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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영, 배우의 느낌적인 느낌

입력 2016-04-04 09:43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무시무시한 야욕을 갖고 있는 냉혈한이지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가 정말 아름다웠던 그. 전무후무한 ‘할배파탈’로 안방극장을 홀린 정진영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정진영은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에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전쟁과 기아의 세월을 지나 자수성가한 정치가 강석현 역을 맡았다.

극 초반 강석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행동하는 야망가지만 자신의 첫사랑 청미(윤해영)와 닮은 은수(최강희)를 만나면서부터 점차 변해가는 입체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 정진영은 첫 촬영 전부터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강석현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양면이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성격에 끌렸어요. 강석현은 명백히 4부까지 악역이거든요. 하지만 ‘결국에는 반성을 하고 떠날 거다. 그렇지만 은수는 죽은 뒤에 알거다’라는 대략의 이야기를 알고 들어갔어요. 원래 복잡한 인물을 연기하는 걸 좋아해요. 더 깊이 팔 수 있는 내면의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도전해 보자 했죠. 악역이라도 당연히 좋고 내면 속에 있는 그의 눈물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정진영은 극중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신은수를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점차 인간적으로 바뀌어가는 강석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할배파탈’이라는 애칭을 붙여 주기도 하며 그에게 빠져들었다. 방송이 시작하기 전 이 같은 과도한 설정의 우려는 기우였다.

“‘할배파탈’이라는 말을 듣고 이런 말이 있나 싶었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붙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강석현은 굉장히 감정이 짙은 인물이잖아요. 특히 은수에 대해서요. 촬영하기 전의 예상보다 짙게 표현이 돼서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대본을 받고 감정들을 진하게 느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점점 더 은수와의 수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결혼하는 설정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걱정됐었던 것도 있어요. 진짜 될까 싶었죠. 그런데 배우는 어쨌거나 스토리를 감정으로 설득 시켜야 하잖아요. 방법은 다른 게 없이 제가 느껴야 했어요. 그게 용케 느껴졌고 그런 마음이 전달됐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읽어주신 것 같아요.”


정진영 역시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극중 강석현은 딸 강일주(차예련)를 통해 자신이 못다 이뤘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려 흘러넘치는 야욕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서도 시청자들은 정치적 한계와 더불어 은수를 만나면서 냉철하던 이성이 무너지고, 치매까지 가게 되는 반성의 과정을 통해 그를 점점 받아들였다. 사랑을 통해 잘못을 깨닫지만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탈피한 ‘화려한 유혹’은 그에게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정의감도 사랑이에요. 선한 감정을 받아들일 때 반성의 계기가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 드라마에서는 은수를 통해 자극받은 거죠. 묘한 게 우리 드라마는 이중적이에요. 은수와 형우(주상욱)도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대사 중 ‘사람들은 모두 선하지만 조금씩은 악한 존재가 아닌가’라고 은수에게 말하는 게 우리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예요.”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가장 익숙한 방식이고 어찌 보면 스토리텔링도 편한 방법인데 우리 드라마는 그렇게 안가기로 작정하셨더라고요. 통속적인 전개이나 다른 결로 잘라서 들어가려고 한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권수명(김창완)도 저를 죽였지만 눈물을 보이잖아요. 쉬운 드라마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묘하죠. 운명, 인생의 아이러니를 계속 깔고 싶어 하셨어요. 그 독특함이 이 드라마의 초반부터 이어진 정서예요.”

강석현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치매를 앓다 권수명의 계략으로 죽음에 이른다. 특히 점차 진행돼가는 치매의 과정을 연기하기란 그에게 힘든 숙제였다.

“제일 힘들었어요. 멜로 연기는 감정을 충분히 진하게 느꼈고 진하게 표현된 거 같은데 치매는 아주 곤란하더라고요. 그 속에서 스토리를 운반해 나가야되니까요. 때론 그 속에서 자기의 감정을 고백하기도 하잖아요. 강석현의 모습을 살리면서 치매 연기를 해야 되니까 아주 쉽지 않았습니다. 아주 연기하기 힘들었던 설정들이었어요.”

정진영은 치매 연기의 어려움을 털어놨지만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화려한 존재감을 빛냈다. 거부감 없는 멜로 연기도 역시 일품이었다. 정진영이 가장 몰입할 수 있었던 장면 역시 은수와의 사랑이었다.

“최강희 씨가 은수로 보여서 그들의 절절한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드라마의 흐름으로 보자면 첫사랑 청미를 생각하면서 은수를 봤는데 자연스럽게 은수 그 자체가 점점 저에게 느껴지더라고요. 최강희는 맑은 배우예요. 눈이 너무 맑아서 은수로 느끼기에 너무 좋았어요. 실제로 촬영 기간 내내 은수로 생각했고, 멜로 연기를 하는 내내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죠. 연기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느껴야 되고, 느끼지 않고 표현하면 거짓말이 되고, 느끼기만 하고 표현하지 못하면 그것 또한 이상한 골이 되는데 사랑의 마음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화려한 유혹’은 사활을 건 복수극 속 피어나는 이들의 멜로가 값지게 느껴진다. 홈드라마라기보다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드라마의 전개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탄탄한 전개와 휘몰아치는 감정선들이 ‘화려한 유혹’을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진영 역시 ‘화려한 유혹’ 대본에서는 전에 없는 구성이 보였단다.

“매 회마다 마지막 순간 나오는 반전이 동요하는 심리를 쫙 펼쳤어요. 월요일에 한번 꺾고 화요일 후반기에 마주 휘몰아쳐서 다음 주 시청자들이 궁금해서 보게 만드는 전략이었죠.(웃음) 안전하거나 쉬운 스토리텔링 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시놉시스에는 모든 인물들의 전사가 다 들어가 있었어요. 다 풀어놓으면 엄청 났을 거예요. 그게 드라마로 나왔을 땐 비약도 많고 때로는 ‘아니, 저게 뭐야’ 정도의 급반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복선을 탄탄하게 깔아놨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극중 강석현은 아쉬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가 뉘우치며 떠난 것들과 함께 그의 빈자리는 안방극장에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조리있게 말을 이어 가는 정진영의 모습에서도 어느 역할이 됐든 짙은 잔상을 남기는 그의 존재감이 이유있게 느껴졌다.

“제게 주로 맡겨진 역할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제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이라 조금은 달랐죠. 강석현 역할이 이렇게 배우에게 좋은 반응을 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굵게 양면을 같이 가진 이 역할을 연기하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디테일한 감정까지 전달된 거죠. 그래서 좋은 반응을 주셨던 것 같아요.”

“점점 비중과 크기는 달라질 수 있으나 나이 먹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 지점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왔다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어 간다는건 젊었을 때 못한 지점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오는 게 아닐까요?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그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는 재주나 재능이 많지 않으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고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길을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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