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잊지 말아야할 청춘 ‘동주’, GV 뒷담화

입력 2016-03-14 13:07  


[bnt뉴스 이린 기자] 상영관 확대에 손익분기점 돌파까지, 작은 영화의 승리였다. 10억도 채 되지 않는 제작비로 그려낸 흑백 영상은 오히려 화려한 색감을 배제해 더욱 아름다웠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의 이야기다.

3월1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동주’ 송몽규 독립운동가 서거 71주기 기념 특별 GV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동주’의 제작자이자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모더레이터로 나선 것을 비롯해 예정에 없던 모그 음악감독과 이준익 감독, 배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희서, 민진웅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윤동주 시인을 아냐’ 물으면 대다수가 그의 이름은 물론 그가 남긴 시까지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얼핏 읊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송몽규라면?

‘동주’는 윤동주의 사촌 형이자 평생의 정신적 지주인 송몽규를 재조명했다. 그리고 이날 자리는 지난달 16일 진행됐던 윤동주 시인 서거 71주년 기념 특별 GV에 이어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서거 7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 GV였다.


영화 관람 직후 배우들과 감독들이 등장, 가볍지 않은 유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이번 GV 현장은 신연식 감독의 센스 넘치는 멘트들과 질문으로 시작됐다.

관객들과의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신연식 감독은 이준익 감독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바로 은퇴 후 다시 복귀하게 된 과정을 물은 것.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특유의 호방한 웃음을 지으며 운을 뗐다.

이준익 감독은 “93년도 ‘키드 캅’으로 데뷔했다. 그때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좋아했고 따라하는 게 최고인 줄 알았다. 그렇게 찍은 후 실패를 하고 나서 ‘감독으로서 자질이 없구나’를 그때부터 느꼈다”며 “흉내 내는 건 안 되겠다 해서 10년 동안 제작자로 참여하며 연출을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수입했던 영화가 ‘아나키스트’, ‘메멘토’, ‘헤드윅’ 등이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다시 시작한 영화 연출에서 그는 ‘황산벌’, ‘왕의 남자’ 등 흥행작을 거쳤지만 ‘평양성’으로 큰 좌절을 겪은 것이 사실.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으로 망한 후 은퇴를 선언하고 ‘소원’으로 살짝 들어온 거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신연식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이준익 감독과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잠시 고민하던 강하늘은 그와의 일화를 떠올렸다.

강하늘은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서운하다는 마음보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던 사건이 있다”며 “나의 첫 영화였던 ‘평양성’ 현장에서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을 듣고 연기 노트를 썼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동주’를 하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감독님께 말씀 드렸더니 ‘내가?’라고 하셨다. 그럼 내 연기 노트는 뭐가 되냐. 감독님은 모니터 안의 모습은 기억이 나는데 밖의 모습은 잘 기억안난다고 하시더라. 나에게는 자양분이 됐었는데 감독님은 흘러가는 말이셨나 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민은 “윤동주, 송몽규 선생님의 아버지들이 윤동주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송몽규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면회를 오시는 장면에서 평소와 달리 오케이를 잘 안 해 주셨다. 원래 통쾌하게 오케이를 외쳐주시는데 그 장면에서는 계속 ‘흐음’ 이러시더라”며 “나도 욕심이 나서 7번에서 8번은 더 한 것 같다. 분장 탓인지 그날 이후로 난시가 심해졌다. 지금도 눈앞에서 자꾸 뭐가 날아다닌다”고 토로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인우 역시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그날들의 기억을 꺼냈다. 김인우는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하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모든 취조실 신들을 이틀 만에 찍었다”며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도저히 못하겠다는 느낌이었다.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심해 촬영이 끝난 후 열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한바탕 배우들과의 대화가 끝난 후 드디어 관객들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GV에서는 특별히 ‘패스권’이 주어졌다. 오늘 현장 관객들의 질문 중 이미 기사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면 감독들과 배우들이 해당 질문을 패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 그중 기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개의 질문을 뽑아봤다.

첫 번째는 ‘동주’를 여섯 번 봤다는 한 여성 관객의 질문이었다. (기자는 이 날까지 ‘동주’를세 차례 관람했다. 그런데 여섯 번이라니. 헉 소리가 절로 났다) 그는 김인우가 연기한 고등 형사가 극중 마지막 취조 후 눈에 맺힌 눈물의 의미를 언급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인우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장면을 위해 역할에 인물 구성을 많이 했다. 고등 형사의 형제가 몇 명이고 바로 밑에 동생이 만주에서 죽었다고 지정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송몽규, 윤동주 시인을 취조하면서 그들의 모습에서 동생이 보였다. 형사도 그들이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 동생이라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서 눈물이 맺혔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인상 깊었던 질문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일본어 단어 선택의 미묘한 차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극중 윤동주의 시를 사랑했던 일본인 쿠미 역의 최희서가 맡았다. 최희서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보신 것 같다”며 감탄한 후 “윤동주 선생님이 자신을 소개할 때 쓰셨던 ‘와따시’는 여성도 쓰고 남성도 쓴다. 정중한 표현의 ‘저’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송몽규 선생님이 쓰셨던 ‘오레’는 정중한 표현과는 정 반대다. 야쿠자들이 ‘오레’라고 많이 쓴다. 상대방보다 내가 낮지 않다를 표현한 단어다”고 설명했다.

극중 최희서는 네이티브 못지 않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 덧붙여 신연식은 여담으로 최희서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신연식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앞에서 어떤 분이 모든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미친 여자처럼 연기 하더라”며 “너무 신기했다. 나랑 같이 내리면 명함을 줘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경복궁 역에서 같이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필을 받았는데 4개 국어를 하고 스펙이 장난이 아니더라. ‘아니 왜’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이 친구를 만났는데 일본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걸 알고 감독님께 추천을 했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님은 너무 예쁘면 연기를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으셨다”며 “그래서 내가 ‘실물로 보면 안 예뻐요’라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했다. 지하철에서 안 만났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대본만 보고 있었으면 안 줬을 텐데 지하철에서 미친 여자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GV의 피날레는 박정민의 시 낭독으로 막을 내렸다. 박정민은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시 ‘하늘과 더불어’를 낭독하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송몽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그의 아버지께서 조선 땅으로 들어오셨다. 그런데 시대적인 상황상 조선어로 된 글을 가지고 있으면 큰일 나니까 그 글을 다 태우셨다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이 시 만큼 좋은 시들이 많았을 텐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촬영 전 용정에 있는 묘소에 다녀왔는데 이 시를 가지고 가서 송몽규 선생님 묘소 앞에서 읊었다. 꼴깝을 떤 걸 수도 있다. 그때의 마음으로 읊어 보겠다”고 말한 뒤 떨리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그리고 박정민은 “‘하늘과 더불어’와 ‘어둠’이라는 시가 딱 두 편 남아있다. 작가 이름을 ‘꿈별’이라고 읽었는데 송몽규 선생님의 필명이다. ‘꿈 몽’에 ‘별 규’ 자를 쓰신다. 단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내가 연기한 송몽규 선생님을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했듯 기자는 ‘동주’를 세 번 관람했다. 그만큼 ‘동주’는 보면 볼수록 빠져들었고 슬펐고 또 아팠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아야 했던 이들의 20대는 어두웠지만 아름답고 영롱했다. 이에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바람처럼 잊어서는 안 될 이들의 이야기를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동주’는 13일 하루 311개의 스크린에서 2만 3,11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손익분기점 60만을 훌쩍 뛰어 넘은 103만 6,517명이다. 지난달 17일 개봉 이후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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