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용 칼럼]폭주는 레이스가 아니다

입력 2016-10-12 11:33   수정 2016-10-12 12:11



 공공도로에서 폭주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와 언론 및 방송들은 아직도 폭주와 레이스(Race)를 구분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늦은 밤 여러 대의 차가 인천공항, 자유로, 고속도로, 외곽도로 일부 터널 등을 휘젓고 다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들이 레이스 도중 사고를 냈다는 흥미진진한 방송이나 뉴스를 보곤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레이스, 즉 경주가 아니라 불법적인 폭주일 뿐이다. 따라서 '레이스'라는 말을 붙여주는 것 자체가 불법을 합법으로 포장시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도로규칙에 반하는 운전은 분명히 불법이며, 흉기를 들고 다니는 미치광이일 뿐이다. 그래서 폭주는 레이스와 차원이 다른 의미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지정된 장소와 공식적인 규칙과 안전, 운전자의 자질, 공정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한 스포츠다. 따라서 따라서 안전을 무시한 폭주는 1t이 넘는 쇳덩이를 내던지는 범죄자일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폭주를 레이스로 착각, 대형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폐해의 시작은 인터넷 동호회에서 비롯되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는 그들이 원하는 자동차문화가 진정 무엇인 지 알 수가 없다. 자동차로 어떤 즐거움과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 지 물어보곤 하지만 그 때마다 애매한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러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과시욕'이다. 그리고 이런 과시욕의 뒤에는 이른바 '업자'들이 포진하고 있음도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사람 많은 곳에서 유치한(?) 자랑을 하고, 이를 부러워하는 사람을 모아 돈을 받고 개조를 해주는 이들 말이다. 


 얼마 전 위험한 폭주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스트럭터를 동반한 서킷 주행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한 마디로 '서킷은 싫다'였다. 서킷에 가면 오버 페이스를 할 것 같아 사고가 날 수 있고, 타이어 마모와 서킷 이용에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자동차 개조에 엄청난 돈을 들인 사람이지만 정작 서킷 이용료가 없어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타이어 접지력을 느끼지도 못하는 이가 공도를 휘젓는 운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서킷을 달려본 오너라면 알 것이다. 10분만 지나도 차보다 사람이 먼저 지친다는 것을 말이다. 그만큼 전력을 다해 달릴 경우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한 곳이 바로 서킷이다. 우월해지거나 잘난 척을 위해 서킷 주행을 하는 게 아니라 운전 실력의 한계를 체험하고, 순간 대처 능력 등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한 공도에서의 과시와 폭주가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 지 스스로 겸손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폭주는 위험하다. 그래서 폭주를 레이스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부터 잡아야 한다. 또한 일부 폭주를 일삼는 운전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자각하는 습관과 운전 중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양질의 컨켄츠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분명 우리나라 자동차문화는 지금보다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이우용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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