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셰프 에드워드 권 “국가 경쟁력 살리기 위해서라도 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변화 필요해”

입력 2016-04-11 10:14  


[우지안 기자] 셰프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셰프’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각인되기까지 1세대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의 노력을 빠뜨릴 수 없다.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수석 총괄주방장을 역임한 뒤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한국의 식문화를 변화 시키고 나아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셰프의 위치에서 최선의 메신저가 되는 것.

살아가면서 기쁜 날도 있고 우울한 날도 있듯 요리도 다채로운 맛을 내는 ‘인생’이라 여기는 에드워드 권. 인생을 요리하는 원조 유명 셰프가 꿈꾸는 미래는 어떨까. 지금부터 그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Q. 2009년부터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른바 ‘쿡방’ 시대를 열고 ‘셰프 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로 이름을 날렸다. 요즘은 TV에서 모습을 보기가 힘들던데
거의 3년 정도 만에 하는 촬영이다. 한국에 와서 자의적이던 타의적이던 간에 너무나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쿡방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셰프들이 TV 출연이나 매거진 촬영을 많이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가 모든 방송에 출연했다고 대중들의 인식에 박힌 것 같다.

사실은 1년에 한 프로그램 정도 했다. 지금은 예능 위주의 방송 출연을 하는 셰프가 있다면 나는 뉴스, 교양, 다큐멘터리 심지어 드라마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 레스토랑을 비우고 촬영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대중들이 바라볼 때에는 그렇게 비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연예인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방송 횟수도 급격히 줄이게 됐다. 

그때부터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셰프라도 본업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에 쿡방이 뜨면서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섭외가 들어왔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7번이나 섭외 요청이 들어왔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렇다고 아예 모든 방송을 다 안했던 것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요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개인적으로도 배울게 많았던 프로그램은 촬영에 임했다.

Q. 요리사가 된 계기
원래는 신부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부활절에 신부님이 사제복을 입으신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웃음). 하지만 장손이라 집안의 반대가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가출을 했다. 그 당시에 숙식이 제공되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다가 주방에서 일하면 돈을 더 준다는 소리에 솔깃해 주방 막내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다가 군대 갈 시기가 됐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 가기가 싫더라. 그때 든 생각이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웃음). 대학교를 찾다가 주방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으니 호텔 조리과가 나한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가고 이후로 군대를 가게 됐는데 동기들과는 다르게 취사병이 아닌 행정병으로 가게 됐다. 취사병으로 있다 온 친구들이랑 상대적으로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서 전역하던 날 용평 리조트에 가서 무일푼으로 일을 배우고 복학을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뭐 해 먹고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조리과를 들어갔고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2학년 1학기 때 부터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때가 25살이었다.


Q. ‘성공한 셰프’로 불리는데 성공 비결이 있다면
요리를 본격적으로 늦게 시작한 편이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모든 예술 분야에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30%의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고 요리도 마찬가지다. 색감을 보는 능력, 재료를 찾는 감각, 접시에 담는 플레이팅에 대한 터치업 등 모든 것들이 감각을 타고난 사람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요리에 대한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흔히 말하는 ‘끼’가 있었다고 본다. 또한 셰프도 반드시 엔터테인먼트적인 기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셰프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Q. 2008년 말까지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수석 총괄주방장(Hotel head chef)을 역임한 뒤 국내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셨다. 국내로 돌아오게 된 이유
첫째는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외국은 ‘셰프’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고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미디어를 통한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한국에 들어와서 인터뷰를 했던 2년 동안은 요리연구가, 주방장이라는 말 대신 ‘셰프’라고 써달라고 일일이 요청했다. 2년 정도 그렇게 하고 나니까 매체에서 ‘셰프’라고 자연스럽게 써주더라.

Q. 해외에서 일했던 시절, 동양인으로서 힘들었던 점
비하 발언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음식을 똑같이 만들어도 내가 만들었다고 하면 놀라는 눈치로 무시하기 일쑤였다. ‘김치 셰프’라는 말도 듣고. 하지만 그 무시가 오히려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나를 채찍질하는 도구가 됐다.

Q. 지금의 ‘쿡방’ 시대 어떤가
굉장히 긍정적이다. 셰프가 방송에 나와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은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실제 고객과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한 가지 단점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지금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셰프로서 가지고 있는 색깔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시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나를 통해 시청자들이 정보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가장 우선순위다. 또한 셰프가 셰프 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Q. 앞으로의 방송 계획
4월13일 방송되는 ‘올리브쇼’에 출연한다.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시청자들이 10-15분 만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쉬운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Q. 좋아하는 음식
분식을 좋아한다. 쫄볶이나 라면 같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직원들과 자주 시켜 먹는다(웃음).  


Q.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앞으로의 꿈
우선 대중들이 내가 가진 직업을 ‘셰프’라 불러주기 때문에 1단계 목표는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식에 대한 존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가 행사나 내 이름을 건 갈라쇼를 많이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램지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다. 해외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셰프들의 갈라쇼가 생소하지만 그런 축제의 장이 결국엔 ‘식문화’를 만든다. 그런 문화를 내가 만들고 싶다.   

Q. 요리관
요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기쁜 날, 우울한 날, 힘든 날이 있듯 음식도 짠맛, 단 맛, 쓴맛, 신맛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인생이고 삶인 것 같다. 하루하루 충실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그 맛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게 요리라고 생각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레스토랑에 와주시는 손님들 전부다 소중하다. 특히 혼자 와서 드시는 분들이 가장 고마운데 남자 고객들이 많다. 진짜 내 음식을 오롯이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그래서 혼자 오시는 고객님들은 아무리 바빠도 꼭 인사를 드린다.

Q. 레스토랑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 편인지
레스토랑과 관련된 모든 인테리어는 모든 걸 내가 직접 관여한다. 레이아웃 디자인부터 동선이나 조명 등 전반적인 것까지 모두. 소품 같은 경우는 황학동이나 고속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직접 보고 산다. 지금 레스토랑에 있는 샹들리에와 액자도 다 거기서 사 왔다(웃음). 안 그러면 너무 비싸다. 처음부터 그렇게 해왔고 소음이나 냉난방까지 치밀하게 생각한다. 

Q. 인테리어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송구스럽지만 직원의 동선을 가장 우선시한다. 직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노쇼 족’에 대한 생각 
노쇼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가 기자에게 먼저 인터뷰 요쳥을 했다. 그것도 식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도 전혀 줄지 않았다.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또한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이 다 같이 한소리를 내서 노쇼를 줄였으면 좋겠다. 이런 메시지를 자꾸 전달해야 파급력이 커질 테고 그러면서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 것이고 음식에 대한 존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의 식문화를 변화시킨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램지 같은 셰프처럼 식문화는 셰프의 메시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식을 가격으로 평가하지 않고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Q.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요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어릴 때부터 요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많이 먹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양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닌 다양하게 경험해보라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셰프에게는 백문이 불여일식이라는 속담이 통한다. 유일하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예술이 요리다. 몸으로 체험한 것들은 다 남는다. 가능하다면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Q. 전문적인 학업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고 했는데
유일하게 학력을 물어보지 않는 직업이 요리사다. 지금도 이력서를 내면 학력보다는 어디서 일했는지를 더 본다. 현장의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더 인정받을 수 있다. 요리는 예술이다. 굳이 가방끈을 길게 해 이 직업에 대해 배움이 있다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좋은 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대우를 받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은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Q. 운영하고 계시는 레스토랑 ‘랩 24’의 추천 메뉴
대한민국에서 분자요리가 가장 많은 식당이다. 시즌별 한국적인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고가의 재료를 많이 쓴다는 점이다. 원가의 45%를 재료값으로 쓴다. 랩 24는 이익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에드워드 권을 스스로 만족시키고 원동력이 되는 장난감 같은 식당이다.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 보면서 메뉴도 많이 바뀌고 그런 점들 때문인지 반응이 좋다. 프렌치 요리를 즐기기에 저녁은 가격대가 있지만 점심은 가격 대비 괜찮은 것 같다.

Q. bnt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쿡방의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자급 자족률이 30%밖에 안 된다. 국가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사전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박승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울프(wolp)
슈즈: 로버스
메이크업: 투티 려인 실장
장소: 청담 랩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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