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입장 뒤집힌 현대차와 쉐보레, 에어백 공방

입력 2016-06-01 08:20   수정 2016-06-08 08:39


 지난 2011년 에어백을 놓고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른바 에어백 기능 논란이다. 당시 비판이 집중된 곳은 현대차였다. YF쏘나타에 적용된 에어백이 수출용 쏘나타와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내수는 이른바 디파워드 에어백, 수출용은 승객의 무게와 충돌 속도를 감지해 에어백의 팽창 속도를 조절하는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현대차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결국 LF쏘나타로 바꾸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에 어드밴드스 에어백을 넣었다. 그리고 그 해 쉐보레는 중형차 말리부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넣으며 논란의 수혜차종이 됐다. 내수와 북미 판매용의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측의 입장이 뒤바뀌며 에어백 논란이 재점화됐다. 쉐보레가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디파워드 에어백을 탑재한 게 불씨가 됐다. 미국에선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장착되는 것과 달라서다. 이전 말리부에 적용됐던 에어백에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쉐보레는 에어백 숫자를 주목해 달라고 말한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기존 6개였던 에어백을 8개로 늘리면서 디파워드 에어백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안전을 위해선 에어백의 기능보다 숫자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인 안전 성능이 골고루 뒷받침돼 가격과 규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최적화된 디파워드 에어백을 채용한 것이지 안전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차는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 상해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LF쏘나타의 어드밴스드 에어백 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양측의 판단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디파워드와 어드밴스드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에어백이 어느 부위에 몇 개가 장착됐느냐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띠 착용을 전제로 아직 어떤 에어백 기술이 더 안전하다는 입증이 없어서다. 반면 자동차안전연구원 김규현 박사는 "에어백 숫자에서 2~3개 차이가 난나면 당연히 개수가 중요하지만 비슷한 숫자라면 어드밴스드 에어백의 효과가 더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 중 어떤 게 더 안전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셈이다.   

 물론 법규 문제도 여전하다. 북미는 안전 법규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쓰지 않으면 안되도록 규정해 놨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규정이 아직 없다. 게다가 유럽 선진국도 어드밴드스 에어백 의무화를 하지 않은 만큼 섣불리 의무화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결국 에어백에 대한 국내 법규가 미국과 동일하게 제정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러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제조사로선 안전과 규제, 수익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규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부에선 디파워드와 스마트 에어백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에어백의 점화 시점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허승진 교수는 "앞으로 에어백은 자율주행 기술과 연동돼 터지는 시점의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개발될 수밖에 없다"며 "충돌 순간에 카메라와 센서 등이 각도 및 속도 등을 인식해 팽창여부를 지능적으로 판단하도록 진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보면 다시 벌어진 에어백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김규현 박사는 "쏘나타에 적용된 7개의 어드밴스드 에어백과 말리부에 사용된 8개의 디파워드 에어백 가운데 어느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도 아직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결국 에어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논쟁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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