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멤버’ 남궁민, 기분 좋은 스트레스

입력 2016-02-29 09:46  


[bnt뉴스 김희경 기자]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는 남궁민에게 빼놓을 수 없는 단어 같았다. “내 스스로를 많이 괴롭힌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는 스트레스가 자신의 몸을 해치는 존재가 아닌, 내면적 나태함을 지양하고 스스로를 가꾸는 거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그는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에서 벗어나 연기 자체를 사랑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최근 bnt뉴스는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에 출연한 남궁민과 인터뷰를 가졌다. 시청률 20%가 넘을 정도로 인기 드라마였던 만큼 그에게 풍겨지는 이미지는 아직도 남규만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자 남궁민은 이런 분위기를 예상한 듯 “나쁘게 안 보이려고 앞머리도 내리고 왔다”며 제법 애교 있는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
 
지난해 종영된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에서도 악역으로 등장한 남궁민은 차기작 또한 악역 계열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 남궁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서로의 캐릭터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냄보소’ 속 권재희는 내면적인 악역이었어요. 연쇄살인마라는 극단적인 구성요소가 있어서 마치 픽션의 느낌이 가미됐죠. 하지만 ‘리멤버’ 속 남규만은 건드리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친구이자 현실성이 많이 들어가서 확연하게 달랐죠. 때문에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에게 남규만은 그간 연기했던 악역과 전혀 다른 스타일로 다가왔다. 매사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해야 했던 그는 자신의 본질과도 너무나 다른 캐릭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감독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였다.
 
“한 달에 3주 정도는 대사 연습을 할 때 많이 삐그덕거렸어요. ‘이건 내가 아닌데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더 생활 속에서도 진심을 담아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매니저가 조금만 실수해도 엄청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저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아직 남규만을 다 내려놓진 못했지만 어떤 작품보다 빨리 남규만이라는 캐릭터를 내려놓고 있어요.”
 
극중 남규만은 갑의 위치에 서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함부로 사람을 해치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결국 정의에 패배해 교도소에 갇힌 그는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쓸쓸히 목을 매달고 자살하게 된다. 남궁민이 바라본 남규만의 결말은 개인적으로 시원했다는 평.
 
“물론 가장 시원한 결말은 그간 남규만에게 괴롭힘 받은 사람들이 쭉 줄을 서고 지나가면서 뺨을 한 대씩 때렸으면 시원했겠죠.(웃음) 하지만 너무 드라마 같잖아요.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인지, 아니면 작품을 위한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가지의 느낌을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된 점은 잘 됐다고 생각해요.”

 
데뷔 초반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던 남궁민은 부드러운 미소 속 가려진 섬뜩한 내면을 가진 악역의 이미지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중 ‘리멤버’는 남궁민의 악역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축시켜준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배우의 이미지가 다양하게 소모되지 않는 점이 걱정되진 않을까. 하지만 그는 “만족한다”며 되려 열심히 남규만을 만들었던 자신의 열정을 드러냈다.
 
“제가 처음 촬영장을 올 땐 언제든지 뛰어갈 준비를 해야 해서 의자에 못 앉아있고 엉덩이를 살짝 들고 있었어요.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형이 되고, 선배님이 되니까 이제는 촬영장이 너무 편한 나이가 됐죠. 하지만 연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연기를 향한 제 열정은 식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는 가수면 노래를, 연기자라면 연기를 본질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를 괴롭히고 궁리해요. 그게 악역일 경우에도 ‘내 성격은 이렇다’고 마음을 먹어야 진짜 연기가 나오죠. 열심히 했기 때문에 표현이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는 당분간 남규만을 뛰어넘는 악역이 아니라면 새로운 악역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적어 보였다. 다만 남규만으로 인해 생겨난 대중들의 생각에 대해선 “즐거운 과제”라고 말하며 연기의 한계점을 깰 생각에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작품은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역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남규만의 뇌 구조는 알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드라마가 끝나면서 기분이 좋은 건 제게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이젠 남궁민은 웃어도 무서울 것 같다’라는 말을 깨보는 과제라고나 할까요? 물론 100명 중 100명은 다 만족시켜드리지 못하겠지만, 80명 정도만 생각해주셔도 저는 성공했다고 봐요. 제게 더욱 열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기뻐요.”
 
“예전에는 제게 다들 나쁜 연기는 못 할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이제는 제게 착한 연기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제가 다양한 역을 소화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걸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배우와 감독, 그 미묘한 사이
 
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감독 남궁민)에서 메가폰을 잡은 남궁민은 대부분의 작업을 끝낸 뒤 음악 작업을 마무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의 예고편을 살짝 공개한 남궁민은 “자신있다”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그였지만, 예전부터 시나리오와 연출에 먼저 관심을 가졌던 그에게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꿈은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배우라면 연출을 못 할 거다’ 혹은 ‘겉멋이 들었을 거다’라는 편견이 있더라고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외국에서는 연기자가 연출하는 것에 대해 편견이 많이 사라진 상태거든요.”
 
‘라이트 마이 파이어’ 이외에도 그는 로맨틱 장르와 범죄 드라마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은 그였지만, 차기작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계속 각색에 매달릴 것임을 밝혔다. 

 
“제가 연출자로서 일할 때의 장점은 배우에게 주는 디렉팅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NG를 냈을 때 혼을 내기 보단 돌려 말해서 그 배우에게 더 자신감을 주는 점이랄까요? 이창민 감독님께서도 현장에서 자신감을 주시는 말씀을 잘 해주셔서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죠. 제가 배우고 싶은 점이에요.”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남궁민은 자신이 만든 결과치에 언제나 불만족스러웠다고.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손에 일을 놓지 않는 현재의 남궁민에게는 쑥스럽지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는 자신을 진정으로 가꾸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은 셈이기도 하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연기할 땐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혹은 ‘더 몰입해야 했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뭘 하던 간에 많이 괴롭혔죠.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좀 칭찬해줘도 될 것 같아요. ‘잘 했다’ ‘최선을 다 했다’라고요.” (사진제공: 935엔터테인먼트, 로고스필름)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