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익 감독 “‘동주’, 밀린 숙제한 기분”

입력 2016-03-02 14:31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국민들이 사랑한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선의의 라이벌 송몽규가 이준익 감독의 손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에게 감사할 정도로 윤동주와 송몽규,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3월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일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510개의 상영관에서 9만624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수는 75만2151명.

‘작은 영화’로 시작했던 ‘동주’는 손익분기점 60만을 훌쩍 넘기며 빛을 보고 있다. 70%의 팩트와 30%의 픽션으로 이뤄진 만큼 이준익 감독은 팩트에 가미된 픽션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쳤다. 그리고 나온 첫 번째 답은 설렘과 경각심이었다.

“먼저 두 청춘의 설렘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모순과 부도덕성에 항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마지막에 일본 형사 앞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폭력성과 윤동주와 송몽규가 그 모순을 비판하는 장면이 교차편집 되잖아요. 서양의 제도에서 비는 그들의 요식행위를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시인이 되지 못했던, 세상을 떠나서야 비로소 시인으로 불릴 수 있었던 윤동주와 독립운동가의 외로운 길을 걸었던 송몽규는 서로가 있었기에 더 값지게 기억될 수 있었다. 이준익 감독 역시 윤동주와 함께 있었던 송몽규를 통해서만이 서로의 삶이 증명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몽규의 존재가 더욱 필요했다.

‘동주’는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 했던 만큼 가장 중요했던 것 역시 윤동주와 송몽규의 캐스팅. 그렇게 이준익 감독이 선택한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은 온전히 윤동주와 송몽규가 됐다.

“강하늘은 그 성실성이 누구에게도 안 밀려요. 박정민은 영화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과 ‘신촌좀비만화’(감독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의 편차를 봤죠. 같은 배우가 아닌 느낌이더라고요. 연기의 스펙트럼을 봤어요. 그리고 뭘 시켜도 엄청 열심히 해요. 1초도 한 눈을 안 팔아요. 엄청난 에너지죠. 둘 다 대단한 배우예요.”

윤동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사람이지만 지금껏 영상으로 다뤄진 적 없는 인물이다. ‘사도’에 이어 윤동주와 송몽규에게 숨결을 불어 넣은 이준익 감독에게도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밀린 숙제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수능 때문에, 학교 성적 때문에 성장기에 갖춰야 될 문학적 소양이나 예술적 자질, 문화적 양분을 다 빼앗겨버린 것 같아요. 수능의 감옥에 갇힌 학생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는 그저 시험문제 중의 하나일 뿐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 놓은 나를 비롯한 어른 세대에게 젊은 친구들은 항의를 해야 돼요. ‘동주’는 그 미안한 마음도 담은 영화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모든 마음이 켜켜이 쌓인 ‘동주’는 인물에 집중해 캐릭터들을 오롯이 살린 그의 노력이 유독 돋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들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양심을 지켰던 두 인물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마음에 관객들이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감독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지 않을까.

“사람이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상황은 사람의 머리를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상황보다 사람의 심리와 감정을 더 카메라에 담고 싶었어요.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부여 하냐고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의미는 부여하는 게 아니라 부여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이 부여하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이 부여 받는 거니까요.”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린 아이 같은 해사한 웃음이 자신의 일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진정한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전 행복한 것 보다는 재밌는 걸 추구해요. 재미를 통해서 행복해지는 거니까요. 행복은 추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행복하고 싶죠. 재밌으면 행복하고 재미없으면 행복하지 않아요. ‘돈 있고 가오 있고 재미없을래, 돈 없고 가오 없어도 재미있을래’ 물어보신 다면 재미를 택할래요. 누군가 이런 멋진 말을 했어요. 죽기 전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살아있을 때 웃지 않았던 날들이라고요. 전 후회하지 않으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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