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에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그 아이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고 절실한지 생각해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순간 일라이도 참 외로운 존재란 생각이 들면서 이해가 됐죠.”

박소담은 그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 안승균과 오승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호흡을 맞출 때 두 배우 각각의 분위기가 달랐다”며 입을 열었다. 상대 배우가 주는 에너지에 따라 스스로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두 배우 느낌이 달라요. 승훈이는 좀 더 챙겨주고 싶은 어린 오스카 같아요. 승균이가 더 성숙한 오스카의 느낌이 있었죠. 승훈이가 승균이보다 나이가 많은데 더 순수하게 느껴졌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떠나고 오스카가 우는데 정말 오스카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안아주고 싶더라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큰 세상에 나와 많은 걸 경험하며 부딪히고 있어요. 근데 두 사람이 만드는 오스카를 보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밝은 에너지가 저를 되게 많이 웃게 해줬어요. 너무 고마운 친구들이예요(웃음).”

“저도 살짝 지쳤던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이 짧은 시간 안에 벌어졌잖아요. ‘검은 사제들’ 영신이란 캐릭터가 너무 강했죠. 그 다음에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좀 더 현실감 있는 사람을 하고 싶기도 했죠. 나는 되게 밝고 건강한 사람인데 영화에서 보여드렸던 모습은 어둡고 무거운 모습들이었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이런 밝은 면도 있고 보여드리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많은 작품을 하고 있지만 박소담을 떠올리면 영화 속 영신이란 캐릭터를 떼어내기는 어렵다. 그런 그의 선택에 다시금 궁금증이 생겼다. 일라이의 어떤 모습이 박소담을 무대로 이끌고 왔을까.

“뱀파이어지만 일라이가 가진 소녀스러움과 당찬 모습들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런데 뱀파이어로서는 굉장히 무섭죠. 그런 대비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어요. 그래서 일라이를 만나면서 저 스스로도 많이 치유가 됐고 지금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을 만난 것도 제게 많은 치유가 됐죠. 또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것도 그렇고 많은 의미에서 ‘렛미인’은 제게 치유예요. 추운 겨울에 저희의 작품을 보러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시는 거잖아요. 감사하고 행복하고 울컥해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어요. 무대가 주는,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들과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기회만 된다면 계속해서 병행하고 싶어요. 원래도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단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서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정말 행복하고 계속해서 무대에서도 만나 뵙고 싶어요(웃음).”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는 박소담을 보니 단단한 꽃나무가 무대에 잘 뿌리를 내리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박소담이란 이름 세 글자는 관객들의 선택에 확신이 될 것이며 믿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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