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인턴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기자간담회가 2월1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셀레나 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참석했다.
‘너의 이름은.’은 천 년 만에 혜성이 다가오는 일본을 배경으로 타치바나 타키(카미키 류노스키)와 미야미즈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가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영화 흥행의 불모지였던 한국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수 350만 명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모으고 있는 화제작이다.
이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카이 마코토 입니다”라는 서투르지만 정중한 한국말로 간담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그는 일본어로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린다”고 걱정을 표시했지만, 오전 11시부터 정오(12시)까지 60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기자들과 감독 간의 열띤 이야기 속에 약 10분 가량 초과된 시간으로 종료돼 그의 걱정은 점잖은 겸손이었음이 드러났다.

‘너의 이름은.’은 앞서 이야기했던 ‘350만 명’이라는 숫자처럼 어느새 작품의 이름 뒤로 몇 만 명이라는 숫자가 의례 붙는 흥행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에 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 달 전 ‘너의 이름은.’이 개봉했을 때 서울에 왔다.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현실화 될 줄 몰랐다. 매우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혀 꿈을 이룬 자의 훈훈한 미소로 현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그는 “어제 ‘너의 이름은.’ 무대 인사를 갔는데, 관객들의 90% 이상이 작품을 세 번 이상 관람했던 분들이었다. 개중에는 열 번 이상 봤다는 분들도 꽤 있었고, 심지어 오십 번 이상 봤다는 분도 있었다”며, “영화를 만들 때 ‘관객이 저절로 다시 보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이야기해 신드롬이 허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가 생각할 때 ‘너의 이름은.’은 총 네 번 정도 재관람이 가능한 영화다. 정보량이 굉장히 많은 영화기 때문에 아마 두 번째 관람에서는 오프닝부터 처음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문득 든 생각인데 과연 ‘너의 이름은.’의 누적 관객수 350만 명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작품을 반복해서 봤는지 궁금하다. 중복 관람을 제외한 실제 관객수는 채 100만 명도 되지 않는 거 아니냐?’고 말해 현장의 모두를 폭소케 했다.

영화는 굴뚝 없는 산업이다. 자본을 투입하고 그것 이상의 결과를 얻으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다. 이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누적 관객수 2150만 명을 돌파한 크게 성공을 거둔 영화다.
그러나 단지 숫자로만 ‘너의 이름은.’을 얘기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일. 영상부터 음악까지 창작자들이 저마다의 혼을 불사르는 종합 예술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인 ‘너의 이름은.’을 향해 아라비아 숫자 대신 작품 내적 요소에 집중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먼저 마흔 살이 넘었음에도 고교생의 감수성을 작품 속에 녹여낼 수 있는 비결에 관해 신카이 마코토(44) 감독은 “어릴 때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어른이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연속적 삶의 과정으로,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에 느꼈던 슬픔과 기쁨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그 빛이 퇴화되기도 하지만 저의 마음속에는 그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술가다운 답변을 꺼내 관심을 끌었다.
특히, 그는 ‘너의 이름은.’은 영화 아닌 뮤직비디오라는 세간의 비판에 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차분하고 담백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기본적으로 영화는 논리나 이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인간은 그런 논리로써 살아가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론이나 논리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너의 이름은 안에서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며, 지금껏 알지 못하는 일상을 나눈다. 그때 나온 음악이 ‘전전전세(前前前世)’인데, 이 밝고 힘있는 음악을 넣으면서 불안한 나날일지라도 관객에게는 불안함 대신 새로움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이란 존재를 저는 항상 동경한다. ‘음악은 참 좋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답변을 제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산업과 예술의 중심에서 결국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메시지다. 재미도 좋고, 자극도 좋지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드레날린만 남는 경험은 예술 아닌 산업의 논리에 치우친 결과물일 것이다. 이 가운데 과연 ‘너의 이름은.’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흔히 말하는 ‘보이 미츠 걸(Boy Meets Girl)이라는 표현처럼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것이 ’너의 이름은.‘의 핵심이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가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미래의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어쩌다 마주친 사람이 운명의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고 운명론적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가 10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다”며, “어제도 한국 친구들 몇 명과 밥을 먹었는데, ‘나한테 네가 친구라서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행복한 얘기를 들었다. 또 한국에 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기에, 열심히 새로운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영화 ‘너의 이름은.’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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