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1988’ 안재홍, 모두가 그를 주목할 때

입력 2016-03-04 11:39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인터뷰 초반 쉽사리 바뀌지 않는 안재홍의 표정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포커페이스 사이에 깨알같이 스며드는 웃음기와 진지함을 포착하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말 한 마디를 뱉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은 마치 우표를 뜯는 김정봉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큰 액션 없이도 살짝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은 상대방의 시선을 절로 고정시키게 만들었다. 그만큼 안재홍이라는 배우에는 독특한 흡입력이 있었다.
 
최근 bnt뉴스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 출연한 안재홍과 인터뷰를 가졌다. 모든 드라마 캐릭터가 그러했듯 안재홍도 김정봉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나서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제 시작”이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반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응팔’ 촬영에 임했던 안재홍은 드라마 촬영이 종료된 지 한 달이 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허전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제 마음 한편에 자리한 ‘응팔’의 추억의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 듯 했다.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인물, 한 작품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제 끝이라는 걸 실감하니 너무 허전해요. 쌍문동 친구들은 물론 다른 분들도 많이 보고 싶고, 스태프분들 얼굴도 하나하나 다 생각나요.”
 
그는 “촬영을 하던 중 인기를 실감했냐”라는 질문에 묘한 미소를 띠며 한 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대중들에게 보여 지는 연기를 하는 만큼 스스로도 그 점에 호기심을 갖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 슬쩍 발을 내딛어봤다고.
 
“사실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실지 많이 궁금했거든요. 2회가 지나고 제2롯데월드를 혼자 가봤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섭섭했어요.(웃음) 그래서 5, 6회가 방송될 즈음 다시 찾아가 봤더니 그제야 알아보시더라고요. 제가 제 인지도를 스스로 자체평가 하고 싶었어요.”

 
‘응팔’ 속 안재홍은 ‘봉블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극강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빨갛게 튼 볼과 진지한 눈썹, 흔들리는 동공 연기는 언제 봐도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힐링 캐릭터이기도. 이러한 칭찬에 안재홍은 “제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며 특유의 기분 좋은 미소를 드러냈지만, ‘늑대의 유혹’ 패러디에 대한 말에는 “비교 자체가 너무 과분하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냥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봐요.(웃음) 잘 생긴 친구가 했다면 욕을 먹었겠지만, 아예 비교할 수도 없는 제가 하니까 오히려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강동원 선배님은 최고로 멋있으신 분이니까요. 얼마 전에 패러디를 재밌게 보셨다는 기사를 봤어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찍을 때만 하더라도 저희끼리 ‘설마 보실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정말 봐주셨으니 그야말로 대박이죠.”
 
극중 김정봉은 7수를 할 정도로 공부에 인연이 없지만 1등 복권에 당첨되거나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잣집 딸 미옥(이민지)과 귀여운 로맨스를 이어가는 모습은 분명 평범치 않았다. 혹자들은 ‘인생은 정봉이처럼’이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기도. 안재홍 본인도 로또를 실제로 산적은 있으나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던 경험을 밝히며 “부럽기 그지없는 친구”라고 답했다.
 
“제가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건데, 복권 파는 가게에서 A4 용지에 한 글자씩 ‘인생은 정봉이처럼’이 붙어있는 걸 봤어요. 너무 웃기더라고요. 정봉이 같은 삶이 정말 부러운 것 같아요.”

 
김정봉은 ‘응팔’은 물론 다른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매력을 자아냈다. 남들은 하찮다고 여길 수 있는 재능이지만, 그 재능을 통해 라미란이 없는 집에 맥가이버처럼 집안일을 뚝딱 해내고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은 ‘봉블리’ 그 자체였다. 또 공부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가치가 평가되는 사회에서 정봉이의 사랑스러운 메시지는 분명 시청자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 터. 이에 대해 안재홍 또한 “이하동문”이라며 김정봉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음을 밝혔다.
 
“사실 정봉이를 연기하면서 덕후에 대해 따로 생각해보거나 준비를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덕후를 표현했다고 하기 보단 정봉이의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봉이가 좋아하는 것을 행복하게 해내는 걸 좋아했을 뿐이죠. 작은 것 하나에도 굉장히 흠뻑 빠지는 친구잖아요. 정봉이가 좋아하는 대상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입시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주던 학교였어요. 획일화된 성적순대로 꿈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가 너무 싫었어요. 정봉이도 그러한 스트레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공부를 안 하진 않았잖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응팔’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정봉은 어른 성덕선(이미연)에게 집밥 봉선생으로 언급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허나 그가 말하는 김정봉의 마지막 퇴장 장면은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 김정봉을 연기하던 안재홍에게는 뿌듯하면서도 기분 좋은 결말이라고.
 
“원래 정봉이가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용돈을 탔는데 이제는 제가 해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저는 그 장면이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한 번도 정봉이가 뭘 하겠다고 의견을 내는 친구가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미옥이를 만나고 그 친구에게 ‘정봉 씨가 좋아하는 걸 해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퇴장하거든요. 그 의지가 생겨난 게 너무 인상 깊어요.”
 
사실 안재홍의 인터뷰는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 질문 하나에 긴 고민을 하거나 멋쩍은 미소만을 드러내는 모습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인터뷰가 너무 많이 나와 네티즌 분들이 지겨우실 것 같다”는 안재홍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행동들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제 인터뷰를 꼭 다 읽어보지 않으셔도 좋으니 지겨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진지하게 답하는 그는 생각보다 여리고 고민이 많은 배우였다.
 
“예전에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으셨던 대중분들께서 이제 관심과 걱정을 주시는 게 감사드릴 일이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온전하게 지금을 바라보고 제가 맡은 캐릭터만을 바라고 충실하게 임하면, 그게 맞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며 필자는 신원호 PD가 안재홍이라는 보석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배우는 분명 많지 않고, 안재홍의 사랑스러움은 모두에게 전파시켜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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