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널 기다리며’, 심은경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입력 2016-03-21 16:37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어느덧 20대 초반을 벗어나고 있는 심은경은 아역의 터울을 제법 벗겨낸 배우이기도 했다. 마냥 순수했던 눈망울은 꽤나 사연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선명한 목소리는 어떤 감정을 얹어도 조화로웠다. 깨끗한 이미지는 모든 캐릭터를 투영하는 유리창과도 비슷했다.
 
최근 bnt뉴스는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에 출연한 심은경과 인터뷰를 가졌다.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15년간 그를 기다려 온 소녀 희주가 모방 연쇄살인사건들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7일간의 추적 스릴러.
 
극중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깨끗한 이미지와 섬뜩한 잔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개성 강한 인물로 등장한다. 경찰서의 명예 형사로 활약하는 희주는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지만, 그의 집에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잡기 위해 온 바닥에 살인범의 자료를 붙이고, 사방의 벽에는 니체, 소크라테스 등의 철학자들이 말했던 명언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섬뜩한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극명한 성격 때문에 그는 캐릭터의 성향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많은 고민이 있었던 만큼 그에겐 작품만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심은경은 영화 ‘렛미인’의 이엘리와 오스칼의 이미지를 언급하며 그들에게 가진 동정심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뱀파이어 이엘리는 사람을 죽여 피를 먹는 동족이고, 오스칼은 칼을 마치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아주 외로운 친구잖아요. 그 두 아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좋아하는 사랑의 모습을 꼭 옳다고 할 순 없죠. 하지만 그 사랑을 봤을 때 ‘혐오스러워’ ‘징그러워’라는 생각을 갖기보다 어딘가 모르게 동정을 느끼고 마음이 아프죠. 그 느낌을 희주에게 대입시키고 싶었어요.”
 
“희주의 내면에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자라고 있는 아이지만, 겉으론 너무나 순수하게 반대되는 아이에요. 15년 간 기범을 향한 복수를 꿈꿨는데 과연 그 마음을 단순히 광기로 표출한다고 해서 그 마음을 섬뜩하면서도 슬프게 다가오게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죠.”

 
심은경은 이처럼 희주에 대한 세밀한 설명을 했음에도 “제가 잘 했는지 모르겠다”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여느 작품과 다르지 않게 매 순간의 연기에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예술을 하는 배우에게 대중들의 평가는 단순히 넘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었을 터. 공감조차 가지 않던 희주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 스스로 많은 불확신을 갖고 있었다는 심은경은 “그래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아이러니한 대답을 내놓았다.
 
“희주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을 갖고 있지만 안에 내포된 잠재된 악도 겸비한 소녀. 그 속에서 자란 괴물은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싶었죠. 시나리오에서는 희주의 이중적인 면모들이 조금 더 잘 보였는데 제가 연기를 하면서 많이 아쉬움이 남았어요.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희주의 연기톤에 너무 민감했으니까요.”
 
“감독님께서 ‘희주는 소시오패스에 가깝다’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소시오패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동정해주길 원하고, 그걸 위해 상황을 만드는 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희주가 하려는 행동을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죠. 그래야 저도 연기하는 입장에서 편한 것 같아요. 항상 철저하게 연기를 계산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얼마 전부터 깨달았어요. 다만 얼마만큼 그 캐릭터에, 작품에 제가 빠져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이후로도 그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채찍질을 서슴지 않았다.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 메인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걸려있는 것을 보며 “그렇게 메인포스터에 걸릴 만큼 연기를 펼쳤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최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부끄럽다”라고 말하기도. 겸손함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데뷔 13년차를 맞은 그는 중년배우 못지않게 연기에 대한 신중함을 지니고 있었다.
 
“제가 ‘수상한 그녀’로 뜻하지 않게 과한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좋은 수식어도 많이 받아서 감사한 일도 많았죠. 하지만 제 스스로 돌아보니까 언젠가부터 제가 너무 앞만 보고 살고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던 거예요. 연기를 진짜 잘해야 된다는 강박의식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기도 하니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듣지 못했죠.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심은경이 과거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가장 많이 후회한다는 부분은 “연기를 정말 순수하게 사지 못했다”는 것. 그는 “주목받는다는 것에 너무나 많은 신경을 쓴 나머지 제 스스로를 옭아매는 좋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며 현재 많은 방법을 통해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겨우 마음을 다잡은 심은경 “담담해지려고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과연 평범한 23살과는 다른 깊이 있는 고민임에는 틀림이 없다. 허나 이에 대해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운을 뗐다.
 
“어떤 분은 제가 사춘기가 아니라 오춘기를 맞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성장통을 겪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뭐가 맞고 틀린 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20대 초중반이 갖고 있는 과도기와 생각을 저도 다를 바 없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건 배우인 저나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나 같으니까요.”
 
심은경이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는 걱정이라고 밝혔다. 허나 ‘널 기다리며’ ‘로봇, 소리’ ‘서울역’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 그는 분명 큰 용기를 갖고 있음엔 분명했다. 누군가는 그가 단순히 소심한 여배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갖고 있는 필모그래피는 말하고 있다. 23살 심은경의 연기 스펙트럼에는 걱정보단 노력과 뿌듯함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두려움이 동반된 도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커다란 행운이자 기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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