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2라도 괜찮아’ 윤찬영, 예술의 매개체가 되고 싶은 배우

입력 2017-02-23 13:19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예술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자 마치 메아리처럼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되돌아왔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이고 형식적인 첫 만남 풍경이지만, 기자에게 돌아온 인사는 어딘지 모르게 여리고, 수줍고, 새하얬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앞에 앉은 배우는 연기자 이전에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한 열일곱 살 청소년인 것을.

그의 이름은 윤찬영, 지난 2013년 방송됐던 Mnet 금요드라마 ‘몬스타’를 시작으로 어느새 열 편의 드라마와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아역이다. 그는 MBC ‘마마’에서 시한부 삶을 판정 받은 엄마 곁의 아들을 연기해 대중의 눈시울을 적셨고,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하는 어린 강동주를 맡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모았던 바 있다.

그런 윤찬영이 영화 ‘중2라도 괜찮아’와 함께 이번에는 락 스피릿을 외치며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중학생 우한철로 돌아왔다. “난 아무나가 아니야, 그리고 차원도 아주 높아!”라고 얘기하는 뻔뻔함에서 추측할 수 있듯 우한철은 ‘중2 병’에 걸린 사랑스러운 웬수로, 이는 지금껏 윤찬영이 연기했던 인물들과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Q. 우한철은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과 결이 다르다. 연기 접근법이 달랐는가?

“접근법이 달라지진 않았다. 시한부 삶의 엄마를 둔 ‘마마’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없겠지만, ‘중2라도 괜찮아’라는 제목에서 도드라지는 우한철의 ‘중2 병’ 또한 극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코미디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촬영이었다.”

Q. ‘중2라도 괜찮아’는 윤찬영 군의 영화 첫 주연작이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뿌듯한 장면도 있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부족한 장면이 더러 있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Q. 윤찬영 군이 생각하는 ‘중2 병’은 무엇인가?

“작품 속에서 우한철은 기타를 참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승 대가로 기타가 걸린 태권도 대련에서 한평생 자신을 때린 적 없는 부모의 눈을 시퍼렇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우한철이 그랬듯 중학교 2학년은 세상에서 제일 겁이 없어지는 시간이다.”

Q. ‘중2 병’의 다른 말은 곧 사춘기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지?

“주위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저의 사춘기는 지나간 거 같다. 사실 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말투나 행동 등 세세한 것들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주위에서 말해줬다.”

Q. 아파트 옥상에서의 기타 연주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따로 기타를 연습했는지?

“촉박한 시간 내에 우한철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일본에 ‘에어 기타 콘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실제 기타 없이 허공에 모션만 취하는 방식인데, 박수영 감독님이 그걸 보고 연습하라고 일러주셔서 집에 있는 통기타로 모션 연구를 많이 했다.”

Q. 무더운 여름에 촬영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촬영을 하려는데, 모두 촬영 장소로 못 들어가고 있더라. 궁금해서 봤더니 낮에는 안 보이던 온갖 날벌레들이 조명 때문에 모두 모인 탓이었다. 정말 벽이 새까매질 정도로 모여서 끔찍했다. 어쨌든 촬영은 해야 하니까 숨을 참고, 입을 막으며 벌레들이 모여 있는 복도를 뚫고 들어갔다. 아직 제 휴대폰에 벌레들 사진이 있다.”


Q. ‘마마’ 종영 이후 우는 신을 숙제 같다고 말했다. 몇 편의 작품을 더 촬영하며 이제는 어엿한 중견 아역이 됐는데, 여전히 우는 것을 숙제라고 생각하는지?

“시간이 흘러도 우는 신은 여전히 부담된다.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장면이되, 하기 싫은 장면은 아니다.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촬영에 임한다.”

Q. ‘마마’를 통해 극중 엄마로서 함께 공연했던 배우 송윤아에게 우는 연기, 대사 외우는 방법 등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우연치 않게 ‘중2라도 괜찮아’를 통해서도 배우 장서희라는 대선배를 엄마로 두게 됐는데 두 사람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송)윤아 엄마와는 극중에서 처음에는 까칠했지만 서로 애틋해지는 사이기도 했고, 게다가 앞에서 우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할 때 장면마다 도움을 많이 주셨다.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일정이 촉박해서 많은 걸 나누진 못했다. 그래도 저를 만나면 반가워 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 친절하셨다.”

Q. ‘중2라도 괜찮아’에는 많은 아역들이 출연한다. 특히, 눈에 띄는 아역은 우한철의 동생을 연기하는 최현준으로, 같은 아역 출신인 그에게 따로 조언을 건넸는가?

“저는 11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최)현준이는 지금 10살이다. 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아직도 제가 연기를 시작했던 나이가 되지 않았다. 제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한 생각과 그 친구가 생각하는 연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같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조언은 하지 않았다. 각자 느끼는 게 다르니까.”

Q. 영화에서 배우 장서희 씨가 연기하는 양보미라는 엄마는 아들을 끔직히 아끼는 ‘아들바라기’다. 열일곱 살 윤찬영 군을 키워주신 실제 어머니는 어떤 분인지?

“어머니는 엄한 것과는 거리가 먼 분이다. 엄하기로는 어릴 적 아버지가 엄하셨다. 돌이켜 보면 두 분 모두 저를 자유롭게 키워주셨다. 제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고, 존중해주셨다.”

Q.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어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지 궁금하다.

“잘 안 한다. 어색하고 민망하다. (웃음)”

Q. 극중 우한철의 500만 원짜리 기타처럼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이 없다. 갖고 싶은 어떤 물건을 사면 좋지만, 안 사도 그만인 타입이다. 물건에 그렇게 미련을 갖지 않는다.”

Q. 극중 동우 선배는 우한철의 든든한 우군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다정하게 문자를 주고받으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그렇다. 만나면 반가워서 서로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그러면서 의지가 된다.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친구들이 다른 학교들로 뿔뿔이 흩어져서 아쉽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면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배역 이름으로 표기된 경우가 많다. 스무 살이라는 성인이 멀지 않았는데, 아역을 벗어나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 대신 나만의 연기를 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욕심은 없다. 지금은 계속 연습하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싶다.”

Q. 연기를 시작했던 계기로 2009년 방송됐던 MBC ‘지붕뚫고 하이킥’을 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연기가 계속 하고 싶도록 자극 받은 작품은 무엇인가?

“작년에 가족끼리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를 보러 갔다. 그 영화를 보면서 예술이라는 것의 참 아름다움을 느껴졌다. 나중에 저런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서 예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있다. 친구들과 대학로에서 빨래라는 창작 뮤지컬을 봤다. 관객석 바로 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까 상상 이상의 큰 에너지를 느꼈다. 방송이나 TV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연기였고,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

Q. 롤 모델이 여전히 배우 공유인지?

“맞다. 여전히 공유 선배님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아쉽다.”

Q. 뻔한 질문이다. 다른 아역과 차별화되는 윤찬영 군만의 매력이 궁금하다.

“(잠시 고민하며) 다양한 얼굴들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망가지라면 망가진 역할. SBS ‘육룡이 나르샤’ 때 거지 연기처럼 하라면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Q. 최근에도 소설을 많이 읽는가?

“요즘에는 일이 바빠서 잘 안 읽게 됐다. 한두 달에 한 권 정도 읽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가출일기’인데, 거기서 미술 공부를 원하는 전교 1등 주인공이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반항의 의미로 가출을 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일상을 탈출하는 간접 체험을 경험했다.”

Q. 일상의 탈출이라면 혹시 연기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다. 주인공 혼자 타지에 가서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는 부분이 좋았을 뿐이다. (웃음)”

Q. 사랑 연기를 위해 고등학생이 되면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마침 고양예술고등학교 연기과의 신입생이 됐는데, 과거의 계획이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사실 저와 마음이 잘 맞고, 눈에 띄는 분이 있으면 연애를 해보고 싶다. 그냥 연애가 궁금해서 아무나 만나고 싶진 않다. 그 사람이 좋아서 하는 연애를 하고 싶다.”

Q. 10년 후의 윤찬영 군은 어떤 모습일지?

“단순히 숫자 셈을 하면 스물일곱 살이다. 외적으로는 아마 군대를 갔다 왔을 것이다. 연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전히 연구하며 열심히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상태였으면 좋겠다.”

Q. 2017년 정유년 소망이 궁금하다.

“중학생이 아닌 고등학생이 됐다.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이제 고등학교 연기과에 진학했으니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분명 첫 인사를 나눌 때만 하더라도 윤찬영은 수줍음 많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대답은 그런 시선의 증거였다.

하지만 다른 아역의 연기관을 침해하지 않고, 성인 연기를 욕심내지 않으며 지금에 충실하려는 윤찬영은 영락없는 연기 없이 못 사는 프로 배우이기도 했다.

과연 둘 중 어떤 모습이 진짜 윤찬영일까.

둘 모두 윤찬영이 아닐까. 그는 공부하는 고등학생이면서 연기하는 배우다. 이와 관련 ‘중2라도 괜찮아’를 함께 공연한 장서희는 아역은 배우의 길과 함께 일상을 겪으며 또래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윤찬영은 연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자신의 꿈을 위해 달릴 것이다. ‘라라랜드’를 보고 가졌던 ‘예술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꿈. 그것을 갖기 위해서 부지런히 매진할 고등학교 1학년 연기과 윤찬영 학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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