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t뉴스 이승현 기자] “조급하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것 같아요. 10년은 해보고 그 다음에 얘기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죠.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제가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의 분명한 대가는 오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믿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되고 그게 맞는 거니까요.”
최근 bnt뉴스는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로지 역을 맡아 무대 위 강한 존재감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배우 홍지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선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20년차 프로 선배의 확고함이 제대로 버무려진 홍지민은 그야말로 걸크러쉬 그 자체였다.
‘맘마미아’는 그룹 아바(ABBA)의 다양한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리스 섬에 살고 있는 소피가 결혼식 전 엄마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잠재적인 자신의 아빠 후보 세 명을 결혼식에 초대해 1박2일 동안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홍지민이 맡은 로지는 소피의 엄마 도나의 친구로 가장 이성적이면서 성격 좋은 인물.
“로지 캐릭터를 잡는데 고민이 컸어요. 계속 로지는 이성적인 친구라는 말만 들으니 혼란이 오더라고요. 로지가 편집장이고 페미니스트지만 꼭 이성적여야만 하나 생각했죠. 차가워야 하는 말투 뿐 아니라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고민들은 해외 연출팀과 만나며 해결됐죠.”
“제가 너무 고민하고 있으니 폴 연출이 와서 제게 ‘로지는 좋은 사람이다. 이성적이라는 부분이 갇히지 말길 바란다. 오디션에서 나는 네가 좋은 사람이란 걸 느꼈다. 네가 그냥 로지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마음에서 탁 하고 풀린 거 있죠. 그냥 저대로 하면 되는 거였던 거죠. 좋은 연출을 만나 너무 고마운 마음이에요.”

‘맘마미아’는 이미 기존에 참여한 경력이 있던 배우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까지 모두 다시 오디션을 보게 한 걸로 유명하다. 이 배우들에게 굳이 오디션이 필요했을까 싶은 의아함이 생기는 라인업이다. 그럼에도 홍지민은 “오디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오디션 보는 걸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며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게 말했다.
“오디션 보는 걸 부끄러워하면 아무 것도 못해요. 특히 외국에서 오는 연출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자꾸 하면 작품 못하죠. 우리나라에 나이를 떠나서 오디션을 쿨하게 보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쿨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보는 오디션에 불쾌해 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지 않나요?(웃음)”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을 세련되게 받아들이려면 약간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있어도 즐길 줄 알아야 된다고 봐요. 오디션 보러 갔을 때 진짜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다 모인 거예요. 진짜 ‘맘마미아’ 장난 아니구나 싶었죠(웃음). 솔직히 그때 조금 예민했기도 했는데 촌스러워지면 안 되니까 쿨하게 대처하려고 긴장 안 한 척 좀 했었죠(웃음).”

‘맘마미아’는 개막 전 기자회견, 연습실 공개, 프레스콜 등 다양한 행사를 하며 많은 매체들에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행사에서 만난 ‘맘마미아’ 팀은 주조연과 앙상블 가릴 것 없이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특히 홍지민은 프로그램북 뿐 아니라 프레스콜 당시에도 앙상블 후배들에 대해 언급하며 후배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맘마미아’는 제가 이제까지 본 작품 중에 앙상블들이 제일 힘든 작품이에요. 정말 극한직업 ‘맘마미아’ 앙상블 편 나와도 될걸요?(웃음) 물론 주연급 배우들도 그 과정을 거쳐서 이 위치에 왔지만 앙상블들이 너무 하는 게 많아요. 무대 세트 전환도 하죠, 연기도 하죠, 무대 뒤 부스에서 코러스도 하고 있어요. 앙상블 애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애들이 너무 바빠요. 위험한 게 무대 도처에 많아요. 진짜 ‘맘마미아’ 팀은 마음이 많이 가더라고요. 물론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걸 너무 슬프게 만은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친구들의 힘듦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넘버 중에 ‘불레 부’(Voulez Vous)가 있는데 이때는 전 배우가 다 같이 합이 중요한 군무를 춰요. 스스로가 연습량이 부족하단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딴에는 정확하게 하고 싶은 욕심에 후배 몇 명 잡고 도와달라고 같이 좀 하자고 얘기를 했죠. 곡에 까다로운 부분이 되게 많아요. 근데 전 정말 정확하게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앙상블 서너 명이랑 같이 연습을 했는데 이 친구들이 카운트를 정확하게 모르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다 같이 정확하게 하자고 이 친구들이랑 엄청 연습했죠(웃음).”

20년 동안 무대에 오른 배우도 이처럼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이들이 보기엔 ‘그들은 내공이 있기에 저렇게 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라고 판단해버릴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의 내공은 당연히 무시할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새로운 작품은 언제나 늘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일 터. 연습벌레로 소문난 홍지민은 역시나 ‘맘마미아’에서도 연습벌레로서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무대 위에 서면 정말 연습한 만큼 나오는 것 같아요. 연습을 많이 한 사람들은 되게 긴장을 많이 해요. 갑자기 무대에서 멍해질 때가 있어요. 근데 연습을 많이 해놓잖아요? 머리는 멍해도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어요. 안 맞춰보고 들어가면 틀릴 것 같은 징크스가 있어서 다 같이 호흡 맞춰보고 들어가곤 해요. 곡 직전에 미리 스탠바이해서 잠깐 맞춰보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되죠.”
“요즘 우리나라가 비전 없는 사회라고들 하잖아요. 생각해보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죠. 근데 무대는 달라요. 무대는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에서는 용이 날 수가 있어요. 이렇게 애들 보잖아요? 잘 하는 애들은 열심히 해요.”
“저를 멘토링 해주는 선생님이 한 분 계세요. 근데 그 선생님이 저보고 후배들한테 보이는 곳에서 연습을 하라는 거예요. 쑥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생님이 ‘지민씨 정도 되는 사람이 보이는데서 해야 후배들이 보고 해요’라는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세련되고 멋있고 쿨하게 말이죠. 사실 쉽진 않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요. 그러니 후배들에게 무대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엉터리 방법 말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요.”

‘맘마미아’는 누군가에게 꿈의 무대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꿈을 꿀 수도 있고, 혹은 잊고 지낸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웃어 보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홍지민에게 ‘맘마미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홍지민은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작품”이라며 입을 열었다.
“초심을 떠올리게 했을 뿐 아니라 관객들의 힘을 일깨워 준 작품인 것 같아요. ‘맘마미아’는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지루할 틈이 손톱만큼도 없어요. 왜 롱런하는지 하면서 깨달았죠. 관객 분들에게도 그게 잘 전달되리라 믿어요(웃음).”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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